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민수(君舟民水)' 교수신문이 올해를 상징하는 4자성어로 가려뽑은 말이다. 국어사전적으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한자성어로 이를 추천한 중앙대 육영수 교수는 "분노한 국민이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면서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무엇이 백성을 분노하게 하는가. 민심을 거스르는 일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에서 오는 것이다.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역시 그 궤를 벗어나지 않는 성어들이었음을 다시 기억해도 그렇다. 

촛불 민심이 활활 횃불로 번진지 오래다. 목소리 높여서 '이게 나라냐', '당장 내려와',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친다.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정권의 말로가 '대통령 탄핵'에 이르게 했으니, 참으로 허무하고 참혹한 일이다.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나'라는 자괴감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제주 지역사회에서도 '이러려고 제주도민이 되었나', '이러려고 제주시민이 되었나,' '이러려고 서귀포시민이 되었나'라는 한탄이 쏟아져 나올 기미가 보이는 요즘이다.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해야 할 지방정부의 행정 행위, 지방정치 행위 또는 일선 행정 서비스 등의 품질이 그만큼 소통보다 불통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도민들이, 시민들이 일선 행정에 대한 불만을 얘기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게 세간에 볼멘소리로 떠돌고 있는 이유를 행정 책임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때이다. 낮은 자세로 그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과거 도정처럼 곳곳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비선실세들의 농단은 없는지 세심하게 잘 살펴야 한다. 도민과 시민들의 원성을 살피고 헤아리며 행정에 반영하고 그 한숨과 눈물을 닦아주는 정의롭고 따뜻한 행정을 펼치는 게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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