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1.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서귀포고등학교 앞 상가에서 'ㅅ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하는 정영심 님. 상큼한 과일주스를 앞에 두고 지난 여름의 무더위로 안부를 시작하며 서귀포시민의책 일반부문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놓고 칠십리책방 인터뷰를 시작했다.

열한번째 시민 대담자 정영심씨.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안)= 자기 소개를 직접 부탁드립니다.
정영심(이하 정)= 보시는 바와 같이 조금만 분식가게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를 찾는 주고객이 학생이다 보니 제 아들처럼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하고 있지요. 그리고 제 소망은 가게를 늘려서 좀 큰 가게를 우아하게 운영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안=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 보면 첫 인상을 보고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에 대해서 감이 오시나요.
정= 글쎄요. 저는 사람을 잘 못 봐요. 그래서 자주 곤란을 겪고는 하지요. 그래서 저는 잘 속기도 하고, 상처도 잘 받죠. 사람을 잘 믿어서 그러나봐요. 다른 사람이 제게 하는 말을 저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때때로 인간관계에서 그런 어려움이 있으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상처받고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그 사람도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게 되네요.

안=이 책에서 저자인 혜민 스님은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갑니다. 놓으세요 나 없으면 안될 거라는 그 마음.. 이라고 이야기 하며 휴식을 말하고자 합니다. 도움이 되시는지요.
정= 맞아요! 놓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저는 지금껏 놓지를 못하는 어리석음속에 있네요(웃음) 그 누구의 맏이이며, 딸이며, 아내이며, 엄마를 놓지 못하네요, 바보같죠? 그래서 늘 피곤하면서도 바쁜가봐요. 거기다 여기 가게에도.. 혹시 내가 없을 때 손님이 왔다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저를 찾을 것 같고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늘 종종거린답니다.

안=혹시 그래 그 일은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나서 보니 괜한 일이라며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정= 모든 일이 늘 그렇지요. 특히 아이들 대학 입시가 돌아오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의 교육에 대한 나름대로 확고한 교육관이 있었던 것이라 믿었는데 입시를 앞두고 보자면 이리저리 휘둘렸다고 할까요. 정말 아이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미리미리 준비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리고 사교육에 쏟았던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이런 열정을 다른 일에 쏟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요. 주위를 둘러보면서 자녀교육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더군요. 이번에 둘째가 입시를 준비하는데 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아쉽고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네요.

안=우리의 얼굴을 보면 부모님의 얼굴이 있지요. 그렇게 닮아가는 게 얼굴만이 아니라 성격과 말투도 닮은 모습이 있지요. 그래서 욕하면서 닮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순간 닮지 말아야지 했던 아버지의 행동들 말투들... 그런 싫었던 일들을 그대로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깜짝 놀라는데요. 정영심 님도 그런 일이 있으신지요.
정= 맞아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지요. 문득문득 제가 어머니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더라구요.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다 챙기시고, 잔소리 하시거든요.       남편이 아니라 마치 아들을 하나 더 키우는 것 같았거든요. 그 모습을 어느 순간 제가 그대로 닮아가 있더라구요. 하다못해 양말 색깔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구요(웃음) 그런데 그런 모습을 하면서 저는 제 어머니가 좋아요. 그래서인지 꼼꼼하고 부지런한 우리 엄마가 늘 부럽고 닮고 싶어요.

안=어릴 적 꿈에 대해 얘기 부탁드립니다.
정= 저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고 싶었어요. 진짜 하고 싶었어요. 제가 1남 2녀 중에 맏이인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생을 돌보게 되었지요. 돌이켜보면 솔직히 제 동생들을 잘 돌봐주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어린 아이는 좋았어요. 아이들을 지켜보면 참 평안하다. 사랑스럽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 번은 가정탁아부터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하겠더군요.

안=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정=(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마도 용기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라 기억되네요. 무슨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너무 고민하지 않고 뛰어들 용기가 필요하다군요.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못하겠더군요.

안=책에서는 명품가방을 가지고 싶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만약 오른쪽에는 명품가방, 왼쪽에는 좋은 인간관계가 있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저는..... 혹시 둘다 가지는 것은 않될까요?!(다같이 웃음) 왜? 선택을 하지요? 저는 둘 다 가지고 싶어요. 명품가방과 좋은 인간관계 둘 다 욕심나네요.

