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에는 보행자 우선도로 공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08년 이중섭 거리가 중앙정부에 의해 보행자 우선도로로 시범 지정된 이후 막대한 국비 지원에 힘입어 종전 자동차 중심 도로가 사람 중심의 도로로 바뀌었다. 보행자들이 안심하게 걸을 수 있도록 인도 폭이 넓어지고 보행 전용구역이 생기면서 교통사고 예방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귀포시는 2009년부터 명동로, 중정로, 동문로 등 시내 곳곳을 보행우선 도로로 개선하고자 시민 불편에도 아랑곳없이 대단위 도로공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보행자 우선도로 개선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점자 블록을 파헤치는 바람에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 목재인도를 걷어내면서 점자 블록 등을 함께 제거하기 일쑤여서 점자 블록이 갑자기 끊겨 버린 곳이 속출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승· 하차 지점에도 점자 블록이 설치되지 않고, 횡단보도엔 음향신호기도 없어 사람 중심의 거리 조성이라는 당초의 사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초등학교 통학도로에는 인도 폭이 매우 비좁은 탓에 어린이들이 등·하교 때마다 자동차를 피하느라 곡예를 일삼고 있다. 이를 안쓰럽게 여기다 못해 총동문회 차원에서 직접 인도 폭을 측정한 것을 토대로 통학로 개설이나 통학차량 지원 등을 요구할 태세다. 막대한 사업비를 들인 보행환경 개선공사가 대도로 중심의 전시행정으로 치우치면서  학교 주변이나 이면도로 일대의 보행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우리 사회에 고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들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교통 문턱을 낮추려는 ‘배리어 프리’ 움직임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제주올레길 곳곳에서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답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서귀포시가 진정 치유와 힐링을 추구하는 녹색 휴양도시로 도약하려면 모든 사람이 걷기에 편한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서귀포시는 ‘사람 중심의 거리’라는 당초의 보행환경 개선사업 취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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