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 읍면동마다 주민들이 청사 신축이나 증축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낡고 비좁은 읍면동 청사를 새롭게 짓거나 넓힘으로써 민원인들에 편의를 제공하고 공무원의 행정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주민들의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두 군데 청사는 올해 예산에 사업비가 편성되면서 신축에 착수했다. 여타 지역에서도 봇물 터지듯 신축 또는 증축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청사 신축과 관련해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청사 건립연도나 주민• 공무원 수, 건물 안전진단 여부 등을 파악한 흔적도 없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 크기에 맞춰 사업예산이 편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지역에는 올해 신축에 들어간 두 군데 읍면동에 비해 건립연도가 오래 된 곳도 더러 있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없는 곳에는 청사 신축계획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자칫 선심성 예산편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민선 도정에서 오랜 기간 읍면동 청사 신축을 엄격히 억제해 오다, 최근에야 신축• 증축을 다소 허용하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그동안 재정여건이 향상된 탓인지, 주민 불편이 가중된 탓인지, 철칙처럼 이어지던 청사 신축 억제방침이 완화된 배경이 사뭇 궁금하다.

 또 다른 문제는 행정체제 개편작업이 아직 진행 중인 이유에서다. 특별자치도 출범 초기부터 행정 효율차원에서 인구• 면적의 동지역 일부를 합치려는 ‘대동(大洞)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행정시 기능강화와 더불어 대동제 도입 방안은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걸 정도로 가닥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일부 읍면동 청사에 대해 신축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예산과 행정력 낭비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읍면동 청사신축이 선심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단 주민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청사 신축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과정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다음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선심성 예산편성이란 잡음이 새어나지 않으려면 읍면동 청사신축 계획을 일단 지방선거 이후로 넘기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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