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9일부터 사흘간 한라산 윗세오름 70㎝ 이상을 비롯해 산간은 물론 중산간지역, 해안변까지 내려 쌓인 눈으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제주는 여전히 기상 이변, 예측하지 못하는 자연재해 대비에 역부족 현상을 드러냈다. 산남북을 잇는 도로 뿐만 아니라 중산간도로, 시내 중심도로, 일주도로, 동네길 등에도 적설과 결빙으로 인해 도민들은 통행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제설작업은 생활불편을 가중시켰고, 도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와 적설로 인한 고립, 빙판길 낙상 사고도 빈발했다.

윈드시어ㆍ강풍경보가 내려진 제주국제공항 상황도 어려움이 컸다. 제주공항도 그렇지만 다른 공항 기상 악화로 인해 수십편의 결항과 수백편 지연 운항이 발생하면서 항공편을 이용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지난해처럼 공항체류객이 발생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었다. 제주도에서 체류객 발생에 대비해 응급구호세트, 담요, 매트, 생수 등 구호물품을 준비하고 모바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숙박, 음식, 교통정보를 제공한 점은 발빠른 행보였다.

그러나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읍ㆍ면ㆍ동 지역적으로 살펴볼 때에는 여전히 자연재해 대비 태세가 불충분했으며 시민들에게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강하게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지난 10일 아침, 출근길 도로에 쌓인 눈을 그대로 방치해 도로소통 체증 현상과 차량 추돌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서귀포시에서 읍ㆍ면ㆍ동별로 배치했다는 제설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으며 별무소용이었다. 안덕면 화순리와 안덕계곡 입구 사이 일주도로에서는 부적절한 제설기 탓인 듯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 치우기에 역부족인 모습이 확인됐다. 중문농협 앞 열녀문 동산 도로의 경우는 빙판을 이룬 도로 사정 때문에 버스와 트럭, 승용차 등이 서로 엉켜 차량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0분여 지속되기도 했다. 보다 못한 지역 주민이 트렉터를 몰고 나서서 뒤엉킨 차량 한 대 한 대씩 견인해 치우면서 겨우 교통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현장도 목격되었다.

제주도는 재난예방 시스템을 가동해 한파 및 폭설에 대비한 비상연락체계 점검, 제설장비 및 제설자재 사전 현장 배치, 시설물 안전사고 예방, 취약계층 관리 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 일선에까지 그러한 노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말만 앞서는, 시늉만 하는 재난재해 대비 행정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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