<기획취재>여객선 복수취항 앞둔 전남 고흥군
서귀포항에 여객선 취항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오는 8월경 서귀포항에 12년 만에 힘찬 뱃고동이 울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여객선 재취항 소식에 침체일로의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과당경쟁 양상의 국내 여객업계 현실에서 여객선이 취항하더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항에 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서귀포시와 타시도의 여객선 취항 준비상황 등을 살펴보고, 여객선 취항이 지역경제 창출에 기여하는 방안을 5차례에 걸친 기획취재를 통해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 항만 접안공사 마무리단계, 내달말 여객선 취항가능
서귀포 시민들의 애를 태우던 12년만의 서귀포항 여객선 취항이 내달이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항과 전남 고흥군 녹동항 구간에 여객선이나 화물선 취항을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꾸준한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5월 여수해양엑스포 개최 이후에도 여객선 취항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시민들에 일말의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3년 전 안덕 화순항과 전북 군산항 간에 여객선이 취항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끝내 무산된 사례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나오고 있다.
여객선 취항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고흥군 녹동항 일대에 추진 중인 항만 접안시설 공사가 계속 차질을 빚고 있는데 따른 것. 고흥군이 군비 30억을 투입해 대대적인 접안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으나, 기상악화와 공사장비 수급문제 등이 겹쳐 완공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고흥군은 늦어도 이달 말에 접안시설이 마무리되고 내달 말이면 여객선 취항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평소 조속한 뱃길 재개를 요구해온 여객선사측에서는 내달 말 취항방침에 대해서도 선뜻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 서귀포-녹동구간에 초쾌속선 도입
(주)향일해운은 서귀포항- 고흥 녹동항에 여객선이 원만히 취항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끝낸 상태다. 특히 서귀포항과 녹동항을 2시간 40분에 주파할 수 있는 쾌속선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제주항에 비해 운항시간과 운항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서귀포항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 각지를 수소문한 끝에 초쾌속선 도입을 성사시켰다.
서귀포항~녹동항을 운항하게 될 선박은 3560톤급 쾌속선. 38노트의 속도로 승객 700명과 차량 150대를 한꺼번에 선적할 수 있다. 현재 성산-장흥 구간에 운행하는 오렌지호에 비해 승객과 차량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여객선 운항은 녹동항 출발이 오전 8시, 서귀포항 출발이 오후 3시로 일단 잡아놓고 있다. 1일 1회 왕복 운항하며, 이용객 추이에 따라 1일 2회 왕복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04년 3월부터 제주항과 녹동항 구간에 1일 1회 정기여객선을 취항해 온 남해고속측과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해고속측은 녹동항에서 제주항을 2시간 10분대에 주파하는 쾌속선 아이리스호를 조만간 취항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여객선사 들간 속도경쟁을 놓고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장흥군과 고흥군 외에도 최근 목포시와 강진군, 해남군, 완도군, 여수시, 광양시 등 남해인 일대 지자체와 주요 여객선사들은 저마다 뱃길 개통에 심혈을 쏟고 있다. 쾌속선 취항을 통해 고객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들어 유류가격이 급등하면서 여객 선사들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여객선 취항, 관광산업 발전계기 삼을 듯
서귀포시가 지난해부터 여객선 취항을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듯이, 고흥군 역시 서귀포시와 여객선 취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선 군수에 연임한 박병종 고흥군수는 녹동신항 접안시설 공사를 위해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군 재정의 10%인 30억을 투자할 정도로 대단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녹동 신항의 배후 부지에 올해 말까지 물양장 시설이 갖춰지면, 여객선 고객 유치는 물론 제주와 서부 남해안을 잇는 물류운송 거점기지로 도약하려는 구상이다. 올해 말까지 전남 순천시와 고흥간 고속도로 나들목이 준공되면 두 도시가 30분 거리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제주항에 이어 서귀포항에도 여객선이 취항하게 되면 고흥군은 상대적으로 여객선사 경쟁이 취약한 서부 남해안은 물론, 경상도까지 아우르는 교통물류의 관문으로 도약할 꿈에 부풀어 있다. 청정 갯벌과 드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고흥군은 남해안 굴지의 농수산물 산지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고흥군은 최근 고흥반도와 소록도, 거금도를 잇는 연륙교(거금대교)를 10년 만에 완공함으로써 이를 관광자원으로 조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제주도와 고흥군간에 여객선 노선이 복수 취항하게 되면 고흥군의 관광산업 발전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이현모.김승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