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16. 이스마엘 베아의 '집으로 가는길'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읽기' 선정도서를 읽은 독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대정읍에 있는 한국국제학교(KIS) 8학년인 김문성 군이다. 15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진지함을 가진 문성 군과 동네 빵집에서 책에 대한 사춘기 수다(?)를 떨어 보았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이하 ‘안’) 중학교 2학년 또래에 비해서 키가 상당히 크네요. 칠십리책방 독자에게 직접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문성(이하 ‘김’) 어른들은 잘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인 줄 아시죠. 저는 수학과 과학을 잘하고, 사회점수가 잘 않나오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1차 목표를 변호사로 두고 있는 한국국제학교 8학년 마지막 학기를 이수중인 김문성입니다.

안 : ‘집으로 가는 길’ 이라는 제목을 듣고 떠올랐던 것을 얘기해줄래요.
김 : 제 입장에서는 학교가 끝나고 고단한 모든 일을 마친 뒤 쉬러가는 마음속에서 가장 먼 길이라는 생각이죠
안 : 이 책의 배경은 ‘전쟁’입니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나서 ‘전쟁’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김 :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그저 나쁜 일 이라고 만 생각했는데 중학생 되면서 전쟁이란 마지막 외교 수단이라고 관점이 조금은 바뀌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전쟁이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마지막 외교의 수단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고통스럽고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겠죠.
안 : 책에 보면 전쟁에 찌든 소년병들은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 마약을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약은 하나의 ‘고통스런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죠. 문성군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약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김 : 저는 지금까지 마약은 그저 현실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 쓰는 ‘현실회피용’이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책을 읽고서 다른 누군가가 느끼는 현실의 무게가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누군가의 고통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더군요. 또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마약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조금이라고 행복을 느끼려는 이들을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 : 만약 문성 군이 지금 전쟁 상황에서 소년병으로 가게 되었다고 가정 한다면 어떨까요.
김 : 솔직히 말하면 너무 속상하겠죠. 우리 나라가 소년병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에 빠졌다는 가정이 상당히 부담스럽네요. 먼저는 저희 어머니께서 저를 빼돌리려 하시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비록 제가 장남에 장손이기는 하지만 전쟁에 참전하여 열심히 싸울겁니다. 그리고 전쟁의 승패여부에 상관없이 꼭 살아서 돌아올 것입니다(웃음)
안 : 이 책의 주인공인 이스마엘은 분노로 인해 첫 방아쇠를 당기게 됩니다. 문성이라면 무엇을 위해 방아쇠를 당겼을까요.
문 : 저라면 감정적 분노보다는 내가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당겼을 것입니다. 안전의 욕구란 것이 결국 본능이기에 그렇겠죠.
안 : 누군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때 그 방아쇠는 어떤 의미인가요.
문 : 저는 방아쇠란 살아남기 위해서 영혼은 악마가 되어 버리는 문고리라고 생각이 드네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러나 선택을 강요당하는 순간이겠죠.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안 :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스마엘이 유니셰프의 도움을 받아 지옥같은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 가게 됩니다. 유니세프는 주인공에게 탈출구요. 일종의 안전지대겠지요.
문 : 저에게 있어서 탈출구는 가족입니다. 제 성격이 좀 까칠하고 힘든 성격인데, 이런 저를 제일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이 가족이거든요.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유일하게 제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올해 초에 이런 일이 있었지요. 하루는 엄마가 무척 화가 나서 저보고 “나가!”라고 했는데, 정말로 집을 나왔어요. 그런데 밖에 나오니 날은 춥고 점점 어두워서 무서웠지요. 조금 지나자 동생이 찾으로 나왔더라구요. 비록 아파트 놀이터 밖에서 있었지만 저를 찾아주고, 또 받아주고, 보호해 주는 것은 역시 가족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안 : 머릿말 중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그건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요. 어떤 의미인가요.
문 : 전쟁이 일어난 것도, 소년병으로 나가게 된 것도, 분노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고, 결국 자신이 총을 잡고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 한 소년의 그릇된 판단이나 원인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을 보고 있는 그 누구도 속상하고 슬픈 일 중의 하나라는 뜻이겠죠.”솔직히 어린 우리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웃음)
안 : 이스마엘은 ‘작은 악마’가 되어서 ‘사람을 죽이는 게 물 마시는 것보다 쉬웠다.’라고 말합니다.
