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귤나무야,나는 너를 만나고나서 다시 태어났어. 도시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먼지 낀 감성이 되었었다는 것을 요즘 귀농멘토를 하면서 더욱 느꼈지.

내가 나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워서 나는 늘 자연을 추구하고 살았으니 자연인이라며 스스로 칭하기도 했었는데 갓 귀농귀촌한 멘티들을 만나면서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어.

자연과 하나된 마음과 행동,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 되어야 자연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래서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너의 모습이 아니고 너의 입장에서 생각과 행동을 할 수가 있어야 함을 깨달았어.

"올해 농사가 잘 되었습니까?"하고 묻는 것은 귤이 많이 달려서 수입이 좋을거냐고 묻는 사람의 관점에서의 인사라는 것을.

모든 관점이 수입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기적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귀농의 삶을 택하여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화학비료,화학농약 안쓰는 친환경 농사를 권유하면 주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유기농 농부가 되는 과정중에 내 의식의 변화를 되돌아 보았어.

나도 처음에는 수입의 측면에서 많이 저울질 했었는데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나도 모르게 귤나무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어. 내가 일부러 노력한 것도 아닌데 매일 만나는 귤나무가 내 마음을 시나브로 정화시켜 준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 나는 귤나무의 건강한 모습을 만나면 바라보기만해도 뿌듯하고 행복했어.열매가 없어도 좋았고, 많으면 덤인 듯 감사했고,부족한 나를 만나서도 잘 자라주고 견뎌주는 귤나무가 고맙고 감사했어.아프고 상처난 귤나무를 지극정성 돌보아서 더욱 튼튼해진 귤나무가 된것을 바라보게 되면 절로 환호가 나왔어.

귤나무야, 나의 이런 변화는 너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물질을 넘치게 쌓아 놓고도 욕구불만에 시달려야 하는 고질병을 매일 만나는 귤나무가 치유해 준 것 같아.내가 너를 돌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귤나무가 나에게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켜 준 것 같아.

지지난 밤,초대형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를 오른쪽에서 강타한다는 소식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아파트 창문을 꽁꽁 여미고도 느껴지는 공포스런 바람소리와 폭포처럼 유리창을 흘러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밤새 광폭한 비바람에 온 몸으로 자신을 지켜내고 있을 귤나무를 생각하니 기도밖에 할 일이 없는 내가 무력했었다.

밤을 지새고 달려간 귤밭에서 건강하고 온전한 너를 만나고나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방풍림 삼나무가 여기저기 뿌리채 뽑혀서 나뒹굴고 있었지만 귤나무들이 아기들(귤)을 매달고 자신을 잘 지켜낸 모습을 보니 눈물이 절로 흘렀다.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던 너를 유기농 귤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하면서도 나는 너를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게 하였었지. 그것도 부족하여 겨우내 귤을 매달고 눈과 혹한을 이겨내도록 특공 훈련을 하게 한 미안함도 교차한다.자식 고생 많이 시킨 부모맘이 되어 안쓰럽고도 미안하였다.

그런 과정을 이겨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굳건한 믿음이 생긴 것 같구나. 귤나무가 잘 이겨내 준 덕분에 나는 유기농 농부로 거듭날 수가 있었다. 폭우와 폭염과 해충의 공격과, 혹한에도 귤을 매달고 빈들을 지키던 너의 의연함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게 해주었다.

귤나무야~이젠 너를 전적으로 믿는단다. 열매가 없어도 안달하지 않고,모든 것을 너 스스로 조절 하기를 바란다. 마음 비우고나니...

더 많이 베풀어 주는 너를 만나는 것도 상상치 못했던 선물이었지. 너와 함께 가는 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너는 말없이 일러주는 내 인생의 멘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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