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 떡갈나무 바라보기

서귀포신문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시민들에 건전한 독서문화 여건을 조성하고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기획코너를 마련했다. 2012~2013 서귀포시민의 책읽기 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책 소개와 독자 대담으로 구성된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매월 2차례 선보이는 이번 코너가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강영식 씨, 서귀포 하원출신인 그는 옛 무릉초등학교에서 생태문화체험골을 운영하고 있다. 봄비가 내리는 3월 중순 대정읍 무릉 2리에 있는 정감있는 생태문화체험골에서 <떡갈나무 바라보기>를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첫 번째 책- 떡갈나무 바라보기

에스토니아 출신 생리학자 야곱 폰 웩스쿨은 1957년 '동물과 인간 세계로의 산책'에서 동물이 경험하는 주변의 생물세계를 나타내기 위해 '움벨트'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움밸트란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경험이 아니라 개개의 동물에게 특별한 유기적 경험을 의미한다. 책을 쓴 생태학자이자 작가인 콜 부부는 동물들이 떡갈나무에서 바라본 신비로운 세상을 인간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물행동학의 역사와 방법을 자연스레 가르쳐 준다. 주디스 콜.허버트 콜 저/사계절/7500원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자기 소개를 해 주시죠.

강영식= 99년 3월부터 이곳 옛 무릉초등학교를 개축해서 현재 생태문화체험골을 운영하는 촌장입니다. 제주의 오름과 곶자왈, 곤충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생태학교죠.

안= 생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강= 서울에서 12년 동안 환경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유학을 가서 대학을 마치고 환경기자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돌이켜보면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덕분이었습니다.

안= 생태문화체험골의 체험에는 무엇이 있나요?

강= 저희는 청소년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제가 본래 구상했던 것이 제주의 생태와 문화였는데 지금 청소년 세대들은 잘 모르거든요. 체험은 크게 보면 생태문화체험, 선사문화체험, 전통문화체험, 농촌문화체험 등 4개로 나눠지고요. 세부프로그램은 60가지 정도 있습니다.

안= ‘떡갈나무 바라보기’와 운영하시는 생태학교 사이에 어떤 연관된 내용이 있을까요?

강= 이곳에는 여름철에 화단에 풀을 베지 않고 거기다 농약도 치지 않으니 곤충과 파충류들이 생존을 위해 죄다 몰려듭니다. 그때 보면 제주에 사는 여러 종류의 곤충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다 체험이지요. 이 책을 보고서 제 가치관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보자면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라는 개념을 많이 얘기하고 있는 데, 저 역시 아이들에게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가치이죠.

안= 책을 읽다 보니 움벨트(Umwelt)1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촌장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강=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에도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는 얘기가 있지요. 인간은 종종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어느 순간 숲의 방해자 혹은 약탈자로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안= 화학농약을 치지 않고 생태를 보존하는 행위가 결국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생각하시나요.

강= 저도 과연 생태적 가치, 즉 순리적인 삶이 대해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실천이 부족한 것을 반성합니다. 저로 인해 훼손되는 환경에 대한 일종의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태적인 삶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이곳을 운영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자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안= 제주의 자연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강= 제주자연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곶자왈과 바다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전국을 다 돌아다녀본 결과 제주도가 가장 자연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제주도의 일부지역은 많이 훼손되었고 그 훼손의 속도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곶자왈도 마찬가지입니다. 곶자왈이 만약 없어진다면 제주자연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되죠.

안= 제주를 위태롭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강= 구체적으로 보자면 위락시설 때문이겠죠. 제주에 오는 이유는 제주의 생태적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제주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어요. 제주의 곶자왈과 바다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제주를 누가 찾아올까요?

안= 강정 예를 들자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자연이 결국 훼손되는 일들이 있는데 개발과 보존의 지혜로움은 없을까요.

강= 개발과 보존에 대해 논하자면 저는 가치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무엇이 지금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해서 지혜롭고 필요한 선택인가 하는 거죠. 다른 한가지는 자본의 문제입니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집단적 개발은 매우 위험하고 제주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정책은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렵죠. 그러니 정책을 결정하기 앞서 절차가 매우 중요하지요. 강정은 결국 자연보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절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랫 강정바다에서 뛰어놀았던 추억이 많지요.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안= 동물들의 움벨트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산경험이 될 텐데요. 생태학교에서 이와 같은 부분을 체험할 수 있는 추천프로그램이 있나요?

강= 자연의 생존방식을 인정하고 체험하기 위해서 방아깨비, 도마뱀,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체험이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것인데 도마뱀과 사마귀가 대치한 상황이 있었지요. 누가 이겼을까요? 먹이사슬의 우위로 보면 도마뱀이 우위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도마뱀이 사마귀를 먹으려고 하면 사마귀는 끝까지 저항을 합니다. 마치 용호쌍박의 팽팽한 대결과 같았지요. 모든 게 관찰에서 얻어진 산지식이지요. 또 한가지가 있었는데 줄장지뱀이 교미하는 귀한 현장도 볼 수 있었답니다. 이 장면은 보리출판사에서 세밀화로 제작되기도 했었죠.

안= 결국 생태운동이란 인간과 동물의 시간과 공간의 조화를 말하는 것인데요.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학교 촌장으로서 생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강= 나에게 생태란 갓난아이와 같습니다. 물애기라는 것이죠. 여기서 물이란 쑥쑥자란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순수하다는 의미도 있지요. 아이도 자라면서 변하잖아요.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맞이하지요. 폭풍이 휘몰아치는 게 일종의 정화이기도 한 것 처럼요. 나에게 생태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이입니다.

안= 생태운동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강=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떡갈나무 바라보기’와 닮은 듯한 책인데요. 관점이 나무의 입장에서 바라본 생태와 자연에 대한 기록이죠. 두 책을 읽으면 생태에 대한 깊이가 더해질 겁니다. 추가로 광릉수목원에서 근무하는 이유미라는 생태학자겸 작가분이 쓴 ‘광릉수목에서 보내는 편지’도 추천하고 싶네요.

안= 생태문화체험골의 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강= 떡갈나무도 신갈나무도 모두 참나무거든요. 저는 참나무를 이용해서 표고버섯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버섯을 재배하고 나서 나무가 썩으면 그것도 자연으로 돌려보내줍니다. 이것이 자연순환라는 것인데 이런 건강한 선순환의 과정이 제주적인 삶이라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로 누에도 키우고 있습니다. 누에로 천을 만들고 그 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것도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연친화 체험을 계속 개발하고 싶습니다.

안= 나에겐 책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강= 제주의 용천수란 생각이 듭니다. 항상 쏟아지는 샘물, 이것으로 제주의 가치를 지켜내는 지혜를 얻을 수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정리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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