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책읽는 서귀포, 칠십리 책방>세번째 책 ‘밥상혁명’

 

이 책은 비만과 기아라는 양립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순된 현실을 고발하고, 로컬 푸드와 식량 주권을 통해 그 해법을 모색한다. 소비자가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 즉 로컬 푸드를 실천하는 여러 나라의 예를 살펴보고, 지역 먹을거리로 학교 급식을 개선한 영국과 일본의 상황을 소개한다. 그리고 식량 확보에 초점을 맞춘 식량 주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원인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은이 강양구·강이현

 

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 저는 책읽기와 ‘런닝맨’을 좋아하는 오영미입니다. 하는 일은 수학, 과학 과외를 하고 있지요.

안: 평소에 먹거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었나요.
모: 네. 제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지요. 시장에 가면 재료를 고를 때 국내산 혹은 제주산을 항상 보게 되지요. 아무래도 고향에 대한 애향심이 아닐까요! 이런 얘기를 들어 보셨나요? 육지 배추가 제주 배추 보다 단단하고 맛이 좋다는 말을요. 일교차가 큰 육지에서 자란 배추가 맛이 좋다는 것은 이치에는 맞는 말이죠. 그러나 저는 제주에서 나는 배추, 혹은 채소를 먹는 다는 것이 오히려 제 입맛에 맞네요.

안: 현대인은 미래에 대해 무언가 불안감을 갖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면 어떤건가요.
오: 갈수록 빈부격차로 인한 불안감이 있지요. 최근 뉴스에 나온 세모녀 자살사건을 보면서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요. 특히 제주도가 도시화가 되면서 함께 나누는 것에 인색해지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이 듭니다.

안: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우리가 먹어왔던 즉석식품들에서 신선한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자!’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 이 책을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더군요. 무엇보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는 것이 좋았지요. 앞에 있는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민망하지만요(웃음) 이 책은 단지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들이 우리 몸에 좋다’고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 농산물을 먹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우리의 선택이란 점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저도 막연히 농업의 중요성, 농민이 어려움,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좋다는 단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모든 현상과 원인을 경제적, 사회적 관점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모든 분들께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제1장은 ‘먹을거리가 사람을 공격한다’ 입니다. 그 뜻은 무엇인가요.
오: 우선 ‘사람을 공격한다’는 말은 영양학적인 공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륙을 넘나드는 먹을거리, 예를 들면 미국산 오렌지는 9,600킬로미터, 칠레산 포도는 무려 2만 킬로미터를 이동한 재료들이 우리 입속에 들어가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먹을거리는 최소한 세 가지 문제가 있지요. 첫째는 원거리 운반으로 인한 에너지의 낭비, 혹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문제입니다. 만약 열대과일은 좀 경우가 다르겠지만 양파, 당근, 마늘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소비하는 것이 훨씬 에너지를 아끼고 탄소배출을 줄이게 되죠. 두 번째는 원거리 운반으로 인한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입니다. 원거리 운반은 로컬푸드(지역음식)에 비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것은 재료의 신선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신선도를 지연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죠. 그게 사람에게 결코 좋을 수는 없겠죠. 마지막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요. 바로 농민의 몫이 줄어들지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 먹을거리에 1달러를 지출할 때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1910년에는 소비자가 먹을거리에 1달러는 지출하면 40센트를 농민이 가져갔지요. 그러나 1997년에는 이 몫이 고작 7센트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은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이주하게 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도시 빈민으로 떨어지게 되는 구조를 낳은 겁니다. 좀 길게 설명했지만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우리 사회를 바꾸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겁니다.

안: 로컬푸드(지역 먹을거리)란 무엇인가요.
오: 제철에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영어로 로컬푸드를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표현되고 일반은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말하고 있지요.

안: 그렇다면 농민들이 자신이 생산한 로컬푸드를 팔기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오: 초국적기업, 즉 자본에 의한 대규모 농업기업이 먹을거리를 장악하면서 소농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어서 소농인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농인들은 자구책으로 직접 자신들이 농사지은 농산물들을 소비자에게 파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만들게 되었지요. 어쩌면 우리의 오일장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이 농민 중심의 직거래장터라는 겁니다. 유통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를 우선하는 장터이죠.

안: 제2장에서 농업의 위기가 결국 농민의 위기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역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데요. 그 상황이 어떤가요.
오: 문제는 농업정책입니다. 소농을 위한 국가 혹은 유럽연합의 정책이 필요한데 더 많이, 더 싸게 팔아서 이윤을 쫒는 대규모 농업이 시작되면서 소농이 몰락하고 있지요. 이 책이 2009년 말에 발간되었는데 당시 유럽 전역을 통틀어 매일 1000개가 넘는 농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안: 이 책에서 소농 중심의 농업 정책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 소농 육성이 결국 사회적 실업을 줄이고 빈곤을 끝내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캄보디아를 들 수 있는데, 캄보디아는 1987년 정부 주도로 소농 살리기를 시작해서 10년 만에 쌀자급을 달성하였습니다. 그 이익이 소농에게 집중되면서 불평등 완화효과도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브라질은 오히려 정부 지원의 대부분이 기업농에게 돌아가서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고 있지요. 실제로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후진국에서 농업이 성장할 경우 다른 경제 부분의 성장보다 2~3배 더 효과적으로 빈곤을 줄이고 소규모 경작은 대규모 경작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국내총생산을 유발합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맞춰 대체 작물을 재배할 수도 있지요.

