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 첫번째 책-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 부위원장, 이하 '안'):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연실(제주대학교 무역학과 4학년, 이하 '이'): 이제 2월에 제주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걸음을 시작하는 꽃다운 25세 이연실 입니다. 그리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주부터 첫 출근 예정이기도 하네요.

안: 요즘 시기가 졸업시즌이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고민 중에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취업인데 상황은 어떤가요.
이: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중 1년을 휴학해서 올해 졸업하지만 입학 동기들은 작년에 졸업했죠. 그 동기들 중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빨라야 26~27세 정도 되어야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더군요. 반면에 제주에 있는 동기들은 특별히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를 빼면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이 생활력이 강해서 인지 졸업과 동시에 밥벌이를 바로 하네요. 그래도 역시 대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취업이 가장 큰 고민인 것은 분명하네요.

 

첫번째 대담자 이연실(왼쪽)씨와 진행자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안: 책 제목에서 두근거림 말하는데 혹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커다란 두근거림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있었어요. 저는 그 남자애의 무척 무뚝뚝한 말투랑 행동 모든 게 다 좋고 설렜지요. 그 때의 저는 아무것도 무서운 게 없었어요. 아마도 그 시절에만 있을 수 있던 막연한 용기 같은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때 만큼 용기 있게 남자애를 따라다닌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친구의 고맙다는 사소한 말에도 두근거렸고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설렜어요.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한 남자애에게서 가장 두근거림을 느낀 것 같아요.

안: 이제 사회 초년생이기에 아직은 젊지만 혹시 자신이 나이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요.
이: 네! 그럼요(힘차게)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면 이상한가요(웃음) 힘든 입시와 어려운 대학생활 그리고 취업을 겪고 있는 시기여서 그런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여서 그런지 무척 나이 들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좀 그럴 듯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매일 매일 늙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고요. 흔히들 나이 들면 겁이 많아지고 조심스러워지잖아요. 정말 제 나이를 보자면 20대이고 겁 없는 나이인데 새로운 하나를 하려고 하면 겁부터 나고 그래서 올해 목표가 무엇이든지 부딪혀보자는 겁니다. 

안: 책에서 나오는데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대하면서 지금 자신의 상황과 대비시킨 순간이 있었는가요. 예를 들면 순리대로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든지, 건강하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하는 등등. 그때 진심으로 와 닿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인 아름이를 생각하면서 우선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 때문에 살고 싶어하는 아름이! 그 아름이를 생각하자면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의 여건이 너무 감사하죠. 좀 더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어떤 이에겐 ‘삶’이 당연한 게 아니고 치열한 생존의 상황이란 거죠. 흔히들 몸이 조금 힘들다고 해서 죽을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의욕이 생기게 되더군요. 한마디로 좀 더 당당해지고 적극적으로 모든 일에 임하고 싶어요.

첫번째 대담자 이연실씨
안:

안: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긍정, 유머, 유쾌한 대화 내용을 보면서 무거운 슬픔을 너무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너무 슬퍼도 슬퍼하지 말고 너무 기뻐도 기뻐하지 말자’와 같은 교훈에 공감할 수 있었나요. 
이: 제 좌우명이 고사성어인 ‘새옹지마(塞翁之馬)’입니다. ‘새옹지마’가 좌우명인 이유는 세상일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힘들죠. 게다가 지금의 어려움이 변하여 언제든지 희망의 싹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당장 내 앞에 놓인 유리함이 순간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요. 그래서 모든 일에 대해 긴 호흡으로 지켜보고 당장의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아는 분 중에는 저를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다고 하는데 결단력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 겸손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안: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절망스러운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독서나 음악 감상으로 힘든 순간을 견디어냅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이들보다 더욱 지적욕구가 강하기도 하는데, 아주 힘든 순간에 이처럼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가요.
이: 태어나서 처음 인터뷰하는 지금이 가장 큰 힘든 순간이 아닌가 생각되네요(웃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아! 죽을 만큼 힘들어’ 했던 순간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어요. 어쩌면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제 자신이 그 때를 죽을 만큼 힘들다고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친구들과 얘기하거나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상황을 제가 이미 경험했고 그 때가 힘들었구나 하면서 새삼 놀라게 되죠.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이 힘든 일을 대하는 제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안: 아름이는 무엇보다 부모님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기특합니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언제 가장 울컥해지는가요.
이: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부모가 되면 생활과 자녀에 대한 무게가 더해지니까요. 딸로서 가장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은 부모님, 특히 엄마가 힘에 부쳐하는 것은 내색하지 않으려는 것이 더욱 속상했지요. 아직은 큰 도움이 못되지만 함께 얘기를 들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자녀에게 힘든 것을 얘기하고 함께 나누는 것도 가족이 성장하는 큰 계기가 아닐까 하네요.

