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 내외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된 지난여름 날씨에 더 심하게 양돈 악취로 고통을 겪은 지역 주민들이 많다. 양돈장 가까이 있는 민가 주민들의 경우에 창문을 열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갑갑한 환경 속에 곤혹스러운 나날을 지내기도 했다. 도내 양돈 농가의 45%를 점하는 한림읍뿐만 아니라 애월·조천·구좌·남원·대정읍, 안덕·표선면, 서귀포시 동 지역 등 도내 곳곳이 악취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냄새 저감에 무성의한 양돈 사업자와 무대책으로 일관한 행정에 대해 호된 비판을 쏟아 놓는다.
낮 시간 보다 아침저녁, 맑은 날보다 비가 곧 내릴 듯 하늘이 찌푸린 날, 습도가 높은 날, 악취는 더욱 심해진다. 바람의 방향과 강약에 따라 1∼3㎞까지도 그 냄새가 진동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양돈장 인근 지역 주민들이 겪는 일상생활상의 불편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필설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호소한다.
지난 6일 한림읍에서 열린 '2016 축산사업장 냄새 저감 간담회'에서 쏟아진 발언들이 악취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십수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제기하고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나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주장이었다. 그 당시나 현재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세 양돈 농가는 철거하고 싶어도 철거 비용이 부담돼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대규모 양돈농에는 매년 수십억, 수백억의 보조금 지급 등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지원이 문제라는 한숨 섞인 토로도 나왔다. 특히 기업형 양돈농은 지역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냄새 저감을 위해 시늉이라도 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또한 분뇨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고여서 썩고, 그로 인한 악취가 진동함에도 분뇨처리 시설 개선은 엄두를 못내는 실정임도 드러났다. 행정에서는 사업장마다 처리시설을 갖추라 하지만 시설을 갖출 여력이 없는 사업자가 많다는 측면에서 공동 처리시설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피트와 탱크만 비워주더라도 악취 40% 이상은 당장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양돈 사업이 시작되던 초기나 현재나 냄새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는 전적으로 행정의 탓이요, 양돈 농가들의 관리 소홀에 있다는 지적이 대다수이다.
제주도내 냄새 저감에 성공한 사업장이라든지 육지부 현대화 시설 등을 벤치마킹해 그러한 모델을 도입하자고 제안해도 도정, 시정에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들이다.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악취저감 및 미생물 사료 첨가제, 환경개선제 등을 지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반문이었다. 별무 효과,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행정의 20, 30년 묵은 악취 저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려면 진짜로 필요한 미생물을 공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반복되는 제주도 축산 정책의 이면에는 어떠한 복마전이 숨겨져 있길래 말만 앞세우며 변하지 않는 것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도민들이 많다. 문제가 아닌가?
최근에 악취와 돈사 증축 문제로 양돈 사업자와 갈등을 빚어온 서귀포시 회수동의 경우에 마을회 중심으로 대우축산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악취 저감 요구로 촉발된 사업자와 마을 주민간 갈등과 불화는 급기야 3000두를 더 사육할 양돈장 증축 허가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비화됐다.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 중문동이나 서귀포시 관련부서의 조정, 중재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 건축과의 대우축산 증축 허가 불허 조치에 불복한 사업자는 서귀포시를 상대로 축사 건축물 불허가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문제가 더욱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축사 악취의 수치를 명확히 측정한 후에 행정결정을 해야 하지만 막연히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증축을 불허해서는 안된다는 판시였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9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해야 했음에도 대응하지 않고 방치했다. 서귀포시는 현재까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지역주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마을회측은 허가 과정에 적어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함에도 그러한 과정 없이 허가를 내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8월 24일 강정마을회는 총회를 열고 그동안 증축 반대 움직임에서 양돈장을 철거하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집단행동을 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매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우축산이 그동안 농업용수를 무단 사용해왔다는 불법행위를 파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중문동주민센터라든지 서귀포시의 적극적 행정행위가 없다는 점은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직 요원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