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8. 지도에 없는 마을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동남초등학교 6학년 제성은 군과 어머니 전미정 씨다. 마른장마로 유난히 무더운 여름날 오후, 시원한 성산일출도서관 해오름독서회 사무실에서 최양선 장편동화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고 즐거운 독서 데이트를 진행했다.

동남초 6학년 제성은 군과 어머니 전미정씨.

이용호(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이’) = ‘지도에 없는 마을’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요?
제= 아니요. 저는 이 동화는 동화일 뿐 실제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위성이 발달해 GPS로 다 찍히기 때문에 지도에 없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동화제목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이= 나는 지난해에 환갑을 지냈지만,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좋은 어린이 책’을 같이 읽고 서로 독후감을 얘기 해보려고, 두 번이나 읽었어도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군요.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알겠나요?
제= 지금의 현실과 비슷하게 이 동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것 더 좋은 물건, 사물에 집착하고 소유하는데 욕심을 내다가 그만 사람이 물건 그 사물로 변해 버립니다. 물건보다는 정말 소중한 존재인 사람과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시 되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 보담이와 소라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거대한 고물상’이 도시에서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성은이는 궁금한 점을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든지.., 성격이 어떤가요?
제= 네. 저도 궁금한 것은 조금 시간이 걸려도 꼭 물어보고 그 답을 찾아냅니다. 주인공 보담이는 저와 같은 남자인데 사물을 보는 눈이 예리하고 작은 것에도 흥미를 갖는 관찰력이 뛰어나 보였습니다.

이= 거대한 고물상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비밀의 추적 과정에서 사람이 물건으로 변화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 고물상의 출입제한구역에는 사람이 물건으로 변한 것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딸은 휴대폰으로,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머루는 게임기로, 예쁘고 젊어지고 싶어 하는 주인공 보담이의 어머니는 화장품 냉장고로, 더 좋은 텔레비전을 찾는 할아버지는 TV로, 장난감을 좋아하는 꼬마는 로봇으로 변했습니다.
전= 동화작가는 수많은 고물들 중에서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물건을 대표적으로 골라서 예를 든 것 같습니다.

이= 그러면 조금 어려운 질문이지만 바다마녀가 쇼핑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물건으로 변하게 만든 이유, 즉 마녀가 왜 복수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제= ....
전= 오염되지 않은 청정 바다에 살던 마녀가, 마구잡이 개발로 파괴되는 자연과 충분히 사용 가능한 물건을 새 것으로 바꾸는 인간 세상에 느꼈던 실망감이 복수심으로 변했고, 거대한 고물상은 그 복수를 위해 만들어 졌음이 밝혀집니다.
제= 바다마녀는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그 물건으로 바꾸었지만 사실은 복수 하려는 게 아니고 “안타까워서”였습니다.   
 
이= 소라가 깊은 바닷속 동굴에서 발견한 인어 공주 모양의 유리 조각 그리고 그 바닥에 새겨진 이상한 무늬에 관심을 가져 보았나요?
제= 네. 처음에는 바닥의 무늬가 잘 보이지 않아서 저도 이 부분을 지나칠뻔 했는데, 나중에 그 무늬가 “B”(베르카나)와 연결됐을 때 이해가 되었습니다.
전= 성은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에서 베르카나의 뜻을 찾아 보았습니다. 룬 문자인 베르카나는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고, 고대 게르만족이 점술에 사용한 부호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이=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기적 욕망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성은이는 어떤 물건에 관심이 많나요? 어머니는 이 동화책의 어느 구절이 마음에 와 닿나요?
제= 저는 악기를 보게 되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자꾸 많아집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는 바이올린, 첼로, 기타, 플룻이 있어요. 욕심과 집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 “물건과 하나가 되어 물건으로 변한 것 ..... 그건 인간들이 자초한 일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 ..... 끊임없이 사고 버리면서 그들의 마음과 감정은 사물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어. 겉모습만 인간일 뿐이지. 마음과 감정이 사라진 이들은 사물일 뿐이야.” 이 말속에 작가의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서는 3년 전부터 매년 어린이, 청소년, 일반을 대상으로 각각 10권의 책을 선정해서 서귀포시민들이 함께 읽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선정도서를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제= 1년전 제가 5학년 이었을 때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에서 저희 반을 대상으로 선정도서 릴레이운동을 펼친 적이 있어요. 그 기회로 위원회를 알게 되었고 선정도서를 읽게 되었어요. ‘콩! 너는 죽었다’ 책을 시작으로 선정도서를 접하게 되었어요.
전=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심하다가 서귀포 시민의책으로 선정된 책을 우선적으로 읽게된 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찾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인생의 지침이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은이의 꿈은 무엇인가요?
제= 저는 지금 첼리스트를 꿈꾸고 있어요. 첼로를 배운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악기를 연주할 때 제 마음이 기쁘고 이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이= 오늘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나이 먹은 내가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높은 이해력과 성숙함에 많이 놀랐습니다. 어머니께서 숙제를 대신해 주신 것 아닙니까?
전= 그럴 리가 있나요! 동화책을 읽고 3세대가 공감하는 것이 아주 유익했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운동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정리 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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