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래 끔찍한 대참사로 손꼽힌 남영호 사건이 사건발생 43년을 맞으면서 위령사업이 펼쳐질 전망이다. 남영호 사건의 악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유족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다소나마 원한을 덜어드릴 수 있어 다행스런 일이다. 유족들은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야 기억에서 떨쳐내고 싶지만, 시신도 없이 제사를 지내 온 응어리는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그동안 남영호 사건은 제주 현대사의 대참사로 기록되고 있으나, 위령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족들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사건 직후인 1971년,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남영호 조난 수습대책위는 서귀포항에 위령탑을 건립한 바 있다. 하지만 서귀포항 항만공사 과정에서 위령탑은 사건발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효동 야산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현재의 위령탑에는 진입로와 안내판도 없이 무덤 10여기와 비석이 안치됐을 뿐이다.

 최근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남영호 사건 위령탑을 이전하고, 민간 중심의 이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위령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동안 남영호 사건을 수수방관하며 위령탑의 일방적 이전으로 유족들의 원성을 받았던 행정당국이 뒤늦게 위령사업에 뛰어든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사건발생 43주년을 맞아 유족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사건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남영호 사건은 과거의 일로만 덮어둘 게 아니라, 끔찍한 참혹상을 되새기며 재해재난 사고를 극복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인재’에 의한 재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안전문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항에 처음 위령탑이 건립될 당시, 도지사는 제막식에서 ‘슬픈 탑으로 남기지 말고 슬픔을 극복하고 지성으로 바다를 다스려 힘차게 전진하는 탑으로 남겨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사건 발생 4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유족들은 물론, 시민들의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서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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