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9. 광고천재 이제석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곽재정 씨, 서귀포 서홍동에서 네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며, NIE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산들산들 바람 부는 날, 새연교가 보이는 야외에서 <광고천재 이제석>을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광고천재 이제석>은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간지 딱 2년 만에 국제 광고제를 평정한 광고천재 이제석 씨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창의적 발상과 생존비법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국내에서는 자칭 루저였다고 말하는 저자는 판이 불리하면 뒤집어 새판을 짜라는 기발한 발상을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이 책에는 그의 광고 세계와 아이디어 필살기, 뉴욕에서의 삶과 직업 정신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이제석 지음/학고재/1만5000원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 서귀포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곽재정(NIE지도사): 서홍동에 살고 있고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색동회 회원으로 동화구연 봉사를 하고 있고, 장애인 복지관, 도서관, 학교, 새마을 문고 등에서 책읽기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중앙도서관 독서모임 `꿈타래`에서 책읽고 토론하고, NIE 지도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내가 배워서 애들 가르쳐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제는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안재홍: 좋은 계기죠. 책을 읽게 되는 계기. 아이들 때문에라도 시작해서 결국 자기독서까지 간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재홍: <광고천재 이제석>,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곽재정: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어요. 도서관에 가면 서귀포시민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가 따로 구비되어있잖아요. 훑어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게 되었어요.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중앙도서관 책읽는 엄마 모임인 ‘꿈타래’에 가서도 “이 책 읽어보자!”고 했어요. 책 내용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도전과 열정이 샘솟는 책이예요.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책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곽재정: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164페이지에 나온 광고예요.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광고인데, 누군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만 기둥을 한 바퀴 돌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죠.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예요. 세계평화 단체의 반전 포스터인데,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하는 광고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기가 행동해온 것을 뒤돌아보고 반성해 볼 수 있는 메시지가 들어있어요. NIE 수업 때도 강의 자료로 이 사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창의력도 있고, 이 책을 모르는 분들도 사진으로 이 광고를 접하면 신기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안재홍: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면?

곽재정: ‘도전, 열정,THINK!’라고 생각됩니다. 한 젊은이의 '도전'과 '열정' 그리고 저자인 이제석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THINK'가 떠오릅니다. 이제석은 루저(실패자)였고, 공부 잘하는 형에 밀려서 말썽꾸러기였지만, 고등학교 때 그림만 잘 그리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그렸고, 지방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광고회사에서 받아주지 않았죠. 아마 좋은 작품을 냈어도 선정되지 않았을거예요. 그래서 외국으로 나가서 그 사람의 실력만으로 인정을 받은 거죠. 잠도 안자고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화장실에서도 메모하고, 생각하고. 그런 ‘도전과 열정’이 이 분을 만들어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안재홍(왼쪽)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이 NIE지도사 곽재정(오른쪽)씨와 새연교에서 광고천재 이제석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안재홍: 이 책을 보면 제목이 재미있어요. 광고천재, ‘천재’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선천적인 천재인가 노력이나 환경에 의한 천재인가, 생각해보게 되죠.

곽재정: 후천적인 천재겠죠. 하지만 타고난 부분도 있을 거예요. 80% 정도는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천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못했지만 외국에서는 성공을 했잖아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안재홍: 간판쟁이였던 이제석이 ‘간판’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곽재정: 실력보다 스펙(학력,학점,자격증 따위)의 위력이 높은 한국사회를 벗어나 미국유학 2년 만에 세계 광고의 공모전을 휩쓴 작가의 정열과 노력이 돋보이죠. 한국사회를 향해 힘차게 어퍼컷을 날렸다고나 할까. 아마 이 분도 책을 많이 읽었을거예요. 모든 아이디어는 책에서도 나올 수 있잖아요. 광고의 모티브가 되었을 것 같고. 책이 이 분을 자라게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거예요.

 

안재홍: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가요? 주로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곽재정: 일단 베스트셀러는 읽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책이 검증된 책이 아닐까해서요. 독서모임에서 한 달에 4권을 읽는데, 그림책, 초등학생들이 볼 수 있는 책, 중학교 이상, 이론서 이렇게 골고루 읽습니다. 저는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책을 골라요. 엄마도 아이와 함께 집에서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저는 애들이 골고루 있으니까, 두꺼운 책도 보고 얇은 책도 보고, 애들 수준에 맞춰서 책을 선정합니다.

 

안재홍: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규모는 세계 7위권입니다. 상당한 양의 신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좋은 책 고르기는 힘들지요. 곽재정씨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고르기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곽재정: 글쎄요. 쉽지는 않지요. 저는 좋은 책을 고르는 비법 보다는 독서운동 차원에서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예전과 달리 서귀포시에는 도서관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학교도서관, 지자체도서관, 작은도서관, 문고 등이 있죠. 일단 무조건 그곳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읽기는 습관이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도서관에 가서 책을 살펴보시면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지요.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에게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재미에 빠지기 전, 가정과 학교에서 아침시간 10분 독서운동을 장려했으면 해요.

■ NIE지도사 곽재정씨.

안재홍: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데,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곽재정: 책읽기 시간은 만들기 나름인 것 같아요. 없다 없다 하지만 어느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만들면 되죠. 책읽게 하는 효과를 냈던 어떤 분의 이야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8시부터 읽자!” 정해놓고, 텔레비전도 다 끄고 20분만 읽는대요. 20분이 지나서 "그만~!" 해버리면 애들이 오히려 더 읽으려고 한다는 거죠. 그런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안재홍: 책은 많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접근성’의 문제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곽재정: 교육과도 연계가 되어 있어서 그런 면도 있어요. 1.08세대(2005년 당시 출산율)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가 되면 대학문은 너무 넓고 학생이 없는 것이 문제겠죠. 이제는 사교육이 과연 필요할까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엄마들의 전향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죠.

 

안재홍: 나에게 책이란?

곽재정: ‘평생 같이 사랑하며 가야 할 가족이다.’ 항상 옆에 두고, 보면 행복하고, 배울 수 있고, 쓸쓸하고 힘들 때 위안도 되어주고, 심심할 때 같이 놀아주기도 하는. 평생 쭉~ 같이 갈 가족. 행복하게 같이 갈 수 있는 가족이죠.

 

사진·정리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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