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지령 900호를 찍고 있다. 17년 넘게 서귀포시에 터전을 잡으면서 900번째 신문을 발행하는 감회가 각별하다. 작금의 제주지역만 하더라도 전통의 유력 일간지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린 상황. 지역 주간지로서 한 번도 빠짐없이 900호를 발간했다는 데에 남다른 자부심도 갖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서귀포시가 제주도에 흡수되고 있는 여건에서, 풀뿌리 언론 역할을 수행하려 노력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지령 900호 발간을 맞고 보니, 만족보다는 공허한 심정이 전 직원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시민들이 만드는 열린 신문이란 창간 당시의 열정과 의욕은 갈수록 퇴색하고, 신문 지령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자괴감이 덮쳐온다. 서귀포지역의 유일한 언론이란 타이틀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치열한 경쟁 없이 내부에만 안주해 왔다고 반성해 본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자치가 사라진 이후, 행정시 역할이 줄어들면서 지역 언론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제주시 중심으로 정보가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귀포시 소식과 현안을 챙기려 지역 언론에 기대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독자들의 이러한 관심과 기대에 대해 제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움이 앞선다.

 지령 900호에 이어 지령 1000호를 향한 행군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지역 언론으로서 그간의 역할에 대해 깊이 되돌아본다. 당장의 생존경쟁에만 눈이 어두운 채 독자들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해 줬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비판한다. 독자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새롭게 정신무장을 가다듬으려 한다. 지역 언론의 주인은 언론사 직원이 아니라, 시민과 독자임을 깊이 인식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과 성원이 지속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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