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책길, 문화관광 명소 꿈꾼다
<5> 서귀포 작가의 산책길, 나아갈 방향

서귀포시는 2011년부터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귀포 태생이거나 체류하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들의 관련시설을 탐방함으로써 작가의 예술혼을 새롭게 음미하며 탐방객들을 유치하려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서귀포는 최근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여서 해결해야 과제도 삭적하다. 이에 본지는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의 국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산책길 탐방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천재화가 이중섭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서귀포 피난시절이었다. 폭풍의 화가로 불리는 변시지와 서예가 현중화는 서귀포가 고향이다.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시에서 태어나거나 잠시 머물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이들의 삶과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도보탐방 프로그램이다. 이중섭미술관을 출발해 이중섭거주지, 동아리창작공간, 기당미술관, 칠십리시공원, 자구리해안, 서복전시관, 정방폭포, 소라의 성, 소암기념관을 엮어 만든 4.9km의 탐방코스다. 매주 토·일요일에는 문화해설사가 함께 동행해 길잡이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작가의 산책길과 다양한 문화적 시도= 작가의 산책길은 단순히 탐방코스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작가의 산책길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작가의 산책길과 함께하는 서귀포문화예술디자인시장이다. 매주 토·일요일 작가의 산책길 시작점인 이중섭거리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역민 또는 지역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목공예, 칠보공예, 수공예품 등 문화상품을 선보이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방문객들에게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난 2011년 5월 작가의 산책길 선포 때 부대행사로 시작했던 아트마켓운영이 확대된 형태로 올해 임시천막을 철거하고 상품판매대 14동을 설치해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는 3개월마다 교체하고 있다.

▲ 서귀포문화예술디자인시장이

또 하나의 시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2012마을미술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된 행복프로젝트-유토피아로(遊土彼我路) 조성사업이다. 

유토피아로는 사업비 14억5000만원을 들여 숲, 집, 바다, 길 등 4개 주제로 나눠 작가의 산책길 속 4.3㎞의 길에 40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43점의 작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붕없는 갤러리라고 불리는 유토피아로는 지난해 3월 시작돼 1년여 만에 완공됐다.

이처럼 서귀포시는 작가의 산책길을 중심으로 구간구간 설치된 마을미술프로젝트 작품, 서귀포문화예술디자인시장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구도심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시는 작가의 산책길을 서귀포시의 대표 문화관광 상품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표로 등록했다.

시는 작년 작가의 산책길 탐방과 문화예술디자인시장 체험에 총 1만8034명이 참여했으며, 올해 10월 현재 총 6만7139명으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 주도의 한계, 지역사회 공감대 부족=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산책길 운영에 있어 관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민과 지역예술인의 공감대 형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예술인 A씨는 "작가의 산책길을 시작할 때부터 지역민들과 소통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 실패는 예고된 일"이라며 "인물을 활용한 탐방코스인데, 인물의 가치를 알리는 것 보다는 보여 지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지역정서에도 맞지 않고 난잡함마저 든다"고 말했다.

서귀포문화예술디자인시장 운영만 보더라도 서귀포시가 서귀포문화예술시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민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오던 서귀포예술시장이 있음에도 대화 없이 비슷한 명칭과 성격의 프로그램을 또다시 만들어 추진해 잡음이 일어왔다. 그동안 이중섭거리에서 예술시장을 운영하며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 온 서귀포예술시장 참여자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소통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부분이다.

▲ 작가의 산책길

관이 주도하고 민이 참여하는 방식인 까닭에 시민참여를 이끄는 데도 한계가 드러난다. 물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작가의 산책길에 대한 문화교육으로 해설사를 양성하고 SNS 서포터즈, 초중등 교원 대상으로 지역문화예술 메신저 과정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참여를 이끄는 데는 역부족이다.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로 활동하는 K(55)씨는 "서귀포가 좋고, 서귀포에 머물렸던 문화예술인들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양성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시민참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우선 작가의 산책길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다각적으로 시민 참여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아 시 문화예술과장은 "작가의 산책길을 통해 많은 방문객들이 서귀포시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문화컨텐츠를 강화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인물마케팅, 지역과 인물 공감부터= 결국 지속가능함이 과제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관주도로 지역인물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을 벌이다 실패한 사례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민의 참여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통한 지역가꾸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중섭 거주지

통영의 음악가 윤이상, 미국 살리나스의 존 스타인벡, 미국 오크파크의 헤밍웨이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 대한 사례를 보면, 이들 모두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저명인사들의 흔적을 지역민들이 재단 및 보존회 등을 만들어 스스로 보존하며 자부심을 갖고 가치를 알리고 더 나아가 지역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주)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인물마케팅은 우선 지역인물을 공감하는 데서 출발하고, 사건과 스토리가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그 인물의 가치를 깊이있게 재해석해서 특색있는 명소로 개발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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