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열번째 책-시간을 파는 상점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성산읍 고성리에 사는 고보금 씨다. 늦둥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면서 틈틈이 책을 다 읽고, 마침 동네에 오픈한 시민북카페 9호점 쉼표에서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며 즐거운 독서 데이트를 진행했다.   

열번째 책-시간을 파는 상점은 2011년 연말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응모작 중 단연 돋보임으로써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념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추리소설 기법을 살짝 빌려다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데, 그 흐름이 참으로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은 물론이거니와 펼쳐지는 문장과 어휘의 선택은 청소년 독자에 대한 배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김선영 지음/ 1만1000원 / 자음과모음


이용호(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이) =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고보금(이하 고)= 상점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접하고는 제주도의 점방을 떠올렸고요, 작가가 나이 드신 분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문학치곤 왠지 거리감이 있는 단어선택이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인데 어른들도 읽을만 하던가요?
고= 네. 술술 막힘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가 재밌고 빨리 읽고 싶은 호기심과 긴장감이 일더군요.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이=다른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 줌으로서 의뢰인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의미에서 어찌 보면 심부름센터와 비슷한 일을 하는데? 차별화되는 점은?
고=돈을 받고 하는 점에 있어서는 다를 바 없지만 취지가 어떠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온조의 카페 대문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온조가 그 일을 함으로써 금전적  정신적 보람까지 얻는다고 되어있지요, 감성적으로 카페를 운영한다는 점이 차별화가 아닐까요.
 
이=첫 번째 일은 PMP를 잃어버린 학생의 책상에 가져다 놓는 일인데..,
고=학창생활을 돌이켜보면 교실에서의 도난사고는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온조는 도난사건과 관련해서 또 한 명의 친구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의뢰받은 일을 슬기롭게 처리하는 것이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두 번째 일은 강토의 할아버지와 식사를 하는 일인데, 미래에 강토와의 관계는 계속될까요?
고=어떻게 보면 쉬운 일인 것 같으면서도 강토할아버지와 만남을 통하여 강토가족 상호간의 애증관계가 오버랩 되면서 요즘 세상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토와는 카페가 폐쇄되지 않는 한 관계는 계속되지 않을까요. 종종 안부말도 건네면서 의뢰인의 신분이 아닌 자유로운 만남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세 번째 일은 죽은 사람의 부탁으로 편지를 전하는 일인데,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고=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도서관에서 풀잎반 꼬마, 들꽃반 언니들, 선생님께 혼나는 일, 그러다가 작은 선생님이 하늘에 계시다는 순간 깨달았어요. 시간을 잡아두고픈 간절함으로 천국의 우편배달부가 되어달라는 의뢰인데, 영화에서도 가끔 이런 소재가 쓰였던 것 같고, 어린이와 선생님의 얘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이=주인공이 시간을 파는 상점을 경영하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우선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고=온주의 성격도 그렇고 아빠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야기 전개도 휴머니즘적이고 착한 소설이네요.
 
이=혹시 이런 상점이 있다면 의뢰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고=지금의 제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아기를 잠깐 맡기고 싶어요. 우리 아기가 지금 10개월인데요. 자는 시간 아니면 도통 다른 일을 못해요. 저희 친정집은 지금 비어있어요. 92살 노모는 육지 언니네 집에 가계시거든요. 친정엄마처럼 기댈 곳이 필요해요. 며칠 전에도 급히 김녕보건소에 갈 일이 있어서 성당언니에게 1일 도우미를 부탁해 다녀 온 적이 있어요.


 
이=살다보면 하기 싫지만 부탁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대신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
고=더불어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죠. 특히 단체생활인 경우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기희생이라고 할까, 그 부탁을 받음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으면 좋은데 불평불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늘 아쉽죠.
 
이=시간은 영원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영원성과 유한성의 상관관계는?
고=시간은 흐르는 것이지만 흘러간 시간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라는 작가의 말과 같이, 자각할 수 있을 때만이 느끼는 것 같아요. 영원이라든가 유한하다는 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덫 같은 게 아닐까요. 그걸 핑계로 사랑, 용서 등을 미루는 건 아닌지...
 
이=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시간이 유익했나요?
고=애를 키우다보니까 읽으면서 자꾸 끊길 수밖에 없는데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잘 읽었어요. 기억이란 무한한 과거의 연쇄와 상호침투로 이루어져 있다고 둘리즈의 철학은 말을 하고 있던데요. 이 책을 읽고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집안일을 하다가 애가 저를 필요로 하는 옹알이를 하면 하던 일을 즉시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한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제가 아기에게 초점을 맞추는 시간인 것 같아요. 아기가 크면 이런 엄마 마음을 알아주겠죠(다함께 웃음)
 
이=앞으로 책읽기에 대한 생각은?
고=제가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감동적인 구절이나 장면은 자꾸 곱씹기를 할까 해요. 두뇌자극을 위해서도 책읽기는 계속되어야겠지요. 당분간은 아기와 함께 동화를 열심히 읽으면서 어린이 같은 상상력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이처럼 좋은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정리사진=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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