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귀포시, 칠십리 책방>15. 한기팔 시인의 ‘별의 방목’

 

[소개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피워낸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인간드라마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에서는 2012-2013 서귀포시민의책 중 시집 별의 방목의 저자인 한기팔 시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아름다운 서귀포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그의 시 세계와 시인의 마음으로 사는 삶에 대한 잔잔한 대화가 오고 갔다. 최근 멋스런 카페들이 골목골목 들어와 더욱 운치를 자아내는 보목, 그의 고향 카페에서 시와 커피를 두고 오가는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소박한 일상에서의 휴식이었다.

문상금(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이하 문)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기팔(이하 한) : 1937년 생입니다. 서귀농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중퇴했지요. 중등교원자격검정을 거쳐서 미술교사로 서귀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요. 마지막은 대신중학교에서 퇴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1975년 심상 1월호에 박목월 선생에 의해 <원경>, <꽃>, <노을>이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문 : 최근에도 <순비기꽃>이란 시집을 상제하셨는데, 몇 권의 시집을 내셨나요.
한 : 1978년 서귀포를 시작으로 5년 주기별로 별의방목, 순비기꽃 등 여덟 권의 시집을 엮었는데 그중에 순비기꽃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되는 사랑과 추억의 의미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살아오면서 내가 가졌던 꿈과 추억을 방목하게 되는 시간적, 공간적 의미이지요.

문 : 이 시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 한편은 무엇인가요.
한 : 아무래도 <별의 방목>이나 <내 오후의 인생>에 그 의미를 찾아야 하겠지요. 시집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엿볼 수 있을 테니까요.

문: 시 중간에 별 시어가 많이 눈에 띄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신가요.
한 : 사랑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 고독의 의미이지요.
문 : 좋아했던 은사나 멘토가 있으셨나요.
한 : 박목월 선생에게서 받은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고독하지 않으면 시의 진실을 찾을 수 없다. 시인(예술가)은 고독해야 한다. 고독의 미학을 즐겨라. 고 말씀하신 것을 늘 새기고 있습니다. <放下心(방하심)>이란 말이 있지요.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진실의 눈을 가질 수 없다란 말이지요.

문 : 시란 무엇이고 사람은 왜 시를 쓰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요.
한 : 시(예술)은 자기 존재의 확인 작업입니다. 특히 시는 곧 영혼의 모음(母音)과의 대화를 통한 자기 성찰과 존재의식의 표현이고, 시인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 음악이 신의 언어라면 시는 곧 음악의 언어로서 시인은 한편의 시를 위하여 평생을 사는 것이죠.

문 : 시집을 읽을 때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요.
한 : 의미를 찾기 보다는 새로운 감동을 음미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죠. 무엇보다 많은 시집을 읽는 것이 중요하죠.

문 : 대중성이 많은, 다시 말해서 베스트셀러로 읽히는 시나 소설에 대한 예술성은 어떤가요.
한 : 한마디로 좋다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대중성이라 함은 흥미를 유도해서 의식적으로 시인이나 작가의 사상을 함몰시키는 그 가치로서 시대의 보편적 사회의 흐름을 말하는데 예술성은 창조적 가치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중적 가치와는 별개의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역시 고독이란 창조자만이 누리게 되는 전형과도 같은 것이고 대중성은 흥미를 본체로 야기되는 것이라면 예술성은 창조의 가치를 원체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문 : 얼마 전에도 노벨문학상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왜 우리나라엔 노벨문학상이 수상 소식이 없습니다.
한 : 글쎄요. 아직은 실력이 미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다만 언어의 장벽, 한국적 전통성이 어려운 점도 있을 거구요. 서구문학이 직설적이고 현실적인데 비해서 한국문학이 그러지 못한 점이 결국 공감력이 약한 부분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특히 시에서는.....

문 : 시를 쓸 때 주로 언제 쓰시나요.
한 : 사람마다 다른 습관을 갖고 있을 겁니다. 나의 경우는 주로 새벽에 주로 맑은 정신으로 앉아서 시를 대합니다. 평소에 늘 펜과 종이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메모 해 두었다가 시를 쓸 때 시상을 정리하는데 끌어들이기도 하고 남의 시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떠오르는 시상이 잡히면 옮겨 적기도 하면서 한편의 시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문 : 시 작업 하는 짬짬이 그림도 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 시화전이나 그림 개인전 같은 것도 계획이 있으신가요.
한 : 시와 그림은 어쩌면 동일한 예술 선상에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예술정신도 그러하구요. 내가 쓰는 시가 이미지즘의 시각성과 공간성을 넘나드는 표현 형식이라면 그림 또한 시각예술, 공간예술이기 때문이죠. 시를 쓰면서 그림을 그린 시인들이 많지요. 독일의 헤르만 헷세, 프랑스의 로랭상, 한국에는 대표적으로 조병화 시인을 비롯한 여러 시인이자 화가가 있구요. 내가 그리는 그림은 시로 나타낼 수 없는 형체나 색깔을 그림으로 나타낸 시와 동일한 표현예술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몇 년 전에 이중섭 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시화전을 가졌는데 꽤 호흥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건이 주어진다면 전시회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문 : 서귀포시민의책 읽기에 대한 의견을 주신다면 무엇인가요.
한 : 책읽기는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전달매체가 다앙해서 책을 읽지 않아도 소일거리나 흥밋거리가 많지요.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니 책읽기에 쉽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책을 좀 읽도 분들도 종이책 보다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친숙하죠. 서귀포의 변화와 발전은 서귀포인들이 늘 책을 머리맡에 두고 읽는 습관들이기가 필요하죠. 책읽는 서귀포가 곧 발전하는 서귀포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문 : 책을 선택하는 좋은 기준과 주로 읽는 책은 역시 시집인가요.
한 : 문학작품은 인간학문입니다. 그렇기에 고전부터 명작소설, 명시집 같은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 지혜를 도울만한 속담집, 중국 명나라의 어록 채근담, 유태인의 탈무드와 같은 것은 인간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하는 책이지요.

문 :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가요.
한 :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제 기준은 정서적으로 새로운 정신세계로 인도해 주는 책이면 좋은 책입니다. 적어도 교양적인 면에서는 유레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책이면 이상적이겠지요.

문 : 나에게 책이란.
한 : 길이요, 양식이요, 별을 방목할 수 있는 풀밭

정리 : 유정숙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사진 :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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