안: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한 가지씩 갖고 있는데 어떤 것이 있는 가요.
이:  사람은 사회적 동물 아닌가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얻게 되는 갈등, 스트레스가 있지요. 우선 제 경우는 말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결되죠. 그런데 만약 스트레스의 정도가 심하다면 일기장을 의지하죠. 저는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데 일기장에는 오늘 내게 있었던 일만이 아니라 나쁜 감정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욕... 구구절절.. 상대방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솔직하게 적게 되죠. 그러면 속상한 마음이 풀리고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안: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어딘가요.
이: 아름이가 생을 마감하는 부분인데(p324) 결국 아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죠. ‘어디에서 웃었어요?’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지요. 아름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자식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루지 못한 것이 속상했어요. 그리고 어쩌면 아름이의 소원이란 것이 특별하지 않은, 세상 모든 부모자식 간에 바라는 원초적이고 소박한 바람이 아닐까 싶네요.

안: 아직은 청소년기에 가까운 나이여서 그들의 감성에 대해 공감이 쉬울 듯한데, 그 시기의 사랑은 어떤 것이며 연인과의 신체접촉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 사랑의 감정은 그 자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다만 청소년기는 아무것도 재지 않고 그 상대만을 바라보기에 순수하다고 여겨지네요. 그 사람이 뭘 하던지 그 자체로 좋아하죠. 그 사람이 좋으니 그 사람에게 대해 알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래서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을 숨길 필요는 없지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고, 그 진심까지 알고 사랑해주는 게 진정한 사랑 아닌가요!

안: 책을 보면 주인공 아름이 엄마의 헌신적 행동을 보면서 느낀 점은 어떤 건가요.
이: 아직 얘를 낳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녀에 대한 모성애는 한이 없다고 느낍니다. 멀리가지 않고 가까이 보자면 우리 엄마를 통해서도 느껴지죠. 엄마란 결국 친구처럼 편하고 때로는 인생의 위로자로서 혹은 멘토로서 따끔하게 혼내주고 용기도 심어주는 내 존재의 근원이라고 여겨집니다.

안: 서귀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한마디로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를 알고 나서 이런 좋은 단체가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정말 서귀포 시민들이 시민의 책을 함께 읽었으면 하네요. 제 경우를 보자면 아직도 이런 독서운동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도 많기에 홍보를 많이 했으면 합니다. 제 주위 분들과 시민의 책을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안: 나에게 책이란 ○○○이다.
이: 느낌표에요.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건 물음표와 같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성찰하고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고 깨달아서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는 느낌표의 연속인 것 같아요.

정리․사진 권미영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책소개- 첫번째 책 '두근두근 내 인생'

이 책은 열일곱살에 아이를 낳은 한대수와 최미라,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들 아름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열 일곱살에 80세 노인의 몸으로 살아가는 아름이는 어린 부모의 만남과 사랑,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로 써 부모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또,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자진해서 TV프로그램에 출연, 이를 계기로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녀 '서하'를 알게 되면서 사랑을 알게 된다. 김애란 지음/창비/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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