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소통의 길, 제주올레 5-규슈올레 상>
지난해부터 8개 코스 개장, 관광객들 들썩
일본의 규슈에는 제주올레의 첫 수출품으로 규슈올레가 생겼다. 규슈올레는 지난해 2월 4개 코스에 이어 올해 2월에도 4개 코스가 만들어져 한국 관광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제주올레와 우정과 소통의 상징인 규슈올레 코스 가운데 다케오 코스, 오쿠분고 코스, 히라도 코스 전역을 걸어보았다.
▲ 규슈올레의 시작은 다케오 코스
일본 규슈올레 제1코스 다케오코스의 시작은 사가현 다케오시의 다케오온천역이다. 다케오코스는 규슈의 행정‧ 경제의 중심 후쿠오카시에서 열차 또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지난해 2월 (사)제주올레가 참가한 규슈올레 개장행사에서 다케오 코스는 아마쿠사‧ 이브스키‧ 오쿠분고 코스 등과 함께 한국인들에 처음 선을 보였다.

다케오시는 사방을 에워싼 산들 속에 고요히 자리잡은 오래 된 온천마을. 신비하게 생긴 거대한 녹나무들과 오래 된 역사를 지닌 온천들, 90여개의 도자기 가마 등이 있는 풍광이 수려한 산골 마을이다.

다케오 코스의 출발점인 다케오온천역 종합관광안내소. 다케오 시민 명의로 ‘환영 다케오에 어서 오세요!’라 한글 안내문이 한국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온천역을 나서 도심을 가로지르면, 대나무 숲이 울창한 시라이와 운동공원을 만난다.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는 일본식 정원과 지장보살상이 있는 전통사찰 기묘지 절이 반긴다.

수로를 따라 도착한 인공호수 주변에는 보양촌 등 휴식시설과 사가현 우주과학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산악유보도에서 상급자와 일반인 등 2개 코스의 하나를 골라 전망대에 오르면, 산속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시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케오신사 옆 대나무 숲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수령 3000년의 거대한 녹나무가 생명의 신비와 영험한 기운을 선사한다.

지난 4월 개관한 시립도서관은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다케오코스의 명소. 서가와 열람실 구분 없이 커피를 마시며 간편하게 책을 읽거나 빌려 볼 수 있다.

작은 불상들이 산속 곳곳에 들어선 사쿠라야마공원을 지나면 종점인 다케오온천의 랜드마크인 누문이 들어온다. 다케오코스는 14.5㎞에 약 4시간이 걸린다.
▲ 웅장한 자연미 돋보이는 오쿠분고 코스
오이타현에 위치한 오쿠분고코스도 지난해 2월 규슈올레 개장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분고오노시에서 다케타시에 걸친 약 11.8㎞의 걷기코스로, 4~5시간이 소요된다.

아소화산과 구쥬산의 웅장한 위용과 유서 깊은 사찰, 옛 성터, 주상절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풀벌레, 새소리 등을 접할 수 있다. 상쾌한 자연을 느끼면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힐링 코스로서 인기가 높다.
시작점인 아사지역은 작고 소박한 시골의 간이역. 한적한 산골마을이라 당초 역장이 없었으나, 올레의 인기여파로 지난해 11월부터 관광안내소가 들어서고 안내원도 배치됐다.

올레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벚꽃과 단풍 명소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유자쿠 공원. 2㎞ 정도 걸으면 수국으로 유명한 후코지 절에 이른다.

절 주변에는 높이 20m, 폭 10m로 규슈 최대 규모인 부동명왕 마애불이 암벽에 새겨져 있다. 그 옆에는 거대한 석불이 있어 신령스런 기운이 감돈다. 불당 안에는 방문객들이 피아노를 치며 예불하도록 피아노가 갖춰져 있다. 주지스님이 유난히 음악을 아껴 ‘피아노 절’로도 불린다.

시간이 멈춘 듯 인적 드문 시골길은 물살이 드센 청류에까지 이어진다. 강변 곳곳에는 아소산 분화여파로 생겨난 주상절리가 육각형 암석을 길게 늘어뜨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계곡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넘으면 오카산성 터에 닿는다. 근세성곽의 옛 산성 터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으나, 지금은 돌담과 성벽의 이끼만 가득해 그간의 세월을 얘기해 준다. 성터 언덕에서는 ‘규슈의 지붕’ 구주연산과 아소산, 소보산 등 장대한 산맥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성을 내려오면 ‘작은 교토’라 불리는 성 아래의 오래된 작은 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아담하고 소박한 성하마을에는 하얗게 벽을 칠한 무사가옥과 16 나한상 등이 볼거리다. 종점 분고다케타역 주변에는 온천시설이 풍부하다. 여행객들은 역 주변에서 족탕을 즐기며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 있다.
▲ 이국적 정취 물씬, 히라도 코스
규슈 서북단 나가사키현 히라도시에 지난 2월 올레코스가 생겼다. 히라도는 1500년에서 1641년까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과 교역을 펼치며 ‘서쪽의 도읍’이라 불릴 정도로 풍요로운 과거를 지녔다. 옛날부터 동아시아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며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도시다.

히라도 코스는 히라도항 교류광장에서 출발해 히라도온천 팔탕‧ 족탕까지 13㎞에 이른다. 소요시간은 약 4~5시간. 일본 개화시기의 역사와 문화, 종교유적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걷기코스의 시작 항구주변에는 서양식 조각품과 다리 등 건축물이 남아 있어 옛 국제무역항의 면모가 엿보인다. 항구주변 도심을 벗어나면, 일본 밀교의 발자취인 88개의 불상이 들어선 사이쿄지 절에 닿는다.

마을길을 지나 울창한 편백나무 숲길을 한참 오르내리다 보면, 히라도코스의 백미 가와치도오게가 나타난다. 일본 사이카이 국립공원 내 해발 200m에 펼쳐진 약 30ha의 초원은 제주의 봉긋한 오름 풍경과 자주 비교된다.
언덕 정상에서는 히라도 내해와 현해탄의 섬들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사방으로 펼쳐진다. 여름에는 녹색의 초원, 가을에는 은색 억새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한적한 숲길을 우회하면 히라도의 일상이 담긴 골목길이 이어진다. 마을로 내려오는 골목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자비에르 기념교회. 일본 최초로 카톨릭을 전파한 프란시스코 자비에른 신부를 기념해 1931년에 건립한 고딕양식의 사원이다.

이어지는 내리막길에는 임제종 사원인 쇼쥬지 절이 위치해 있다. 특히 일본 전통 쇼쥬지 절의 지붕 누각 위로 자비에르 교회의 첨탑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마치 합성사진을 연상케 한다. ‘사원과 교회가 있는 풍경’은 히라도코스에만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정경이다.

일본 최초의 서양건축물을 복원한 네덜란드 상관과 수령 400년의 거대 소철나무에 이어 오밀조밀 붙어 있는 이층 상점가를 지나면 종점인 팔탕과 족탕에 이른다. 종점 주변의 항구 저편에서는 히라도의 상징 히라도성이 여행객들의 방문을 손짓하듯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이현모. 최미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