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3개월 만에 임금 체불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져
고액 의사 대체할 원장 필요, 최소한 노조와 관계 회복해야

■ 원장 연임, 임금 체불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서귀포의료원.

서귀포의료원장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은 채 법적 공방까지 치닫고 있다. 올해 말부터 신축 건물에서 진료를 시작하고, 위탁 운영할 재활병원과 각종 정부지원 사업 등 고민해야 할 현안이 가득하지만 진화는 고사하고 불은 꺼지질 않고 있다.

현재까지 빚어진 갈등의 시작은 의료원 직원들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6월부터 체불문제 해결을 촉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서귀포의료원 노조는 약 200여명의 직원들이 기본급여, 연차수당,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해 총 11억원이 체불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서귀포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병원 로비 108배, 도의회 1인 시위 등으로 이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 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서귀포의료원 노조원.

이에 대해 행정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7월 11일. 오경생 원장은 서귀포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불된 금액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 아닌 연말에 휴가를 안가고 받아가는 연차수당과 1년 한번 지급하는 휴가보전수당, 그리고 분기 1회 지급하는 특별상여금”이라고 해명했다. 오 원장은 “병원운영이 호전되는 데로 우선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원장이 나서 전후사정을 직접 설명했지만 문제제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경생 원장 임기가 8월 29일이지만 아직 원장 공모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8월초부터 노조뿐만 아니라 서귀포, 제주도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데 모여서 원장공모를 촉구했지만, 제주도는 8월 22일 오 원장을 1년 연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즉각 반발한 시민사회단체들은 8월 26일 시민 628명이 참여한 공모 청원을 도의회에 제출한다. 제주도는 연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으며 관변단체들도 동조해 연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과정에서 원장 공모를 준비했던 고병수 전 탑동 365일의원 원장이 서귀포의료원장 임명처분 무효 확인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9월 5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한다. 3개월 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각종 문제가 몰아치는 형국이다. 

■ 추천위원회 구성 없이 오경생 원장을 1년 연임시킨 제주도의 방식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고병수 의사. 그는 원장 공모를 준비하며 의사, 레지던트 수급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갈등의 중심은 미지급된 임금이다. 노초 측은 최대 6억원에 2~3억 이상 인건비를 받는 의사가 11명(2012년 기준)이나 되지만 정작 간호사나 직원들에게 줄 돈은 없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이 고액을 받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의료원은 좋은 인력을 데려와서 진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오 원장은 7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공보의 5명이 줄고 봉직의사 5명을 채용했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의사가 노력한 만큼 진료실적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 몇 년 사이 의료원 진료가 나아졌다는 평은 시민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하는 사실. 하지만 지금처럼 ‘돈으로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수 억원을 의사 몇 명에게 안겨주면서 나머지 수 백명 직원들의 임금이 밀리는 구조는, 마치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쥐어짜 수익을 내는 방식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결국엔 내부 갈등이 심화돼 서비스 질이 낮아져 시민들 발걸음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적절한 의사 수급이 1순위로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비의료인 출신으로 의사 모집에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는 오경생 원장이 왜 연임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지난 9월 5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명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밝힌 대로 현재 노조와의 갈등을 단호히 해결하기 위함이다.  

■ 오경생 원장(좌)과 양윤란 의료연대제주지부장. 노사의 신뢰가 회복돼야 서귀포의료원의 발전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노조 갈등은 제주도가 상당부분 원인을 가지고 있다. 오 원장은 7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8년 맺어진 단체교섭에 의해 의료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단협 조항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앞선 행정의 잘못된 관리감독이 책임이라는 의미다.

발단은 지금도 같은 제주도정이지만, 현재 어느 공무원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문제적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결국 제주도가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노조와 솔직하게 만나 서로 양보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조 또한 전향적인 자세를 꺼려서는 안될 것이다.

의사에 레지턴트 수급 방안까지 마련했다는 공모자가 있음에도,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모 없이 원장을 1년 더 앉히는 것은 근시안적인 선택에 불과하다.

때문에 서귀포 사회 일각에선 현재 우근민 도지사의 최선은 공모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신축이전 준비 같은 뻔한 이야기 대신 노사와의 신뢰 회복을 만들어내, 다음 원장이 원활히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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