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낳은 천재 화가 고 변시지 화백이 8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폭풍의 화가’로 불렸던 변시지 화백은 치열한 작가정신과 후진양성으로 제주 화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제주 자연을 그린 그의 작품이 세계 굴지의 미술관에 상설 전시되면서 시민들에 커다란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문화 불모지 서귀포시에 제주 최초의 미술관을 건립한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고인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치열한 작가정신을 실천한 예술가였다. 신체장애의 핸디캡 속에 절대 고독에 휩싸이며 노년기에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대학교수 시절, 제자들에게는 항상 자기의 색깔이 묻어 있는 창의성 있는 작품만을 그리도록 이끌었다. 그가 제주의 자연에서 색 영감을 얻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도 불굴의 작가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는 누구보다 고향 제주와 서귀포를 사랑한 예술가였다. 한창 이름을 떨치던 시절, 부와 명예가 보장된 중앙화단을 홀연 박차고 고향 제주에 돌아와 창작활동과 후진양성에 매진했다. 남들이 외면해 온 제주 자연을 화폭에 담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내며 제주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사실을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웅변하고 있다.

 그가 말년에 의욕을 불태웠던 박물관 건립이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다. 관광도시 서귀포시가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려는 마당에 ‘큰 별’이 홀연히 사라진 것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커다란 타격이다. 거장이 떠난 빈 공간이 너무도 크지만, 그가 씨앗을 뿌린 지역 문화예술에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삼가 고인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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