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퍼런스, 걷기축제 등 해외에 호평
우정과 소통의 길 제주올레(마지막 회)

▲ 자매의 길, 우정의 길
5년 전, 제주올레가 첫 선을 보인 이후 도보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으로 길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주올레는 심신에 지친 현대인들이 길 위에서 치유를 얻을 수 있다면, 제주올레와 비슷한 길이 국내외 어디에건 많이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2011년 3월 대정읍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제주올레 등 국내 26개 트레일관계자 네트워크 간담회.

 

제주올레와 우정과 소통을 나누고 있는 길은 크게 ‘자매의 길’과 ‘우정의 길’로 나뉜다. ‘자매의 길’은 제주올레의 취지와 정신에 공감하며 제주올레의 직‧ 간접 지원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길. 국내의 대구올레와 양평올레, 일본의 규슈올레 등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대구올레는 대도시 시민들에게 걷기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있고, 양평올레는 자연에 가까운 길을 만들며 체류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 규슈올레는 한국 관광객들의 활발한 재방문을 유도하면서 일본 관광객 유치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우정의 길’은 제주올레보다 도보여행의 역사가 오래 된 외국의 길이 타깃이 되고 있다. 전 세계 도보여행객들에 제주올레와 외국의 길을 함께 홍보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두 군데 길에 ‘우정의 길' 표지를 교환 설치하고 있다.

 

2011년 9월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서 열린 제주올레와 캐나다 브루스 트레일 간 '우정의 길' 개장행사. 

 

현재 제주올레 2코스에 캐나다의 브루스 트레일을 비롯해 3코스에 영국의 코츠월드 웨이, 6코스에 스위스의 체르마트 호수길, 9코스에 레바논의 마운틴 트레일, 10코스에 스위스의 레만호 와인루트, 13코스에 일본의 시코쿠 오헨로가 ’우정의 길‘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제주올레는 ‘자매의 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길이 탄생하도록 후발 주자들을 이끌고 있다. ‘우정의 길’을 통해서는 전 세계 도보여행객들에 한국의 최남단 작은 섬에 색다른 멋을 지닌 명품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나가고 있다.     
 
▲ 월드트레일 개최로 해외진출    
제주올레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연결한 길이라면, 한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들도 좋아하리란 기대에서다. 이미 제주올레는 초창기 개장행사부터 ‘산티아고’를 능가하는 길이란 찬사를 얻으며, 국내 도보여행 메카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 상태였다.

제주올레는 2010년부터 정부와 제주광역경제지원단 등의 도움으로 월드트레일 컨퍼런스라는 3년째 제주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수십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선진국 트레일 기관과 학계, 여행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트레일의 운영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전 세계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트레일 산업의 활성화, 공동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0년 11월 제주에서 처음 열린 월드트레일 컨퍼런스 폐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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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사에 10개국이 참가한 이후, 지난해 제3회 행사에는 18개국 44개 트레일이 모일 정도로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제주올레는 이번 국제행사를 통해 해외 유수의 트레일 전문가들에 올레길 실태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게 되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제주올레가 해외로 진출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맡고 있다. 컨퍼런스 참가국들에 ‘우정의 길’을 제안함으로써 지금까지 제주올레와 6개국 도보여행 길에 ‘우정의 길’ 표지판이 속속 들어서 있다.

 

20011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서 여행 안내책 '론리플래닛'의 저자 토니 휠러씨가 각국 트레일러 관계자들에 특강을 펼치고 있다.

 

행사 참가국들을 대상으로 월드트레일스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트레일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의견까지 모아졌다. 내년 1월엔 제4회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1~2년 안에 트레일 국제기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트레일 기구도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영예의 국제 트레일 대상 수상     
제주올레는 걷기축제를 통해서도 우정과 소통을 나누고 있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3년 전, 제1회 월드트레일 컨퍼런스에서 처음 선보였다. 해외 도보여행 전문가들과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길 위에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축제의 장으로 꾸몄다.

 

지난해 열린 제주올레 걷기축제 모습(제주올레 김진석 제공)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길 위에 사는 주민들과 길을 걸으러 온 여행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다. 90여년 전통의 네덜란드 나이메헨 국제걷기대회처럼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며 자부심을 심어주려 한다.

 

지난해 열린 제주올레 달빛축제 모습(제주올레 김진석 제공)

 

축제 참가자들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의 음식과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길 위에서 지역주민들이 준비한 토속음식을 맛보면서 해녀들의 허벅춤 공연과 어린이들의 오카리나 연주를 즐기게 된다. 제주관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걷기축제 만족도 조사에서는 축제 참가자의 85%가 축제 참가를 위해 일부러 제주도를 찾는다고 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지난 4월 국제 트레일상을 수상하고 있다.
국제 컨퍼런스와 걷기축제 개최 등을 통한 우정과 소통 노력은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미국 전역의 트레일 기관단체로 구성된 아메키란 트레일협회에서 국제 트레일상을 신설하면서 지난 4월 (사)제주올레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 미국과 유렵의 트레일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그 어느 트레일보다 자연과 문화, 지역 커뮤니티를 잘 연결하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올레는 길이 단순히 여행객들이 걷는 공간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우정과 소통을 나누며 하나로 연결되는 공간임을 보여주려 한다. 아울러 컨퍼런스 개최와 국제 트레일상 수상 등을 계기로 전 세계에 존재와 위상을 널리 부각시키고 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국제 트레일 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변방의 섬’ 제주도를 세계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리려는 제주올레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현모. 최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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