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농촌 작은학교 희망만들기<4>
임실군 유학센터, 방과후 농촌체험 프로그램 활발

최근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과 농촌지역의 고령화 추세로 농촌지역 초등학교의 학생 수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농촌지역 학교의 존립은 지역문화와 지역공동체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농촌마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농촌학교들이 폐교가 되는 사례가 많고, 또한 폐교위기에서 학교를 살려낸 사례도 많다.

전국의 농촌학교 살리기 사례를 취재해 서귀포지역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

 

▲ 전북 임실 농촌유학센터, 소규모 알찬 체험학습으로 인기몰이

최근 폐교 위기에 놓인 농촌학교를 살리고, 입시경쟁에 내몰린 도시학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으로 농촌유학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교생 16명으로 입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전북 임실군의 대리초등학교. 교사와 마을주민들이 학교를 살려내기 위해 농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

시골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전북의 초중고 현직 선생님들의 연구모임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당시 시골유학을 희망하는 도시 학부모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학교와 마을주민,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 농촌유학센터를 열게 됐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학교에서는 목공예락밴드제과제빵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계절마다 아이들이 농촌을 체험할 수 있도록 모내기감자고구마 수확 등의 각종 계절별 농가체험도 마련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교사들과 마을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통해 번져나갔고, 지난 2009년 농가에서 하숙 형태로 유학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전국에서 12명의 도시 아이들이 농가에 맡겨졌다. 전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주민들은 아이들의 숙소 건립에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대리초등학교 옆에 자신들의 300여 평의 땅을 내놓았다. 임실군도 2억 원의 건축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흙벽돌을 활용한 생태 건축 방식으로 지난해 8월,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가 완공됐다.

농촌유학센터가 생기면서 입소문을 듣고 매년 전학 온 학생들이 늘면서 지난해 전교생이 86명으로 늘었다.
농촌유학은 30여 년 전 일본에서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 시작됐다. 도시 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6개월~1년 동안 시골 농가나 농촌유학센터를 머물면서 그 지역 학교에 다니고, 방과 후에는 센터에서 마련한 다양한 시골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비롯해 농촌유학센터와 함께 아이 돌봄 서비스가 진행된다. 지역 주민 4명이 엄마품 온종일 돌봄강사로 참여해 하교한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는 물론 숙제와 동화도 읽어준다.

또한 주말에는 지역 농가의 재능기부로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분야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농가에 매달려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학교와 농촌유학센터가 제2의 부모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는 마을과 학교, 교육청임실군이 협력체계를 갖추면서 전국 유학센터 가운데 가장 저렴한 월 40만 원으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는 지난해 5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한 7개 농어촌유학센터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농촌유학의 장점은 무엇보다 좋은 자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실제로 이곳에서는 어느 것 하나 주입식 교육이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내 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 그대로의 삶을 스스로가 체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학년 당 15명이 넘지 않아 모든 교과학습이 소규모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학생 위주의 일대일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특히, 또래 친구들과 공동체 활동을 하므로 사회성도 기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도시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이곳에 와서는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반응도 뜨거워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었다. 귀농귀촌 가정도 15가정이나 된다. 지금은 집이 없어 이사를 못 올 정도다.

납읍리 금산학교마을.

▲ 제주지역, 공동주택 건립빈집 제공 등 학교살리기 한창

지난해 9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는 공동주택인 금산학교마을이 준공했다. 납읍리 주민들이 분교로 격하될 위기에 처한 납읍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납읍초등학교는 학교살리기를 추진 안했다면 오는 2015년에는 학생 수가 60명 이하로 줄어들어 분교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됐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마을주민과 출향민 등이 11억여억원을 모금하고 지상 3층짜리 4개 동에 66㎡형 24가구로 구성된 금산학교마을을 건설해 성공적으로 임대 분양을 마친 것이다. 이 마을에 입주하겠다고 신청한 가구는 모두 34가구. 이들 가구를 대상으로 마을 주민들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사 끝에 초등학교 1∼4학년 자녀를 둔 24가구를 선정했다.

금산학교마을에 들어오려면 초등학생 자녀를 2명 이상 둬야 하고, 1년에 100만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납읍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해 34명이 늘어 모두 104명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납읍초등학교는 앞으로 4∼5년간은 분교 격하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마을 관계자는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며 학교 살리기 공동주택 건립은 도시 생활자에게 귀농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젊은 농촌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통폐합 위기에 내몰렸던 남원읍 신례리 신례초등학교가 마을주민들의 외지인 유치 활동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신례초등학교는 지난해 학생수가 54명으로 도교육청이 2016년까지 통폐합 대상학교로 예고했을 정도로 학생 수가 매년 줄어 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12월 28명의 주민은 신례초등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위원장 양윤경)를 결성해 학생수 늘리기에 나섰다.

먼저 생각한 것이 마을 빈집을 고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지인들에게 2년 동안 집을 무상으로 제공해 인구 유입을 꾀하자는 것. 이를 위해 추진위원회는 4000여만원의 주민 성금을 모았다. 그리고 서귀포시 지원을 얻어 최근까지 10채의 빈집을 수리했고 현재는 4채를 더 공사하는 중이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경기, 인천과 경북 구미 등지에서 입주 희망이 쇄도해 공사중인 빈집까지 예약이 끝났다.

자녀가 두명 이상인 가족에게만 임대한다는 규정 때문에 자녀를 한명만 둔 가족들의 문의는 거절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50여가구에 이르는 주택단지를 조성해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성산읍 수산리 마을에서도 학교를 살리기 위해 임대주택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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