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 드문 가뭄으로 제주도 전역이 바짝 말라가며 농심도 타들어가고 있다. 여름 내내 이어진 기나긴 가뭄으로 1차 산업 주산지인 서귀포시에는 재난에 가까운 피해가 우려되고 있으나, 하늘만 쳐다볼 뿐 속수무책인 상태다. 농업단체와 일선 행정기관 등이 잇달아 기우제를 봉행하며 하늘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고대하던 비 소식은 당분간 없다는 게 기상청 예보다.

이번 가뭄은 예로부터 가뭄피해가 심했던 대정, 안덕 등 서부지역보다 동부지역에서 훨씬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서부지역에는 숱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충이 이뤄진 반면, 동부지역은 다소 미진한 탓이었다. 용천수나 연못 등 물이 고이는 곳이면 양수기가 투입될 정도로 안타까운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의 기상이변으로 농업재해에도 새로운 변화가 초래되고 있어 새로운 가뭄대책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가들이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주위의 따뜻한 손길은 가뭄 속의 단비가 되고 있다. 일부 민간기업이나 행정, 주민들은 사설  저수지나 급수차량 등을 농가들에 선뜻 제공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에도 바쁜 와중에 비싼 기름값을 손수 지불하며 회사차량을 농업용수 공급에 우선 투입함으로써 가뭄에 지친 농가들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 바다로 흘러드는 용천수를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에 처음 선보인 사랑의 밥차가 전국적 수범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의 공익활동, 자원봉사자들의 희생, 행정기관의 지원 등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수눌음 정신이 이어져 온 따뜻한 협동사회다. 민관이 하나 되어 최악의 가뭄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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