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우정과 소통의 길 제주올레- 2. 대구올레

대구올레 1코스 솔숲길.

▽ 걷고 싶은 도심 위해 올레길 개발

자동차 많고 아파트단지 빽빽한 대도시 대구에도 제주올레와 닮은 길이 있다. 시민단체인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구올레’가 바로 그것.

당초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시민들에 보행권을 되돌려주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하던 터에, 우연히 제주올레 개장준비 소식을 접했다. 이에 2007년 12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을 초청해 특강을 마련한 이후, 대구에도 걷기와 여행을 접목한 길 만들기에 착수했다. 제주올레로부터 ‘올레’ 명칭 사용도 허락받았다.

대구올레 1코스(금호숲길)는 제주올레 출범 시기와 비슷한 2008년 9월 시민들에 처음 선보였다. 이후 대구시내를 중심으로 대구올레 2개 코스와 팔공산을 중심으로 팔공산 올레 8개 코스가 잇달아 만들어졌다.  

대구올레 6코스 단산지 산책로.

지난해 8월에는 각각 떨어져 있던 팔공산 올레길에 4개의 연결코스가 생겨났다. 팔공산 올레코스가 하나로 이어진 셈. 이로써 대구올레는 전체 12개 코스로 구색을 갖추게 됐다. 

대구올레 이정표.

대구올레가 첫 선을 보인 것을 이후 최근 대구에는 앞산 자락길, 신천-금호강길, 달성보 녹색길 등 걷기코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 간에 도보여행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개발 등 토목공사 망치질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한적한 강변 오솔길을 배경으로 처음 만들어진 대구올레 시내 코스에는 벌써 도로가 끊기고 일부 코스가 변경되며 신음을 앓고 있다.    

대구올레 4코스, 사과밭이 있는 평광동 마을 전경.

    
▽ 팔공산에 역사와 문화 입히다

도보여행의 진원지 제주올레가 산과 바다, 돌담 등 독특한 풍광이 특징이라면, 대구올레는 숨겨진 보배 같은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대구시 외곽에 자리 잡은 팔공산은 신라시대부터 ‘아버지의 산’으로 섬김을 받아 온 명산. 유서 깊은 문화재와 사찰이 산재해 있고, 다양한 생태자원이 널려 있다.  

대구올레 7코스 동화사에서 폭포수 가는 길.

팔공산 올레코스의 하나인 6코스는 총 연장 7.2㎞의 걷기 코스. 불로동 고분군을 출발해 단산지 저수지, 봉동토성을 마을회관에 도착하면 3시간 정도 걸린다. 6코스 출발지점에 들어선 214기의 옛 무덤은 여행객들을 5~6세기 삼국시대로 되돌려놓는다.

또한 왕건이 전투에서 견훤에 참패했던 역사 이야기도 깃들어 있어, 역사현장을 체험하기 위한 시민과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저수지를 바짝 끼고 한 바퀴 도는 호수 주변은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인기가 높다. 3년 전 6코스를 답사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역사의 흔적이 생생한, 아름다운 올레길이 도심 속에 만들어진데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구올레 6코스 불로동 고분군.

팔공산에는 이외에도 시인의 길, 대구사과 만나는 길, 황금들녘 길, 폭포골 가는 길, 나무꾼의 옛길 등 이미 있던 자원으로 다양한 길이 만들어졌다. 종전 등산과 피서, 외식 등을 위해 찾았던 시민들은 팔공산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재, 생태 등을 접하며, 바야흐로 도보여행의 즐거움에 눈이 뜨이고 있다.   

▽ 시민해설사 양성, 걷기축제 개최

제주올레의 간새인형처럼 대구올레에서는 녹색운동화가 이정표 역할을 맡고 있는 로고다. 생명의 상징 푸른 녹색길을 느린 걸음으로 함께 걷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시민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대구올레를 만든 취지대로, 시민들을 걷기에 동참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올레길 특징과 역사문화, 생태자원 등을 설명하는 시민해설사 양성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각급 학교나 단체 등에서 함께 걷기를 신청하면, 일정 후원금을 받고 대구올레와 시민해설사의 지원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올레에서의 역사문화 체험교육.

또한 2011년부터 대구올레 시민축제를 2년간 개최한바 있다. 지난해 9~10월에는 팔공산 8개 코스를 8주 동안 걷는 ‘888 대구올레 함께 걷기’도 선보였다.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인 음악애호가들을 중심으로 2010년에 올레밴드를 창설한 이후, 매년 정기공연을 펼치고 있고, 올레송도 제작 보급하고 있다. 올레길의 유지 보수를 위한 올레길 지킴이를 양성하고자 트레일러 매니저 양성과정도 올해부터 신설하고 있다. 앞으로 공예강좌 개설과 더불어 친환경 먹거리 보급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해부터 신설된 트레일러 매니저 양성과정.

현재 대구올레가 껴안은 고민은 무분별한 도심개발에 따른 도로 원형훼손과 사유지 통행제한, 자체 수익확보 방안 등이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대구올레의 지속가능한 유지관리를 위해 시민들 스스로 도보여행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현모, 최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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