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책길, 문화관광 명소 꿈꾼다>
<4> 미국 오크파크 헤밍웨이.라이트 활용 지역마케팅

서귀포시는 2011년부터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귀포 태생이거나 체류하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들의 관련시설을 탐방함으로써 작가의 예술혼을 새롭게 음미하며 탐방객들을 유치하려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서귀포는 최근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여서 해결해야 과제도 삭적하다. 이에 본지는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의 국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산책길 탐방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의 오크파크(Oak Park)는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이 마을은 건축의 도시로 유명한 시카고 투어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마을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 3대 근대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직접 살면서 설계하고 지은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고향이기도 한 까닭이다.

마을 곳곳에는 이들 거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오크파크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들 거장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 미국이 자랑하는 건축가 라이트= 근대건축의 거장, 유기적 건축의 창시자, 자연을 품은 공간 디자이너. 이는 모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나타내는 수식어이다.

라이트는 인간과 자연의 결합, 유기적인 건축(organic architecture)을 추구하며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수의 창의적 작품을 남겼다. 폭포 위에 집을 지은 낙수장을 비롯해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오크파크의 유니티 템플 등이 대표작이다. 1141점의 건축물을 디자인했고, 현재 409점의 건축물이 남아있다. 이 중 3분의 1이상이 사적(史蹟)으로 등록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라이트는 미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건축가로 불린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스튜디오 전경.사진제공=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보존회

오크파크에는 이러한 라이트의 저택과 스튜디오 그리고 그가 조성해놓은 주택단지 등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마을에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자연스레 라이트의 유산을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민간 중심으로 일었다. 지역민을 비롯해 디자이너, 건축가, 목수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1974년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보존회란 비영리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라이트의 집과 스튜디오를 보존하고,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예약제로 라이트 건축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트의 집과 스튜디오에는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 내부구조를 비롯해 바닥, 천장, 벽면, 창, 문, 가구 등 그가 디자인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보존돼 감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의 삶과 철학, 예술적 가치를 느끼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매년 10만 여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의 저택과 스튜디오는 1976년 국가유적지로 등록됐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스튜디오 내부.사진=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보존회

보존회는 또 레고건축가,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디자인, 청소년 건축 워크숍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초기작업 자료에 대한 연구센터와 프레리 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보존회에는 50여명의 직원이 있지만, 5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투어안내를 하거나 교육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보존회는 이들의 공로를 남기고자 스튜디오 앞 공터 바닥 벽돌에 10년 이상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고 있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유니티 템플

 
▷ 헤밍웨이 삶과 예술의 근간= 오크파크의 또 다른 인물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는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오크파크에는 헤밍웨이의 생가가 보존돼 있고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비영리단체 어니스트 헤밍웨이 재단이 관리운영하고 있다.

라이트와 마찬가지로 헤밍웨이 역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그의 문학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1983년 설립된 재단은 생가와 박물관을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오크파크 공립 도서관의 헤밍웨이 아카이브와 자료조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 헤밍웨이 생가 전경

▲ 헤밍웨이 생가 내부

헤밍웨이 생가는 헤밍웨이가 1899년에 태어나 6살 때까지 살던 집으로 그의 외할아버지가 지은 빅토리아 양식의 집이다. 헤밍웨이의 인생과 예술의 근간이 된 곳이다. 재단은 그의 생가를 매입해 그가 살던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가족이 쓰던 방과 응접실, 욕실, 육아실 등에 실제 사용하던 가구와 가정용품, 박제작품, 가족사진 등의 다양한 물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생가의 다락방에서는 라이터스 인 레지던스(writers in Residence)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헤밍웨이가 살았던 생가의 다락을 1년간 무료로 사용하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생가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헤밍웨이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그의 누나인 막셀린(Marcelline)이 기증한 유품을 기반으로 지난 1991년 7월 개관했다. 그와 관련 800여장의 사진과 인쇄물, 옷가지, 가구 등 일상품에서 고교시절 학생기록부와 일기장 등 개인기록물과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편지와 세계대전 참전 당시의 자료 그리고 헤밍웨이가 직접 그린 미술작품이 있다.

 

-보존회 설립목적은.
디자이너, 건축가, 목수 등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지역의 전통적인 것을 지키자는 취지에서다. 지역의 유산을 사람들이 알아보게 하고, 지역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해 보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라이트의 유산을 알리고 보존하는 것이다.

-보존회 운영원칙은.
핵심은 이웃지역세계 등 3가지다. 보존회가 힘을 가지려면 지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다음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기반이다. 비영리 조직이다 보니 기부와 후원 등을 통한 경제적 독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마케팅이다. 라이트의 저택과 스튜디오는 박물관처럼 큰 규모가 아닌 만큼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가치를 지닌 마케팅이 필요하다.

-라이트라는 인물이 지역을 홍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
오크파크엔 그가 남긴 개인 집들이 많다. 마을 전체에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다. 당연히 오크파크를 알리는 데 라이트는 없어선 안 될 인물이다. 오크파크 주민들 역시 라이트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기가 굉장하다. 비결은.
자원봉사자 550명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다툼없이 협력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활동을 통해 자신이 새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라이트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는 데 만족해하고 있다.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사는 자원봉사자도 많고, 학생들도 있다. 이들 봉사자들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