문 : 이미 이스마엘은 정신적으로는 죽어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것 자체가 더욱 큰 고통이라 생각되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면,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을까요. 전쟁 속에서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한 어린병사가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겠죠. 아무런 말로도...
안 : 이 책에서 소년 이스마엘이 작은 악마가 된 후 다시 되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문성 군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스스로 시인하고 돌이킨 적이 있나요.
문 : 요즘 제가 자주 듣는 말중에, ‘재는 사춘기가 백 만 번은 오나봐!’혹은‘사춘기가 지난 듯도 한데 사춘기 같은 행동을 하면 뭐가 되는 줄 아니!’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굳이 이스마엘을 가리켜서 ‘작은악마’라고 한 것도 그가 가진 나이 때문일 겁니다. ‘작은’이라는 말 속에 본성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의 뜻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사춘기가 이미 지나서 나름 괜찮아졌다고 주장은 하지만, 주위의 의견을 들으면, 아직도 작은 악마의 사춘기 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저희 가족이 기다려주고 지켜주고, 지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지요. 호르몬의 변화는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안 : 이스마엘에게 ‘어른들’ 이란 자신을 지켜주는 동시에 자신을 악마로 만드는 존재인데요. 문성 군은 어른들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문 :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어른들은 사고란 사고는 모두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다 저희(아이 혹은 자녀) 행복을 위해서 라고 핑계 삼는 사람들이요. 솔직히 이렇게 세상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편리하다고 주장하고, 가장 값비싼 환경을 파괴해 놓고 돈을 많이 벌어서 굶는 사람이 적다고 거짓말을 일삼지요. 핑계 대고, 남 탓하는 데는 일등인 사람들이 어른들인 것 같아요.
물론 저희를 그렇게 보호하고 키우고 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러면서 모든 일은 다 “너희들 위한 일이야..”라고 말씀하시죠. 어쩌면 솔직히 저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네요. 너무 제가 솔직했는지 모르지만 분명 어른이라는 것만으로 존경하는 것도 있죠. 참 어렵고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그 와중에 저희를 챙기느라고 정작 본인들은 어느새 뒷전에서 맴도는 것도 있으니까요. 저희는 가끔 어른 생각을 하지만 어른들은 가끔 딴생각을 하시고, 대부분은 저희 같은 자녀를 늘 생각하시죠.

문 : 저는 제 부모님 얘기가 아니라.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어른들을 얘기한건데요!(웃음)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고, 저를 위해서만 사시죠. 감사합니다!(큰소리로)
안 : 이 책을 통해 본 소년병과 전쟁은 어떤 관계일까요.
문 : 전쟁에서 소년병은 개인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 참전되는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어른들의 전쟁, 즉 최후의 외교수단에서 밀릴 때 쓰는 최종적인 수단이죠. 만약 이기고 있다면 소년병이 참전하지 않겠지요. 승리를 위해 참전하는 상황은 소년이 결국 무기로 사용되는 거겠죠.
이 책을 읽으며 전쟁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전쟁은 벌어지면 안되는 것일 뿐 아니라 수 많은 생명을 죽이는 전쟁이야말로 인간이 선택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선택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안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문 : 요즘 인터넷 게임이 대분분이 전쟁과 폭력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무기로 죽이고 뭔가를 얻는 게임, 그리고 전쟁을 통해 승리를 얻는 게임들에 많이 중독되어 있지요. 저는 일상적인 우리의 행동이 한 번씩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대해서 미화하거나 정당화 하는 분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전쟁광들은 전쟁을 그저 자극적인 경기나 취미거리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집단화 되면 더욱 전쟁을 외교의 우선순위로 사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안 : ‘집’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문 : 나에게 집이란 나의 하루의 종착역이다
안 :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문 : 이 책 때문에 바뀌었는데요.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 : 나에게 책이란
문 : 엄마에게 혼나지 않는 유일한 오락거리, 꼭 안전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나에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위험한 세계를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게 해주는 마법의 공간입니다.
정리․사진 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