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단 등 승객 476들을 실은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잠겨 있다. 시간이 흘러도 실종자 기다리는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고, 사망자 수만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숨져 간 어린 영혼들의 영전에 삼가 머리를 숙인다. 이미 심신이 만신창이에 가까울 정도로 절망상태의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인재’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매번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재에 의한 예고된 사고’라는 표현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을 또 다시 허탈하게 만든다. 이번 참사는 ‘빨리빨리’라는 고질적 증세가 여전히 우리 사회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안전 불감증에 의한 대형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서귀포시에는 44년 전, 3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영호 조난사고의 악몽이 아직도 남아있다. 유족들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가슴 속에 회한을 품은 채 남모를 인고의 세월을 겪어 왔다. 최근에야 남영호 위령사업이 뒤늦게 추진되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무관심에 오랜 기간 유족들은 깊은 상처와 소외에 시달려 왔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위령사업이 좀더 일찍 시작돼야 한다는 아쉬움이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을 지켜보면서 불쑥 떠오른다.

 8년 전에는 최남단 방어축제 기간에 서귀포시 시장 등 간부공무원 3명과 민간인 2명이 불의의 선박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어축제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민간 추모사업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4년 전 천안함 사고에 이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서귀포시의 젊은이가 희생되면서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로 유족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품게 될 슬픔과 상처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지역에도 벌써부터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며 관광객들의 내도 발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남영호 참사를 겪은 바 있는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의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고예방에 대한 대응자세 확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에 대한 망각과 무관심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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