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작가의 산책길, 문화관광 명소 꿈꾼다
<3> 미국 살리나스 존 스타인벡 활용 지역마케팅

 

서귀포시는 2011년부터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귀포 태생이거나 체류하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들의 관련시설을 탐방함으로써 작가의 예술혼을 새롭게 음미하며 탐방객들을 유치하려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서귀포는 최근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여서 해결해야 과제도 삭적하다. 이에 본지는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의 국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산책길 탐방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살리나스(Salinas)는 인구 약 15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미국의 샐러드 그릇(Americas Salad Bowl)이란 별명을 가진 살리나스는 미국에서 가장 신선한 채소가 생산되는 농업도시이다. 또,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로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등을 쓴 미국 대표 소설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의 고향이기도 하다. 살리나스는 존 스타인벡을 바탕으로 한 지역마케팅을 통해 문화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  주민 스스로 스타인벡 재조명= 스타인벡이 처음부터 지역에서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스타인벡은 가정이 어려워 고등학교 시절부터 손에 흙을 묻히며 농사일을 많이 했다. 골드러쉬 등 여러 역사적 배경으로 살리나스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과 함께 일을 하며 스타인벡은 지역의 가난한 농민과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책 속의 내용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지역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도 정작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던 스타인벡은 퓰리처상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미국의 대표작가로 인정받았고,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그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내부

■ 수천명의 기부와 참여로 센터 설립= 30년 전, 살리나스시 남북쪽 외곽지에 대형 쇼핑센터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도심에는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갔다. 침체되어가는 도심의 경제적 부흥을 위해 이 마을은 고민에 빠졌다. 주민들은 스타인벡을 기리기 위해 1980년부터 시작된 스타인벡 페스티벌(Steinbeck Festival, 매년 5월)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스타인벡과 관련된 투어를 진행해 사람들이 해마다 살리나스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National Steinbeck Center)이다.

 

1998년 6월 개관한 센터는 존 스타인벡을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그의 작품과 철학에 대해 수집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센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설립에서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립 기금을 마련하는 데 수천 명의 시민들의 참여와 기부로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기금과 스타인벡 관련 수집품들이 모아졌고, 시에서도 지난 1960년부터 전 세계에서 모아온 스타인벡 관련 작품을 센터에 기증했다. 현재 8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센터 뒤 담장 벽돌에는 센터 건립에 참여한 수천 명의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에스메랄다 몬테네그로 오웬(Esmeralda Montenegro Owen) 큐레이터는 "센터의 공식명칭의 National은 국립이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스타인벡 센터라는 뜻이다"며 "기부자와 자원봉사자 모두 스타인벡을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센터는 기념관에서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까지 하는 살리나스의 심장 같은 곳"이라며 "지역사회의 청소년,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생가 보전...레스토랑 운영= 센터에서 두어 블록을 지나면 존 스타인벡 생가가 보존돼 있다. 스타인벡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이 생가는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지역농민의 아내들로 구성된 비영리재단인 밸리 길드(Valley Guild)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일을 구상하던 중 생가를 구매해 1974년 레스토랑으로 문을 열었다. 생가 외관은 원형대로 보전하되 내부 인테리어만 일부 바꿨다. 생가 내부는 가족들의 사진들과 수집품들로 꾸며져 있다. 1층은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2층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00년 8월 국가 유적지로 등재됐다.

 

 

센터와 더불어 이곳도 요리사를 비롯해 몇몇 직원을 제외하고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다. 토니 버나디(Toni Bernardi) 대표는 당시 생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레스토랑으로 활용되지 않았다면 허물어졌을 것이며 센터와는 별개의 기관이지만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전했다.    

-스타인벡을 활용하는 사업에 어떤 행정적 지원이 이뤄지나.

-스타인벡을 활용하는 사업에 어떤 행정적 지원이 이뤄지나.스타인벡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들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나스로 오게 한다. 이에 시 차원에서 많은 사업들에 지원하려고 노력한다. 살리나스시에는 시 다운타운 일대에 조성된 올드타운 살리나스는 존 스타인벡을 포함해 시의 문화역사적 유산이 모여 있는 곳이다. 비영리재단인 올드타운 살리나스 어소시에이션이 이곳의 경관과 위생시설을 관리하고 시와 협력해 이곳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체에 연간 5만불 정도를 지원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현재 존스타인벡을 활용해 추진하는 또다른 프로젝트가 있는가
스타인벡 소설인 분노의 포도에  등장한 66번도로(오클라호마 노동자들이 살리나스시로 오는 과정)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10월 이와 관련한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또, 최근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중 스타인벡 이노베이션 클러스트라는 것이 있다. 살리나스 밸리의 농업에 인근 실리콘밸리의 첨단 IT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타인벡의 이름을 이 프로젝트에 넣었다는 것, 즉 스타인벡이라는 전국적인 브랜드를 활용한 것이란 점이다. 

-지역경제 효과는
당연히 존 스타인벡 센터를 비롯해 생가, 스타인벡 페스티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시를 방문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가 열릴 때마다 3일동안 70개 국가에서 방문하는데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스타인벡이란 인물활용을 통해 지역홍보는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을 받고 있다. 스타인벡은 살리나스의 지역브랜드다.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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