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2. 국경없는 마을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양희정 씨, 서귀포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팀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귀동에 위치한 서귀포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국경없는 마을>를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양희정(서귀포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팀장): 일단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어요. ‘국경없는 의사회’가 있잖아요? 그것을 알고 있던 상태라서 제목이 익숙했어요. ‘국경없는 마을이라면 혹시 그분들 이야기인가?’ 궁금한 생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이야기였어요. 사람들 얘기이다보니 ‘이런 모습이구나.’ 생각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이예요.
이경주: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글귀가 있다면?
양희정: 박천응 목사님이 추천의 글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문화’를 창조하는 문화적사고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부분은 우리가 화두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계속 생각해야할 부분이예요.
이경주: 이 책에 나온 일곱 가지 이야기 중 특히 인상적인 사례를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양희정: 처음에 나온 인도네시아의 ‘띠안’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자녀 문제가 얽히니까, 띠안 문제를 제일 집중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띠안이 “그럼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물어요. “인도네시아 사람이야.” 하지만 인도네시아 말을 못하고 한국말만 하잖아요. “그럼 인도네시아 가면 인도네시아어를 해야 돼?” 이런 질문을 해요. 그건 이곳 아이들도 충분히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예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집중하며 읽게 되었어요. 저희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도 점점 5년, 10년차들이 생기면서, 자녀문제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어요. 그 전에는 다들 입국 초기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빨리 배우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죠. 이제는 자녀들을 어떻게 할까, 자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까, 이런 문제에 서서히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이경주: <국경없는 마을>에 실린 이야기가 대략 언제적 이야기인가요?
양희정: 2004년도 이야기예요. 지금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어요. 여기 나온 법률 자체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지금은 이중국적도 인정됩니다. 자기 국적을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작년부터 이중국적이 허용이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자기 나라 국민권을 주장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죠. 양쪽나라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국적을 다 쓸 수 있어요. 2004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한 거죠. 이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안산도 많이 달라졌어요.
이경주: 양팀장님이 경험한 다문화가족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양희정: 제가 초반에 일할 때, 어느 시어머니 한 분이 회원등록을 하시면서 베트남 며느리와 함께 오셨어요.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어머니, 언니한테 잘해주시니까 좋다예.” 인사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아이구, 우리 집안에서 얼마나 귀한 사람인데.” 그러면서 애지중지하시는거예요. 다문화 가족들이 이렇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어떤 부부가 오셨는데, 언니가 힘들어하고 적응을 못하셨어요. 이혼을 하네 마네 그랬는데, 남편분이 하시는 말씀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말도 안통하고, 나만 보고 왔는데.”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하고 계시더라고요. 시어머니나 남편분이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경주: 결혼이주여성들은 무엇보다 정체성의 문제가 혼란스러울듯 한데, 어떤가요?
양희정: 결혼이주자의 경우 시어머니가 현모양처를 바라세요. 참해야 하고, 제사상 차려야 하고, 김치도 담가야 하고, 모든 것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물론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애도 순풍순풍 잘 낳아야 하고, 잘 키워야 하고. 시집온 사람으로서 참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한국 사람으로 만들게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고, 그 문화를 받아들여야죠. 여기에서 당당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서 살게 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처럼 해야 하는 것, 그것부터 문제인거죠. "한국 사람들은 다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 한국 사람과 똑같이 해야 하는데... 여기부터 문제는 시작되죠.
이경주: 결혼이주여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많겠지만, 특히 힘들어하는 점이 있다면?
양희정: 제일 참기 힘든 말이 “집에 가라.” “너 그럴 거면 집에 가라.”예요. 부부끼리 싸울 수도 있고,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그럴 거면 가라.” 그 말이 큰 상처가 됩니다. 너무 쉽게들 그런 말씀을 하신대요. 그렇게 왔으니까 가도 된다는 거죠. 상담할 때에도 그 말만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세요. 다 통틀어서 그 말이 가장 센 것 같아요. 우리는 친정이 있고, 문제가 있을 때 언니 집에도 가고, 친구 집에도 갈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가불라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이 분들에게는 진짜 큰 문제예요.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 읽어보셨나요?
양희정: 도서관에 가면 꽂혀있고, 서귀포 신문에서 인터뷰도 보고 있습니다.
이경주: 서귀포시민들에게 책읽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양희정: 도서관에 자주 가시는 게 유용합니다. 서귀포 정말 좋아요. 여덟 개 도서관을 통합 운영하잖아요. 대출 회원증 하나 만으로 여덟 군데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보니 책두레라는 좋은 서비스도 제공되더라고요. 다른 도서관의 책을 불러다가 빌릴 수 있대요. 반납도 아무 데서나 하고요. 그런 시스템을 가졌다는 것이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서귀포의 도서관들이 위치나 공간, 정말 좋아요. 저는 주로 삼매봉 도서관에 가는데, 미술관 옆에 있어요. 그것도 참 좋고, 다른 도서관들도 마찬가지로 좋은 풍경 속에 자리잡고 있어요. 도서관에 가면 다른 사람이 봤던 책을 제가 보고, 제가 봤던 책을 다른 사람이 보잖아요. 도서관은 책을 통해서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책이 많으니까 고를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고를 수 있잖아요.
이경주: 나에게 책이란?
양희정: 책이란 ‘항상 옆에 있는 존재다.’ 애인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웃음) 책은 제 옆에 항상 있습니다. 책은 항상 제 곁에 있는 존재입니다.
사진·정리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