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를 찾아 <6>
다시 살아나는 예술혼, 서귀포의 과제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생전 머물렀던 주요 지역은 모두 그를 기리는 시설이 생겼을 만큼, 현재 그의 삶과 작품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태어난 생가와 무덤이 함께 공존하는 충남 예산군, 죽음을 맞기까지 거주하며 작품세계를 정리한 경기도 과천시, 그리고 생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빛나게 만들었던 유배지 제주도 서귀포시까지….

<서귀포신문>이 살펴본 지역들 모두 추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임에 분명하며, 그렇기에 의욕적으로 기념관 등을 마련해 추사를 알고 싶은 이들의 발걸음을 모으려 하고 있다.

■ 예산군에 있는 추사고택. 이곳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충남 예산군에는 김정희가 나고 자란 고택, 김정희와 두 부인(한산-예안 이씨)의 합장묘, 추사기념관, 백송 및 백송공원, 필적암각문(바위에 새겨진 글씨) 등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고택, 25살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천연기념물 백송나무, 죽어서 아내와 함께 묻힌 합장묘까지, 주로 삶의 처음과 끝 시기와 함께한 옛 흔적들로 꾸려져 있다.

예산군은 이런 특성을 십분 살려 어린이 대상 고택 체험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전시물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 추사길도 곧 개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예산군 관광시설사업소가 예산군의 추사 유물-작품 46점을 해설한 추사기념관 도록 ‘추사의 묵적을 따라 걷다’를 발간했다.

■ 남양주시 실학박물관과 업무 협약을 맺고 내실있는 운영을 준비하는 과천시 추사박물관

이런 예산군과 다른 방식으로 추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과천시 추사박물관이다. 노년의 추사가 살았던 고즈넉한 과지초당, 그 옆에 자리잡은 추사박물관은 과천시가 1996년부터 의욕적으로 밀어온 추사정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생애-학예로 구분해 짜임새 있는 전시시설, 일본 학자 아키나오 치카시의 기증 자료, 전용 전시공간 등은 내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남양주시 실학박물관과 업무 협약식을 맺으며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 현재 추사유배지 위치 이전에 유배지가 있던 터. 추사유배길은 옛 유배지, 대정향교 등 역사가 남아있는 다양한 공간에 산방산, 안덕계곡 등 자연도 함께 어우러진 장점이 있다.

서귀포시는 외적인 예산군, 내적인 과천군의 특성이 하나로 묶어진 지역이라 평가할 수 있다. 2010년 개관한 제주추사관에는 보물 26점을 포함해 소장품 106점이 있고, 추사가 제주지역에서 남긴 작품이나 제주와 연관된 작품 등 지역과 이어진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8년 3개월의 유배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배지는 제주 전통자택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하며, 유배지 일대를 중심으로 세 방향에 걸쳐 뻗은 추사유배길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사업으로 추진된 바 있다.

수려한 자연을 벗 삼아 보고 걸으며 추사를 만나는 서귀포시는 예산과 과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장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사유배길 마다 설치된 안내석에는 제주와 추사를 이어주는 내용이 적혀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제주추사관은 개관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전용 홈페이지가 없는 상태다. 세련된 디자인과 구성이 돋보이는 과천 추사박물관 홈페이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연중 행사로 기획전을 개최하며 다도체험-탁본체험을 개최하는 등 나름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지만, 보다 발전된 프로그램에 대해서 고민하는 방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추사관-유배지-유배길을 한데 묶는 적극적인 연계 방안 모색이 필요하며, 관련 단체, 시설과의 협약 등을 통해 색다른 컨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형진-박소정 기자>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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