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선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전 국민이 비탄과 실의에 잠겼지만, 그 상흔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수학여행단을 실은 여객선의 목적지가 제주도란 점에서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사뭇 착잡하다. 최근 정부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다양한 안전관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허탈과 충격에 빠진 민심이 제자리를 찾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서귀포시도 재해위험이 예상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매일처럼 현장점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 지역에서 벌어진 각종 안전사고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행정이나 시민들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가둬진 느낌이다. 44년 전, 320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영호 사건을 재차 떠올릴 생각은 없다. 서귀포시장과 민간인 등 5명이 희생된 방어축제의 비극도 어느 덧 8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가까운 사례를 들춰보자. 11년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 완공한 하효항 방파제가 7개월 만에 태풍 내습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완공 이전부터 지역주민들은 월파와 너울 피해를 겪으며 설계 잘못 등을 지적했지만, 당국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 4년 전에는 대정읍에 제주추사관이 준공 두 달여 만에 침수피해를 당하며 오랜 기간 전시관 기능이 마비됐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준공을 앞둔 서귀포 예술의전당도 벌써부터 침수피해에 취약하다는 우려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재지구 천지연 절개지에선 4년 전, 큰 바위 두 게가 산책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새벽시간 대에 발생한 사건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평소 시민과 관광객들 출입이 많은 산책로란 점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그런데 최근 천연기념물 산방산에도 커다란 바위가 위태롭게 고사목 하단에 걸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치 않도록 서둘러 현장주변을 면밀히 점검한 뒤 후속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드러나듯,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안전 불감증이 고질적 병폐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서귀포시가 관광객 방문이 많은 관광도시란 점을 감안해 대형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의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올레에서 비롯된 ‘느림의 미학’이 각종 공사장으로 이어져, 공사 기일이 다소 늦더라도 안전관리에 한 치의 오류도 생겨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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