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요람, 작은도서관> 6. 제주시 작은도서관
3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옛 리사무소 2층에 위치한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도서관 양민숙 관장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내일부터 금능원담축제가 열려요. 저희 도서관도 축제에 참여하게 돼서 전시할 작품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많이 어지럽죠?”라며 바닥에 흐트러진 작품들을 재빠르게 한쪽으로 정리했다.
이날은 도서관 휴관일이었다. 도서관은 금요일마다 휴관을 하는데 문이 열린 도서관을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층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이 2명이 올라와 먼발치서 가만히 쳐다보다 휴관한 것을 확인하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평소 동네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바로 도서관을 찾아요. 가까운 친구 집에 놀러가듯 말이죠. 요즘은 방학이라 휴관을 더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라며 양민숙 관장이 미소를 지었다.

금능꿈차롱 작은도서관은 마을주민들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작은 도서관 조성사업에 응모해 채택돼 문화관광체육부와 제주도의 리모델링비를 지원받아 지난 2009년 12월 문을 열었다. 도서관 이름은 ‘꿈을 담는 함’이란 뜻의 제주어 ‘꿈차롱’을 넣어 ‘꿈을 담아주고 또 그 꿈을 나눠주는 도서관이 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평소 어린이들이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마을에 마련됐으며 좋겠다는 마을주민들의 바람이 이뤄진 만큼 마을에서는 도서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이장 등 주민을 비롯해 학교장, 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작은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결성했고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 양민숙 관장도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사람이다. 한림농협 청년부 회장인 남편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조정하며 사서 1명과 함께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다. 이렇게 3년간 꾸준히 운영하다보니 매달 5000원에서 3만원씩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20여명의 든든한 후원자들도 생겨났다.
특히, 이 도서관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거나 빌려주는 곳에서 벗어나 마을의 문화 공간, 즉 문화사랑방의 역할을 해나가는 데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프로그램은 책을 매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파자마 입고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파자마 파티’, 책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북 콘서트’, 글쓰기를 배우는 ‘어린이 창작교실’, 클래식과 음악가를 이해하는 ‘클래식 타임’ 등이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소정의 수강료를 받고 운영하는데 참여율이 더 높아졌다고 양 관장은 전했다.
도서관 분관도 운영 중이다. 한림읍 상둑거리에 있는 한 휴대전화 통신사 대리점과 라온프라이빗 타운에 각각 100권의 책을 배치했다. 책은 앞으로 농공단지에도 근로자를 위한 분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금능꿈차롱과 같이 현재 제주작은도서관협의회에 등록한 작은도서관은 총 15곳으로, 이 중 제주시 지역은 8곳이다. 삼양원당, 홍익, 와산매실, 노형꿈틀, 봉성새별, 두맹이, 오라참꽃, 금능꿈차롱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주로 마을회가 중심이 돼 정부가 공모한 작은 도서관 조성사업에 응모해 채택돼 문을 연 곳이다.

지난 2008년 도가 ‘제주특별자치도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가 공포됨에 따라 정부의 작은도서관 조성사업과 병행해 5개년에 걸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마을에 하나둘씩 들어섰다. 주로 마을의 공공 유휴시설을 활용하거나 기존의 마을문고, 사립도서관 중 작은도서관으로 전향을 희망한 곳에 지어졌다. 도는 당시 작은도서관이 가까운 친구집에 놀러가듯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이 볼 수 있는 동네문화사랑방 형태로 이웃도 만나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형태의 작은 도서관도 제주시 곳곳에 들어섰다. 달리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제주시 이도 2동 옛 세무서사거리 맞은편 인근에 위치한 달리도서관은 지난 2009년 10월 문을 열었다.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말인 달리도서관은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를 꿈꾸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희망 공동체다. 서울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하던 관장 박진창아씨와 달리지기 시민활동가 윤홍경숙씨, 언론인 출신 현순실씨가 그 중심에 있다. 제주도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보자는 뜻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문화 실험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이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공공성을 띤다.
이 도서관은 각자 가지고 있는 책을 도서관으로 가져와 나누는 ‘책장 나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꾸준히 이어지는 책을 기증하는 따뜻한 손길에 책장은 외롭지 않다. 누구나 편안하게 들려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또, 여행작가 입문과정, 고전영화산책, 어린이역사공부프로그램, 40대 여성들의 자기치유프로그램, 중학생 언니가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제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여성 전용 게스트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