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우근민 도정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제주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 내년 예산 반영 사실상 불가능
“전담 부서, 연구팀 만들라” 무시… 1년간 용역 2건 발주뿐
공약 실패 인정하고 제대로 된 발전계획 수립 발판 만들어야
민선 5기 공약 중 하나인 ‘지역균형발전’이 실패 위기에 직면했다. 지지부진하던 대형 투자 사업들은 걸음마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수준이지만, 핵심과제인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은 제주도의 무관심 속에 껍데기만 남아 표류하고 있다.
전담 부서, 연구팀 등 필요한 조직을 빠르게 만들어 추진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제주도는 부서는 고사하고 연구팀도 없이 용역으로 떠맡기는 무책임한 모습에 불과하다.
<서귀포신문>은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본계획 중심으로 점검하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 3배 차이나는 인구, 경제, 복지
지역균형발전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 및 정부, 다른 나라에 이르기까지 해당되는 과제다. 산업발달과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현상으로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방법의 차이일 뿐 어느 지역이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뉜 산남산북간의 격차가 대표적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제주도 인구는 59만 1341명이며 이중 제주시는 43만 6093명, 서귀포시는 15만 5248명이다.
3배에 달하는 인구차이는 경제, 교육, 복지 등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서 나타나는 격차와 함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제주도가 잠정 집계한 사업체 현황을 보면 사업체 비중은 제주시 74%, 서귀포시 26%이며, 종사자 수는 75-25%에 달한다. 서귀포지역 학생 수도 제주도 전체 학생의 25%에 불과하며, 대학교는 모두 제주시에 몰려있다. 이에 따른 학력격차도 2010년 기준으로 서귀포시 읍면동 학생(초4~중2) 모두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주시는 기초수급자가 전체 인구의 3.74%인 반면, 서귀포시는 4.54%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인구, 장애인, 저소득한부모가정 등 기타 복지정책대상자 비율도 서귀포가 제주시를 앞선다. 의료기관은 도 전체의 17.6%, 병상수는 13%에 불과하고 종합병원 및 분만시설은 이제야 신식으로 교체되거나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정서적 간격은 차별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도정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의 운영철학에 있어서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히 고려되지 않은 점이 크다. 여기에 모든 권한을 하나로 집중시켜 효율성을 추구한 특별자치도 체계가 지속되면서 균형발전 비중은 더욱 줄어만 갔다.
전문가들은 지역간 격차가 심화될수록 위화감이 조성되면서 도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정책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도민 공동체 통합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나 갈수록 심해지는 제주시 위주의 인구과밀은 무분별한 택지조성, 환경파괴, 주택가격 상승, 교통체증, 각종 민원 등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결국 제주시민들까지 피해가 돌아간다.
우는 아이 달래듯이 단순히 서귀포시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닌, 제주시와 제주도 전체가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어느 정책에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모양만 갖춘 지역균형발전 계획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공약 분야 중 하나로 지역균형발전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산남지역 투자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 등 두 가지(제주도청 홈페이지 도지사실 공약추진 상황)로 나뉜다.
투자 활성화는 서귀포지역에 대형 자본을 유치한 개발 사업을 벌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귀포 제2관광단지, 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시작된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사업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더구나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이 JDC인데다 상당한 규모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 특성상 제주도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제안돼 있다. 우근민 지사 본인이 “10년은 지나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듯이 투자 활성화를 임기 중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꼽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남은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이 민선 5기의 균형발전 핵심 공약에 해당된다. 하지만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홀대했다.
시작부터 추진 동력은 제주도정이 아닌 다른 곳을 통해 일어났다. 제주도 지역균형발전 지원조례가 제정된 시기는 2012년 7월 18일. 당시 서귀포지역구 의원이 도의회의장(오충진), 행정자치위원장(위성곤)을 맡게 되면서 과감한 지원이 이뤄진 끝에야 조례가 만들어졌다. 17명의 T/F팀(전담조직)이 꾸려지고 3개월에 걸쳐 각종 토론회, 회의 등의 노력이 투입 되서야 조례가 탄생했다.
입법부가 조례를 만들었으니 이를 행정부가 받아 실현해야 하는 것이 순리지만, 제주도정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조례 제정 이후 제주도가 보인 움직임은 2개월 뒤인 2012년 9월 4일 제주발전연구원에게 제주도 지역균형발전지표 개발 및 평가 용역을 의뢰하고, 1년 뒤 2013년 8월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며, 2013년 9월 26일 지역균형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 전부다. 1년 2개월 동안 용역 2건을 주고 위원회를 만든 것이 전부다.
연구전담팀이나 전담부서를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용역만 던져주고, 1년 동안 자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문제점은 9월 26일 열린 지역균형발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7명도 안 되는 임명직 위원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임명장을 주고서 2시간 동안 균형발전방안을 수립하는 지역범위, 균형발전사업 지역선정 기준, 사업성격, 사업비 배분, 사업 평가방안을 심의해달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1년 전 시작돼 올해 3월 마무리된 지역균형발전지표 내용에 대해 위원들이 지금에야 질문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지역균형발전위원장으로 당시 참석한 방기성 행정부지사가 “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나고서 아직 예산편성도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다”라고 말할 만큼, 민선 5기가 지역균형발전 공약에 보여준 의지는 ‘낙제’도 아까운 수준이다. 관광객 1000만명, 수출 1조원 등 거창한 구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도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지역균형발전에는 손을 놓고 있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충청북도의 경우 도정이 먼저 나서서 2007년 1월 행정기구설치조례 및 지방공무원정원 조례를 개정하며 균형발전본부를 설치했다. 4월에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6월에는 지역균형발전 연구전담팀을 구성했다. 특히 당시 구성된 균형발전본부에는 균형정책팀, 지역개발팀, 신도시건설팀 등 5개 팀이 모아질 만큼 인력이 충원됐고, 지금은 30여명이 속한 균형개발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도청 기획관리실 산하 광역경제계가 다른 업무와 함께 지역균형발전계획 업무를 겸하고 있다.
▲ 균형발전 의지 있다면 과감한 실천 필수
사실상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과 공무원들도 한 달 만에 사업을 발굴해 주민공감대까지 얻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례가 제정된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방치에 가까운 자세만 취하며 사실상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결과는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도민들에게 평가받는 것과는 별도로, 지역균형발전 계획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한 발판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지방정부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지역균형발전 정책만을 담당할 부서를 만들어야 하며, 최소한 연구전담팀, 관련 센터 등이라도 만들어 사업 및 정책 발굴, 이미 집행 중인 사업과 구분,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 운용 방법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검토하는 작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균형발전 추진 의지가 있다면 도청 이전 정책을 추진한 충남, 경북 등의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도청, 교육청, 대학교 등의 공공기관을 서귀포혁신도시에 이전하는 강력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