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4.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성산읍 오조리에 사는 임명옥씨. 요양보호사로 밤낮을 바꾸어가며 근무하는 시간외에 틈틈이 독서로 피로를 푼다고 한다. 성산일출도서관 그녀의 전용방(?)에서 진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모처럼 깊이 있는 책이야기를 진행했다.
이용호(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이)= 성산일출도서관 직원들이 가장 독서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하던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언제 읽으셨나요?
임명옥(이하 임)=「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를 읽고 받은 슬픈 감동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자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바로 읽었습니다. 한 오년 전 쯤 인 것 같습니다. 작은 딸과 함께 읽고 이런저런 느낌을 심각하게 얘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인습의 굴레에서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읽으신 후 소감은?
임=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 이였습니다. 넓게는 잘못 풀이된 교리가 얼마나 무서운 일들을 몰고 오는지, 이슬람 종교가 어떤 종교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읽는 동안 책을 덮을 때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명성황후를 읽을 때 시해장면에서 도저히 읽지 못하고 덮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보다 더 떨렸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선택이라는 단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는 꿈같은 얘기겠죠.
이= 주인공 마리암은 생모 나나 조차 하라미(사생아)라고 부르고, 본인을 아무도 원치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주인공의 삶은 어땠나요?
임= 목요일마다 오는 아빠를 기다리고 파이줄라 선생님에게 글을 배웁니다. 아빠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시간들이였습니다. 알고 보면 마리암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마리암의 아버지 잘릴은 마리암이 15세 때, 25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반강제적으로 시집을 보냈습니다. 이 때 잘릴은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임= 저도 잘릴의 본마음이 궁금합니다. 많은 부인들의 강요에 의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문화권에서는 그런 일들은 당연한 건지, 라시드가 여자의 정숙함을 강요하면서 이상한 잡지를 몰래 보듯이 그 역시 이기적이고 바르지 못한 생각에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만 복잡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들이 이 지구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마리암은 고향 헤라트를 떠나면서 좋은 추억과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경험을 가지고 갑니다. 그것들은 마리암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던데...
임= 헤라트를 떠나는 마리아의 마음은 어떤 마음 이였을까? 공포와 같은 결혼, 25살의 나이 차이, 나나의 자살, 낯선 도시, 가장 믿었던 아빠의 행동. 어릴 때는 아빠를 기다리고 사랑을 갈구합니다. 결혼해서는 남편의 사랑과 따뜻한 위로의 말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를 기다리는건 끔찍한 폭행과 폭언들입니다. 그래도 삶은 이어지는 게 맞나요? 그 엉터리 법 앞에서...
이=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갑니다. 그 이유는?
임= 폭력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라서, 아니면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교육이 없어서, 독서를 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봐도 그런 잔인한 폭력 앞에서는 그 무슨 이유로도 합리화 시킬 수 없습니다.
이= 또 한사람의 주인공 라일라는 어떻게 마리암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게 되나요?
임= 카불에 전쟁이 났습니다. 며칠 전 라일라가 사랑하는 타리크도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떠납니다. 뒤늦게 떠날 준비를 하던 날 로켓탄이 카불에 떨어집니다. 그렇게 아빠와 엄마는 죽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라시드가 깨진 벽돌 틈에서 라일라를 꺼내줍니다. 그때부터 함께 살게 됩니다. 라시드는 그날 자기가 집에 있어서 너를 구했고 너는 운이 좋은 아이라고 말을 했지만 라일라의 끔찍한 운명은 그 순간 시작됩니다. 이런 때도 인연이라는 말이 맞을까요?
이= 마리암과 라일라가 서로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임= 마리암은 셀 수 없을 만큼 유산을 합니다. 자기 아기를 위해서 손수 준비 했던 옷을 아지자에게 입혀 줍니다. 또 라시드가 마리암을 폭행 하려는 걸 막아줍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처지라는 것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결국 라일라는 마리암에게, 역시 마리암은 라일라에게 서로서로 꼭 필요한 존재로 되어 갑니다.
이= 라일라는 남편 라시드에게 약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첫째 딸 아지자가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둘째 아들 잘마이가 태어나고 난 후 라시드에게 변화된 모습은 어떤 점이었나요?
임= 라시드에게 아들 잘마이는 종교입니다. 예전에 아들이 죽어서 그런지 잘마이에게 향한 분별없는 사랑은 무모한 행동을 합니다. 빚까지 지면서 잘마니의 물건을 사옵니다. 끝내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지자도 고아원으로 보냅니다.
이= 라시드는 마리암과 라일라에게 살인적인 폭행을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임= 아지자가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느낌을 라일라는 느낍니다. 불안해서 집에 있을 수 없었겠죠. 그동안 라시드 지갑에서 훔친 돈으로 집을 떠날 계획을 합니다. 물론 마리암과 함께요. 남자를 동행하지 않는 떠남은 해가 지기 전에 끝납니다. 그리고 그날 상상도 할 수 없는 폭행과 감금이 일어납니다.
이= 마리암은 라시드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사형을 당합니다. 주인공은 출생, 삶, 죽음까지 모두 불행하였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마리암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 난민국과 더불어 난민들을 돕는 일이 내 삶에서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마리암 라일라를 통해서 아프가니스탄의 고된 여인의 삶을 알리고 그들을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위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리암 라일라의 이야기가 시작된 거 아닐까요?
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이 소설의 어느 대목에서 나타납니까?
임= 카불을 떠나기 전 집을 정리하면서 책꽂이 앞에서 슬픈 미소를 짓는 아빠를 보게 됩니다. 라일라는 아빠를 위로해 드리고 아빠는 착잡한 마음에서 카불에 관한 한편의 시를 가르쳐 줍니다.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지만?현실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녀들은 반짝이는 달들, 찬란한 태양들이 그 곳에 있음을 믿고 살아갑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그 책꽂이 앞에 서기를 희망했겠죠.
이= 나의 인생에서 독서란?
임= 남들이 뭐라고 해도 당당해 질 수 있는 내면의 힘이다.
정리=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사진=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서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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