안: 최근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원인을 농업의 대형화에서 찾을 수 있다던데요. 농업의 대형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오: 닭과 돼지를 키우면서 그 규모를 대형화, 산업화하면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또 희생양이 될 숙주를 찾을 최적의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보다 싸게 공급하고, 그 이윤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결국 조류인플루엔자(AI)를 확산 시키는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안: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지금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현실 앞에서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게됩니다.
오: 먹을 거리 분배의 문제, 육식을 즐기는 사람으로 인한 곡물 소비의 왜곡, 특히 기아 문제는 우리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지요. 현재 세계적인 농업생산성은 모든 인류가 먹어도 남을 정도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산되는 곡물의 1/3 이상이 육류소비로 인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요. 이 책, 59쪽을 보면 소고기 1킬로는 생산하기 위해서 11킬로의 곡물이, 돼지는 7킬로, 닭고기는 4킬로, 달걀은 3킬로가 소비되고 있지요. 수치상으로 보자면 세계가 굶주리는 이유는 날로 늘어나는 육식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굶주리는 나라들은 실제로 인구의 과반수가 농사를 짓습니다. 그들이 짓는 농업은 플렌테이션 즉, 대규모 자본에 의한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정작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수출을 위한 커피, 카카오, 사탕수수와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약간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죠.

안: 일본에서도 소농의 입지는 좁아져 간다고 하는데 그 현상이 어떤가요.
오: 일본의 콩 자급률은 4%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지요. 결국 콩소비가 상당한 일본인의 입으로 들어가는 콩은 대부분 미국산이며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산 콩의 90% 정도가 ‘유전자조작(GMO)’ 콩이란 점이죠. 이 콩은 미국 몬센토가 개발한 GMO인 ‘라운드업 레디’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요. 또한 유채, 옥수수 역시 미국, 캐나다에서 재배한 GMO 작물이란 점이 충격적입니다.

안: 제목을 보자면 밥상혁명으로 되어 있네요. 혁명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 책의 내용은 단지 밥상, 즉 먹을거리를 통해서 유통만이 아니라 지역의 정치와 생활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세심하게 적고 있습니다. 일본은 생활협동조합이 발달되었는데 사람들이 서로 출자해서 공동구매를 취하는 방식인데요. 한 지역에서 약 10가구가 모여 공동 배달을 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요. 물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지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지역사회의 다른 문제에도 나서게 되면서 지역운동, 환경운동 더 나아가 정치활동에 참여하면서 환경보전, 복지강화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안: 제주의 원형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가 다르게 넘쳐나는 차량들. 서귀포와 어울리지 않는 정체불명의 건물을 볼 때 마다 걱정이 되네요.
오: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잘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서 채워지는 제주가 점점 도시화 되고 있지요. 제주의 정이, 정서가 사라지고 있지요. 서귀포가 도시화가 되기에 그런 정서가 사라지고 있지요. 너무 서글퍼져요.

안: 밥상 혁명의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텃밭입니다. 서귀포에서는 무척 친근한 것인데요.
오: 자기 집 근처, 부엌 옆에 있는 작은 텃밭이죠. 제주 말로는 우영팟이라고 하지요. 자기가 먹을 채소를 직접 생산해서 먹고 남으면 옆집과 나누는 것이죠. 물론 공짜로 나누는 거죠.

안: 서귀포는 감귤 주산지이지만 역시 밭농사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주산 농산물에 대한 애정은 어떤가요.
오: 국내산 보다는 제주산을 좋아하죠. 그게 애향심 아닌가요! 제주산 농산물은 딱 보면 알 수 있지요. 가장 큰 특징은 농산물에 묻어있는 흙이죠. 제주산은 현무암토양이기에 검은흙이 있지요. 그래서 저는 흙색이 검은 색이라고 알고 있었지요(웃음)

안: 책을 읽고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오: ‘혁명’이란 표현이 인상적이었지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데요. 무슨 먹거리를 먹느냐에 따라서 지역의 경제와 정치 나아가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는 거죠. 식량주권이 매우 중요하는 겁니다.

안: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오: 마음의 휴식처이다. 저는 책을 스트레스 해소용이에요. 책을 읽으면 마음이 휴식시간이 되어 버리죠.


정리·사진 유정숙 위원/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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