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17>

불편 신고서를 씁시다. 항공사나 호텔에는 고객들의 요구사항과 직원들의 서비스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서 ‘Complain Letter’, 즉 ‘불편신고서’를 항상 배치해 둔다. 언짢은 일이 있으면 그냥 눈을 감아주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해 버리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맞지는 않지만, 서양인들은 직접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불편신고서를 작성해서 본사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을 이용했던 한 외국인이 승무원의 실수로 식사를 받지 못하자 다시 식사를 요구하지 않고 불편신고서를 요청해 친필로 상황을 설명하고 그 직원의 이름까지 적어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록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이 작게 보이는 편지 한 장이 경영진의 새로운 결정에 큰 역할을 줄 수가 있다. 특히 호텔 같은 서비스 업종의 회사는 항상 고객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불편서나 제안서를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최고급 호텔 체인중 하나인 오리엔탈 호텔의 경우는 고객들에게 방열쇠와 고객불편(제안)서를 같이 주고, 작성해서 돌려주는 고객들에게는 조그마한 선물까지 준비해서 주면서 고객들의 제안이나 불편사항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만일 외국 여행을 하시는 우리국민들께서 그 제안서나 불편신고서에 한국말 하는 직원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시면 어떨까? 영어로 쓰실 필요도 없다. 한국어로라도 작성하시면 된다. 미국의 대부분 시외전화회사에서는 한국 교포와 관광객들을 위해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영어를 못해도 한국으로 전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이 뉴질랜드 호텔에서 일하게 된 것도 한국인 관광객들을 더 유치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이 그 이유중 하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외국에 사는 교포들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외국으로 진출할 미래의 한국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불편신고서나 제안서가 그들의 미래를 좀 더 밝게 만들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도록 해외여행 하시는 분들께 세심한 배려를 부탁드린다.제246호(2001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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