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시초등학교 폐교, 사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
<기업탐방> 표선면 가시리 ‘포토갤러리 자연사랑'

 

표선면 가시리 포토갤러리 자연사랑 입구.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포토갤러리 자연사랑(自然寫廊)은 민속과 전설의 섬 제주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폐교된 옛 가시초등학교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가시리를 제주의 대표적 문화예술 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진과 영상체험 기회가 마련되면서 창작산실로도 거듭나고 있다.   

▲ 졸업생 단체사진, 옛 풍금 ‘오롯이’
포토갤러리 자연사랑은 제주지역 언론계에서 37년 동안 사진기자로 활동해 온 서재철씨(66)가 만든 사진 전시공간이다. 서재철 관장은 현역 시절부터 한라산과 동굴, 야생화, 오름, 포구, 해녀, 노루 등에 미쳐 제주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제주자연과 풍경을 사진에 담아 왔다.

 

주제 전시관.

 

 

서재철 관장.

서 관장은 옛 가시초등학교 건물이 폐교된 이후 방치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 2004년 3월에 사진 전시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는 가시리의 마을공동체이던 폐교를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유리창을 통해 학교 운동장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교실복도와 유리창 등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기존의 3개 교실을 하나로 터서 주제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또한 2개 교실을 터서 '따라비' 주제 전시관, 나머지 1개 교실은 ‘흑백사랑’ 전시관으로 꾸몄다. 이밖에 화산탄 전시실과 쉼터 등이 들어섰다.

 

옛 가시분교 졸업생들의 사진과 풍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복도 모습.

 

특히 지역주민들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옛 초등학교 건물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앨범에 남겨진 옛 가시초등학교 졸업생들의 단체사진이 복도 벽면에 내걸렸고, 음악시간에 사용했던 풍금도 그대로 남겨뒀다. 타 지역에서 생활하다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는 졸업생들은 비록 학교는 문을 닫아도 옛 모습을 잃지 않는 학교 건물을 둘러보며,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곤 한다.

 

옛 가시분교 졸업생들의 졸업앨범 사진.

 

포토갤러리자연사랑은 성산읍 삼달리의 김영갑 갤러리와 함께 폐교를 활용한 우수 전시공간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12월에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된 데 이어 2011년 3월 서 관장이 (사)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에 선출되면서 ‘박물관 천국’ 제주도에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다양한 전시공간, 화산탄 갤러리도
현재 포토갤러리 자연사랑에는 약 4200평의 부지면적에 5개 전시실과 수장고, 작업실, 자료실, 시청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주 전시관인 ‘바람자리’는 ‘바람이 머무는 자리’라는 뜻으로, 산꼭대기에 제주의 자연을 내려다보듯 제주의 사계절을 눈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항공 헬기에서 촬영한 대자연의 웅장한 풍광도 언제든 접할 수 있다.

 

주제 전시관 내부.

 

주제전시관 ‘따라비’는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 오름에서 이름을 따 왔다. 현재 ‘제주의 돌과 나무’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3개월 마다 주제를 달리 하며 기획전이 개최된다. 전시관 한 구석에는 1900년대 초창기 카메라 100여대가 갖춰져 사진의 역사를 파악해 볼 수 있다.

 

흑백사랑 전시관.

 

‘흑백사랑’ 전시관에서는 옛날 제주의 풍습과 전통이 담긴 추억의 흑백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서 관장의 정열과 예술혼이 진득 배어 있는 흑백사진 작품들이 1년마다 교체 전시되고 있다.

 

화산탄 갤러리.

 

특히 실내와 야외공간에는 ‘화산탄 갤러리’를 꾸며놓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외 화산탄 갤러리.

 

화산섬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화산탄은 화산의 형성과정에서 갖가지 모양을 갖춘 암석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손톱크기만한 아기자기하고 희귀한 화산탄들이 전시되면서 관광객들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 주민과 학생들 즐겨찾는 문화사랑방
포토갤러리 자연사랑은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박물관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문턱 낮추기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활동의 일환으로 매월 18일에는 지역 관람객들에 개방하고 있다. 가시리 주민과 사진교육생들 대상으로 미술관 주변의 잣성과 오름을 오르면서 예술사진이 촬영되는 과정과 방법을 배우고,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공작과정을 거쳐 설치하는 작업도 체험토록 하고 있다.

 

주제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는 옛 카메라들.  

 

2006년 9월부터는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전통문화‧ 인성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영상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이 다양한 사진과 영상체험을 통해 직접 촬영한 사진작품을 통나무나 벽지에 전시함으로써 창작의 보람을 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서 관장은 가시리 주민들의 카메라 모임 지도활동을 펼치면서 가시리를 문화예술 마을로 가꾸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사진영상 체험 작품이 전시관 내부 나무에 내걸려 있다. 

 

최근 가시리에는 드넓은 마을공동목장과 잣성, 오름, 옛 길 등 목축문화를 재현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술관이 10년 전에 들어설 당시만 해도 가시리는 중산간의 시골마을에 머물렀으나 최근 지역의 향토자원 가치가 새롭게 조명을 받으면서 문화 이주민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학생들의 문화예술 체험활동.

 

국내외 답사경험이 풍부한 서 관장은 3년 전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할 당시에 품었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체류한 민가의 가옥과 대문에는 대나무가 끼워 진 판석이 세워져 있어 마치 제주의 옛 정낭을 다시 본 느낌이라는 것. 마을의 소박한 풍습이나 향토자원이라도 외부 방문객들은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됨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토로한다.

그는 마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농기구나 유물, 풍속 등을 더욱 수집 발굴함으로써 미술관을 가시리의 옛 향기가 묻어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개관시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064)787-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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