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에 중국 관광객과 올레 여행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면서 지역상권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 도심상권인 중정로와 명동로 일대에는 불과 3~3년 전만 해도 저녁 8시면 암흑의 도시로 변할 만큼 경기가 그야말로 썰렁했다. 하물며 도심 외곽의 이중섭 문화거리에는 대낮에도 빈 점포가 눈에 띌 정도로 한산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 귀신이나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는 비아냥도 나돌았다.

 하지만 명동로와 이중섭 거리는 ‘상전벽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새롭게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2010년을 전후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개선 사업이 이뤄지면서 상권 일대에 새로운 활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다소 물의가 뒤따랐지만, 디자인과 간판개선도 뒤따르면서 상권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명동로와 이중섭거리를 중심으로 상인회도 생겨나면서 지역주민 스스로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명동로와 이중섭 거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제주올레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 발길이 뜸한 이곳이 제주올레 코스에 포함되면서 이중섭미술관 주변에 올레꾼들의 발길이 꾸준히 넘쳐나고 있다. 덩달아 거리 주변에는 공방이나 여행자쉼터, 카페 등 관광객과 젊은 계층이 선호하는 점포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명실상부 ‘문화의 거리’ 면모를 성큼 갖추게 됐다.

 이렇듯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모처럼 상권 활성화를 맞고 있는 이중섭 거리 일대에 최근 먹구름이 드리워져 상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중섭 거리의 대표적 상가 밀집지역인 삼일빌딩에서 노후건물 안전진단을 이유로 일방적인 임대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주의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서귀포시의 문화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중섭 거리가 기존 상권의 변화로 인해 또 다시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서귀포시는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 온 상인들의 노력과 이중섭 거리가 제주올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민원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