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를 찾아- <2> 추사의 삶의 흔적

추사 김정희 선생의 발자취는 그의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시작한다. 김정희가 나고 자란 추사고택을 비롯해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었다는 백송, 화암사 병풍바위에 새겨놓은 글자 등 추사와 관련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산군 문화관광해설사 김선자(51.여)씨는 "그의 뿌리가 모두 여기 있다"는 말로 시작점에 섰다는 설레임을 안겨준다.

▲ 솟을대문 사이로 보이는 추사고택

▷ 김정희가 나고 자란 추사고택 = 충남 예산군 용궁리에 있는 추사고택은 추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신이 영조의 둘째 딸인 화순옹주와 결혼하면서 영조로부터 하사 받은 53칸 규모의 집이다. 당시 충청도 53개 군현에서 한 칸씩 건립비용을 부담해 지었다고 한다. 현재의 고택은 1976년에 그중 일부만 복원된 모습이다.

추사고택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에 자리 잡은 사랑채와 먼저 마주한다. 'ㄱ'자 남향집인 사랑채는 남쪽에 한 칸, 동쪽에 두 칸의 온돌방이 있고, 나머지는 대청과 마루로 되어 있다. 사랑채 댓돌 앞에는 화단이 있는데 네모난 돌기둥이 하나 새워져 있다. 김정희가 직접 제작했다고 하는 이 돌기둥은 해시계로 쓰였다. 약 1m 높이의 돌기둥에는 석년(石年)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이는 김정희의 아들 김상우가 추사체로 써서 새긴 것이라고 한다.

사랑채보다 한 단 높은 곳에 지어진 안채는 'ㅁ'자 모양으로 6칸의 대청과 2칸의 안방, 그리고 건넌방, 부엌, 광 등을 갖추고 있다. 안방과 건넌방 밖에는 각각 툇마루가 있고 부엌 천장에는 다락으로 돼 있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있는 6칸 대청은 흔치않은 규모의 마루이다. 이 같은 건축구조는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에 분포돼 있는 이른바 '대갓집' 형이다. 솟을대문과 사랑채를 비롯해 안채 기둥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서예가의 고택답게 수많은 주련들이 감싸고 있다.

안채에서 나와 수선화 씨앗이 뿌려진 화단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김상무가 세운 영당이 있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터라 탁트인 경관을 볼 수 있는 영당에는 김정희의 초상과 추사영실(秋史影室)이라는 현판이 세워져 있다. 김정희 평생의 벗 권돈인은 영당 세우는 일을 돕고 추사체로 추사영실이라는 현판을 직접 썼다. 또, 김정희의 제자였던 이한철에게 대례복을 입은 김정희 초상을 그리게 했다. 권돈인은 이 초상화에 찬문을 쓰고 김정희를 추모하는 여덟수의 시를 지어 김상무에게 줬다. 현재 초상화의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현판의 원본은 간송미술관에 있다.

▲ 안채로 들어가는 길
▲ 추사 김정희의 묘

▷ 백송, 화암사 병풍바위 등 흔적 남아= 고택 주변에는 추사 김정희의 묘가 자리해있다. 1937년 이장해 두 부인 한산이씨와 예안이씨와 함께 3인이 합장돼 있다. 추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와 부군인 월성위 김한신의 합장묘도 있고 그 옆에는 화순옹주의 정절을 기리고자 정조가 내린 열녀문이 위치해 있다.

추사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건립된 추사기념관에는 추사의 탄생부터 추사체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다목적영상실, 다목적 체험실 등이 갖춰져 있다.

김정희가 25세때 중국에서 들여와 고택 인근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은 백송은 여전히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원래 밑에서부터 세 가지로 갈린 수형이었는데 서쪽과 중앙의 줄기가 고사했고 현재는 동쪽 줄기만 남아 있다. 예산의 백송은 천연기념물 제106호로 지정됐다. 백송공원도 조성돼 있다.

추사 집안의 개인 사찰이었던 오석산 화암산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화암사 대웅전 뒤편에는 높이3~4m, 길이 30여m인 병풍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 바위에 詩境(시경)이라는 예서 글씨와 天竺古先生宅(천축고선생댁)이란 글자를 새겨놓았다.

▲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은 백송

 

▷ 추사밥상 등 추사 관련 문화사업 개발 = 예산군은 지난 2010년부터 예산 향토산업추진단을 구성해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향토문화사업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 추사서체 개발, 추사스토리 발굴, 추사관련 상품 디자인 개발 뿐만 아니라 추사문화상품 개발업체 지원, 홍보.체험관 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추사의 일생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동화&만화책' 문화사업과 예산 지역의 다채로운 식자재를 활용해 소박하고 서민적인 추사 김정희의 이미지와 접목시킨 '추사밥상'이 대표적이다. 또,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추사향토자원을 기반으로 한 추사 체험프로그램과 사과와인, 삽다리 전통한과, 쨈 등 다양한 추사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 화암사 병풍바위에 새긴 추사의 글자

문화관광해설사 김선자씨는 "추사 고택에 1박 2일 동안 머물며 추사 선생의 전통문화 및 지혜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택과 그 주변일대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추사길 개발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형진.박소정 기자>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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