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6. 우아한 거짓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1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중문중학교 3학년 정예영 학생, 2011 서귀포시민의책 선정도서 중 <우아한 거짓말>로 제 2회 서귀포시민의책 독후감쓰기대회 청소년부 우수상을 수상했다. 책의 향기에 아찔해지는 가을 날, 중문중학교 도서관에서 <우아한 거짓말>를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우아한 거짓말

이 책은 열네 살 소녀의 자살을 다룬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랐던 김려령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평범해 보이던 열네살 소녀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동생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 만자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차마 믿을 수 없던 사실을 알게 된다. 천지가 그동안 겪어오 가슴 아픈 일들과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이책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따돌림(왕따)’, ‘우을증’ 등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분석해 담아낸다. 산자와 죽은자, 두 가지 시점에서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처지와 주변인물들을 둘러싼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김려령 글/창비/8500원.

이경주(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정예영(중문중학교 3학년): 서귀포시민이라면 당연히 서귀포시민의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선정해주셨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시기도 했었고, 책읽는 습관이 들어서 일주일에 몇 권씩은 읽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민의 책 중 특별히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책 제목과 책 표지가 마음에 끌려서예요.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진지한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경주: 책 표지 그림을 보면 손바닥 위에 나비 그림이 상징적이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예영: 화려한 색깔의 나비가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잖아요? 표지를 보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나비는 날아다녀야 살잖아요. 그런데 손에 꽉 쥐고 있으면 얼마 안 있으면 죽게 되죠. 이 그림을 보니, 힘이 강한 친구가 힘이 약한 친구의 마음을 조이고 누르고 억압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손은 힘이 있는 친구가 억압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고, 나비는 억압에서 풀려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자유로움을 상징하고 있어요.

 

 


이경주: 책을 보면 성실하고 착한 소녀인 천지가 자살을 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정예영: 자살 동기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예요. MP3 문제이거나, 친구 문제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 때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좀 부족했던 것이예요.


이경주: 독후감에서 보니까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했더라고요. 정예영 학생이 쓴 독후감의 제목인 ‘내 안에 네가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예영: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소중히 존중 받고 싶어하잖아요. 또 가장 좋은 것들로 자신을 채우려고 하고요. 저는 그런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 속에 또 다른 나를 바라보듯이. 그렇게 대하는 소중한 친구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경주: 이 책을 읽다보면 친구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데, 정예영 양에게 친구란 무엇인가요?
정예영: 친구란 말그대로 진실이 오가는 사이라고 생각을 해요. 친구의 장점뿐만 아니라 약점까지도 수용할 수 있고, 신뢰가 가는 정을 나누는 사이를 친구라고 생각해요.
이경주: 천지의 친구인 화연이의 행동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정예영: 자기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이해타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화연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천지가 무척 가여웠어요. 단짝이라는 가면을 쓰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화연이같은 친구 때문에 천지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거죠. 친구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도구로 생각하는거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남에게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중학교 입학 전에 많이 아팠어요. 큰 병원에 가서 여덟 시간 정도 긴 대수술을 받았었는데, 그것을 위로해주기는 커녕, 제 친구들 중 몇 명이 비방하거나 놀리는 글을 올렸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서 그 친구가 계속 같이 다녔던 친구임에도 미웠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의 위로와 사랑, 관심으로 힘을 얻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맞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경주: 이 책을 읽어보니 학교 폭력이 여러 가지 문제로 부각이 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예영: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폭행, 따돌림 등이 생각이 나는데, 특히 언어폭력이 요즘 학교 안에서 흔하게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아요. 언어폭력이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점에서 제일 무서운거죠. 툭하면 욕하고, 툭하면 놀리는 거잖아요. 그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언어폭력은 친구를 멸시하고 무시하는 것이겠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언어폭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죠. 폭행, 따돌림, 언어폭력 등이 일어나는 원인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생각과 역지사지의 자세가 부족해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고 자기가 싫으면 싫은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다 표현하다보니까 학교 폭력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죠.


이경주: 우아한 거짓말, 거짓말인데 우아하다? 어떻게 해석하세요?
정예영: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저도 왜 ‘거짓말’이라는 부정적인 단어 앞에 ‘우아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읽어보니까 친구를 함부로 괴롭히면서도 함께 놀았다는 것이더라고요.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듯 포장해서 하는 거짓말, 그것이 우아한 거짓말이예요. 천지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화연이의 행동이, 거짓말인데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포장을 했다는 뜻이죠. 화연이의 입장에서 우아한 거짓말이라는거죠.
우아한 거짓말과 선의의 거짓말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의의 거짓말은 나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으면서 상대방은 물론 모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거짓말이잖아요. 그런데 우아한 거짓말은 자기를 포장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경주: 나에게 책이란?
정예영: ‘책이란 정보통이다’. 책을 통해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많은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잖아요. 남이 모르는 것도 ‘나는 이 책에서 뭘 봤는데...’이러면서 배경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모든 정보를 책에서 얻을 수 있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어요. 많은 정보도 주고, 간접적인 경험도 주고,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사진·정리 최선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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