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번 회견에서 다른 분들도 지금의 정치 행보를 접고 세대교체란 시대적 소명과 도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출마 결단에 동참해 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분들이란 제주도지사를 지낸 우근민 현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를 지칭함은 물론이다.

 그의 이번 불출마 선언이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 정가에는 민선시대인 1990년대 이후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 3명이 30년 가까이 도지사를 번갈아 맡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들 세 분이 그동안 도지자 재직 때 나름대로 훌륭한 업적을 쌓은 것도 도민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주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하나, 고희를 넘긴 인사들이 다시 도지사를 맡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른바 ‘386세대’의 주역들이 단체장에 선출되면서 지역과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주올레와 자매결연 관계인 일본 규슈의 다케오시의 경우 40대의 참신하고 유능한 중앙부서 공무원을 시장으로 영입한 이후 장기간 침체에 허덕이던 지역사회가 놀라운 발전과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보수성향이 짙은 공직사회라 하나, 글로벌시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에서 30년 가까이 정치판이 요지부동인 것은 어찌 보면 도민들에게 불행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직 도지사들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탓에, 공직사회에는 선거 때마다 줄서기와 보복성 인사 등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서귀포 시민들을 분노케 만든 전직 시장의 선거개입 사태 역시 그간의 공직사회에 뿌리박힌 고인 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흔히들 제주 사회에는 도민들에 존경받을 만한 원로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이번 김 전 지사의 퇴장을 계기로 전직 도지사들도 세대교체의 큰 물결에 동참하도록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 사회에도 존경받는 원로가 탄생할 수 있기를 도민들은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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