안=그렇다면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정=내가 조금 손해봐도 좋다. 혹은 괜찮다 아닐까요! 조금도 손해보기 싫고, 손톱만큼도 지는 것이 싫다면, 힘들어 지겠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가 조금 양보하고, 덜 가져도 괜찮다는 마음. 굳이 말하자면 배려심! 그리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너무 많이 손해보는 것은 곤란하구요(웃음) 
 
안=정영심 님의 삶의 주인공은 누구였나요. 만약 본인이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정=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돌이켜 보자면 안타깝게도 저는 주인공이 아닌데 어쩌죠! 대한민국의 여자들 특히 우리 제주에서 엄마들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늘 누군가의 딸이며, 아내이며, 어머니죠. 드라마에서 보자면 멋진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해서 등장하는 조연들처럼 살아왔지요. 남편이나 아이들을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고 밤잠 설치며, 안타까워하고, 속상해 하는 사람이 어머니죠. 내 자신이 주인공이기 보다는 내가 가족이 좀 더 빛나는 주인공이 되기를 위해 매일 바라고 원하는 사람.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여성에게 있어서 가족을 위한 마음은 본능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럼 언제부터 주인공이 될 수 있을런지...
정=아이들이 대학만 가면,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참아왔는데... 대학 갈 때가 되니 아무래도 또 다른 이유로 아이를 위해 일하게 되네요. 정말 언제 쯤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각하길 많이는 어렵더라도 저만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자!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비록 늘 바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일상이지만 소소하게 일상을 즐기며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읽기가 좋더군요.

안=저자는 이 세상 최고의 명품옷은 바로 자신감을 입는 것입니다. 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자신감 외에 따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정=저는 시댁 형님을 보면서 그 열정이 참 많이 부러워서 그런지... 그 열정이 인생에서 참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이 들어요. 형님은 정말 멋있게 사시거든요. 개인 공부면 공부, 애들이면 애들, 사회활동이면, 사회활동! 너무 열정적으로 하세요. 당당한 자신감과 세운 목표를 향한 열정이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더군요.

안=책에서 사랑을 생의 귀중한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교통사고라고도 하고, 단순한 호르몬의 작용이라고도 합니다.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있었나요.
정=좀 전에 저는 자신감과 열정이 중요하고 했는데 그 완성이 바로 사랑이라고 여깁니다. 사랑이란 순수한 감정으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게 하는 관계를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때 순수한 감정이 사라지면 부담스런 책임과 의무로 신음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자주 사랑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제도 남편과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 했지요. 이런 모습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안=마치 의도적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인데요.
정=아니요!(정색을 하며) 저는 정말 자주 얘기합니다. 사랑한다고!
사랑은 막연히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니라 안쓰러운 마음,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있어요. 불쌍하고 짠하게 느껴지는 마음. 저는 이 모진 세상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우리 남편을 보면 그 짠한 마음에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줘요. 그 마음을 내가 위로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잘 안될 때 말하죠. 사랑해요! 라고. 격려, 응원이라고 생각하죠.

안=우리의 의식은 돈과 권력, 명예를 원하고 반면에 무의식은 사랑, 합일, 공감, 소통, 유머, 아름다움, 신성함, 고요를 원한다고 합니다.
정=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결국 사랑하기 위해. 함께 하기 위해, 아름답기 위해, 평화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돈과 권력, 명예를 수단화 하고 있지요.

안=만약 돈이 풍족하게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요.
정=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런 순간이 있었지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여력이 없어서 해주지 못한 순간이 있어요. 제게 늘 잘 대해주고 항상 나누어 주는 동네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네요. 무슨 선물을 해주는 게 좋을까요?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리고 누구보다 부모님께는 그런 마음이 자주 들지요. 정말 잘해드리고 싶은데...

안=제가 아는 분께서 주신 지혜의 말씀중에 고마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은데, 주머니가
가벼울때는 서점에 가서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위한 책 한권을 선물하라고 하셨어요. 받는분을 생각하며, 고른 책만큼 기쁜 선물은 없다고. 제가 그런 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정=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요. 저는 너무 자주 많이 받아서 모처럼 한번 하는 선물은 좀 크게 하고 싶네요(다함께 웃음)

안=사람을 만나면 주로 말을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듣는 쪽인가요.
정=저는 주로 듣는 편이여요. 우선 들어야 상황을 알아야, 그래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해하기 위해서 듣는 편이죠. 그리고 듣는 편이 더 재미있잖아요. 잘 들어주는 것도 달란트라고 생각되네요.

안=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정=아무래도 주로 자녀들에게 그렇게 합니다. 가능한 늘 좋은 것, 예쁜 것, 편한 것을 주죠. 제가 좀  힘들고, 아프더라도 내가 덜 먹고, 더 일해서 아이들에게 주게 되네요.

안=인생에 있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정=(조심스럽게) 저는 한 달만이라도, 나만 생각하면서, 절에서 수행이라는 걸 하고 싶어요. 거기서 수행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워요. 여유도 있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고도 싶고요.

안=평소에 서귀포시민이라면, 이것 하나만은 꼭 가져야 한다 하는 의견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서귀포 시민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좀 더 부지런했으면 하네요. 좀 느긋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어찌보면 느긋하다 못해서 게으르다 싶을 정도죠. 저는 서귀포 사람들이 좀더 요망지고, 부지런했으면 좋겠어요.

정리=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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