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소통의 길, 제주올레-1>
국내외 지자체, 제주올레 따라 걷는다!
창립 5년째를 맞은 제주올레가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제주올레의 인기 여파로 전국에는 대구 올레, 양평 올레, 강화 올레, 가평 올레 등 ‘올레’ 명칭을 사용한 걷기코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최남단 규슈 지역에도 제주올레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아 지난해부터 규슈올레 코스가 개장되고 있다. 국내와 일본 올레코스 답사결과를 토대로 각 올레코스의 특징을 분석하고 제주올레가 ‘우정과 소통’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7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 제주올레, 도보여행 선도
2008년 9월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는 ‘세계자연유산 성산 따라걷기’란 이색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00여명의 시민,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 부제가 붙은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제주의 돌담길을 걷고 오름을 오르며 바당길을 지나며 제주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출범식과 더불어 첫 공식행사를 선보인 순간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옛길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하기 위해 제주올레가 발족한 지 어느 덧 5년째를 맞고 있다. 제주올레가 지난 5년에 걸쳐 일궈 낸 변화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속도경쟁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통해 진정한 치유와 힐링을 선사하며 도보여행을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전파시켰다.
제주올레의 인기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제주의 속살을 걷기 위해 올레꾼들이 속속 모여들며 제주도의 숨겨진 가치에 흠뻑 빠져들었다. 올레코스 주변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 등이 속속 생겨나고, 서귀포시 대표적 재래시장인 아케이드 상가명칭이 ‘매일올레시장’으로 바뀌었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새로운 삶의 가치에 눈 뜬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귀농귀촌과 이주민 행렬이 부쩍 늘어나면서 매년 하향 추세이던 서귀포시 인구가 이제는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전국의 각 지자체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제주올레의 성공사례에 주목하며, 제주올레 벤치마킹을 토대로 길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최근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조성된 도보여행길은 무려 595곳(총 길이 1만767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서 비롯된 걷기열풍이 빠른 속도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 전국 각지에서 올레길 개통
전국적으로 도보여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주올레와 비슷한 걷기코스를 만들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올레에 가장 손을 내민 곳은 대구광역시. 대구녹색소비자연대란 시민단체가 시민들에 도보여행을 권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2007년 12월 제주올레 특강 초청을 마련했다. 이어 제주올레의 자문과 도움으로 2008년 대구올레 1코스 ‘금호숲길’을 개장한 이래 대구올레 2개 코스와 팔공산 올레 8코스를 4년에 걸쳐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삼별초 항쟁으로 제주도와 역사적 인연이 깊은 강화도에도 강화올레란 걷기코스가 생겨났다.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과 막역한 사이인 한의사 이유명호씨가 일찌감치 강화도 전역의 답사를 토대로 역사와 문화가 깃든 두 군데 걷기코스를 만들었다. 강화올레는 당초 제주올레보다 먼저 만들어진 걷기코스였으나, 최근에는 강화군청이 의욕적으로 발굴한 ‘강화 나들길’에 흡수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 가평군에도 2010년 가평 올레길이 완성됐다. 가평군이 (사)제주올레로부터 운영 컨설팅을 받고 총 10개 코스에 걸쳐 올레길을 조성했다.

인근 양평군에도 지난 3월 제주올레길과 닮은 트레킹 코스 2개 구간이 개설됐다. 특히 ‘물소리길’ 명칭이 붙은 이 걷기 코스는 제주올레팀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작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 일본 규슈에도 올레코스 탄생
제주올레의 인기는 국내를 벗어나 현해탄을 건너 일본을 강타했다. 일본의 최남단 규슈(九州)지역에서 제주올레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지난해 3월 규슈올레 4개 코스를 문 열었다. 약 1년 뒤인 지난 2월에는 2차 코스 4곳이 추가로 개장됐다.
규슈올레는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크게 감소한 한국 관광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규슈관광추진기구에서 야심차게 시도한 카드였다. 일본 규슈에서 제주올레에 매년 업무 제휴비를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제주올레가 해외에 수출한 제1호 수출품에 해당된다.

규슈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은 규슈 곳곳의 올레코스에서 제주올레의 상징인 빨강 파랑의 길표식 리본을 접하며 뿌듯한 감동을 접하게 된다. 규슈올레 개장을 계기로 규슈에도 한국 관광객들의 행렬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규슈의 각 지자체에선 제주올레를 활발히 답사하며, 자기 고장에 올레길을 만들어달라고 (사)제주올레 측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제주올레가 퍼뜨린 ‘힐링’과 ‘치유’ 바이러스는 한국과 일본에 속속 파고들며 양 국민들에 걷기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도보여행의 선구자 제주올레는 이제 걷기열풍 주도역할에서 벗어나 ‘우정과 소통’ 의 거점역할을 떠맡으려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