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어 일본 관광객도 증가, 편의시설은 부족

제주올레가 지난해 2월 일본 규슈에 수출된 이래 1년 반을 맞고 있다. 규슈올레는 한국 방문객들에 규슈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과연 규슈올레 탄생 이후 소기의 성과는 이뤄지고 있는가. 규슈지역엔 어떤 변화가 생겨나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현지답사와 전문가 면담 등을 통해 살펴본다.

▲ 13개월 동안 한국관광객 1만6천명   
규슈올레의 운영과 관리, 홍보업무 등 사무국 역할은 규슈관광추진기구가 맡고 있다.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 규슈지역 7개 현의 공동출자로 구성된 기구다.

 

규슈올레 1코스 다케오 코스 시작점에 내걸린 한글 안내문.

 

규슈관광추진기구는 규슈올레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동안 관광객 변화추이를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규슈올레를 걷기 위해 규슈를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 수는 약 8000명에 달했다.

이는 한국의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상품으로 방문한 수치. 한국인 여행자는 교통기관과 숙박만을 예약하는 개인여행이 많아, 실제로는 그 2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케오 코스 출발점에 시판 중인 돼지고기 불고기 도시락. 규슈지역 음식경연대회에서 2년 연속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일본인 여행자도 약 5000명에 달한다. 당초 한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규슈올레가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일본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묘질 절에선 올레 여행객들에게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러한 관광패턴 변화에 대해 일본 여행업계에서는 기대 이상이라며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전의 유명 관광지 위주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까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관광시장이 새롭게 개척된 사례라는 반응들이다.

 

다케오 코스 종착지점에 들어선 온천과 숙박시설. 

 

규슈올레의 인기는 활발한 언론홍보와 무관하지 않다. 규슈올레 출범을 전후해 그동안 한국의 유력 언론사와 방송국 등이 특집기사 제작을 위해 50여 차례나 규슈를 방문했다.

 

다케오 코스 내 다케오 시립도서관 실내에는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이 들어설 정도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도 60여회에 걸쳐 특집기사를 실었다. 규슈올레 방문자들 중심으로 인터넷 블로그에 여행담을 소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다케오 온천역 주변에는 매일 아침 벼룩시장이 열려, 주민들이 각자 준비한 채소와 물건 들을 교환하거나 구입한다.

 

규슈관광추진기구의 한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인 관광객 유치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으나, 요즘엔 취재요청 언론사를 선정할 정도가 됐다”고 귀띔한다.

▲ 일본다운 길, 새롭게 조명 받아     
규슈올레가 벌써부터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활발한 언론홍보에 힘입어 규슈올레에 대해 잘 아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히라도 코스의 이국적 거리 풍경. 

 

지난 두 차례 열린 규슈올레 개장행사에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두 나라의 유력 언론사가 대거 몰려들어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히라도  코스의 가와치도우게 언덕에서 일본인 학자들이 식물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표면적 이유를 떠나,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속살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인기비결의 하나다. 규슈올레를 걸으며 일본 정원과 사찰, 온천문화, 묘지형태 등 그동안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일본다운 것’들을 흠뻑 보고 즐기게 된다.

 

국제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던 히라도항 주변.

 

쓰레기 하나 뒹굴지 않는 깨끗한 환경, 낯선 이방인에 선뜻 차 한 잔 건네는 시골 할머니들의 소박한 인심도 여행에서 얻는 덤이다. 

 

히라도 항 언덕에는 히라도의 상징 히라도성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규슈올레의 전체 8개 코스 가운데 한국 관광객 방문이 가장 많은 오이타현 오쿠분고 코스. 올레 인기여파로 지난해 11월 상주인력이 배치된 관광안내소에는 제주올레 마스코트인 간세인형 등 기념품이 시판되고 있다. 올레 코스 도중에 먹을 곳이 없는 여행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전 주문 시 코스 중간까지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히라도항 주변에 세워진 자카르타 소녀상. 기독교 보급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 외국 혼혈아를 출산한 소녀들이 인도네시아 등지로  강제추방된 것을 기념해 조각이 세워졌다.

사가현 다케오 코스에도 최근 올레길 걸은 뒤 온천에 머무는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거리 곳곳에 한글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나가사키현 히라도 코스의 일부 숙박업소에선 한국인 체류관광객 유치를 위해 저렴한 요금의 1박 2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히라도 코스 여행자가 종점에서 족탕을 즐기며 여독을 씻고 있다. 

 

최근 규슈올레 관련안내센터엔 일본의 시골집에서 홈스테이 하려는 한국 관광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규슈올레를 통해 제주올레를 알게 된 일본 관광객들도 바야흐로 제주여행 채비에 나서고 있다.       

▲ 접근불편․ 비용부담 등 과제 산적
규슈올레는 개장 1년 여 만에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무엇보다 주요 타깃인 한국인 여행자들은 접근 불편과 체재비 부담 등을 호소하고 있다.

 

오쿠분고 코스의 출발점 관광안내소에는 간세인형 등 제주에서 건너온 기념품들이 시판되고 있다.

 

규슈의 면적은 남한 전체의 3/4에 해당되며, 7개 광역지자체가 들어설 정도로 광활한 편. 지난 2년 동안 8개 코스가 조성된데 이어 내년 2월에도 4개 코스가 생겨날 예정이다.

 

오쿠분고 코스의 종점 다케다 온천역 주변에도 여행객들을 위한 족탕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올레코스를 제주도처럼 하나로 잇기가 힘든 데다, 대다수 코스가 도심 외곽에  산재한 탓에 대중교통 이용에 다소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오쿠분고 코스에는 식당이 없어 관광안내소에서 미리 도시락을 예약받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올레코스에 들어선 전통여관 등 숙박시설은 1박2식에 최소 1만엔(약 11만5000원)을 받고 있어 한국 여행객들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올레코스마다 식당과 편의점, 화장실 등이 모자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오쿠분고 코스의 후코지 절 불당에는 여행자들이 스스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피아노가 갖춰져 눈길을 끈다.

 

각 지자체에선 규슈올레의 인기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시키려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 편의차원에서 유스호스텔이나 식당, 편의점 개설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편이다.

 

오쿠분고 코스의 오카산성 터에서는 규슈의 최고봉 구쥬연봉과 아소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절경을 선사한다.

 

현재 올레코스의 유지 관리를 위한 보수비용은 해당 지자체에서 맡고 있으나,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비용 확보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의 시골을 연상케 하는 오쿠분고 코스 내 아담함 마을 풍경.

 

규슈관광추진기구는 매년 각 지역에 올레코스를 꾸준히 개설함으로써 대중교통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체험코스 완주를 인증하는 올레 패스포트도 도입함으로써 여행객들에 여행의 즐거움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현모. 최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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