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수단은 정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결과는 이미 수단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틴 루터 킹이 남긴 말이다. 부당한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고래로부터 검증된 명제이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고 좋은 일이라 해도 수단이 비열하다면 그 목적을 이룬들 세인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기는 난무한 일이다.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한다’는 언필칭 비인간적 사고와 인식, 행위에 젖어 있는 지도자들이 벌이는 몰염치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역사를 욕되게 할 뿐이다.
우리 제주도민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한 것임에도 평화주의자들은 왜 저항하며 난리인가,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한데 왜 지역주민이 들고 일어서는가, 라는 비아냥에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정책이나 사업 목적이 그 필요성을 인정할만하더라도 그 과정에 비열한 수단과 정책적 과오들이 점철되고 있다면 잘못에 대한 인정과 궤도 수정은 필연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제353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강창일 국회의원의 해군기지 구상권 관련 질의에 대해 3대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구상권 철회와 지역 지원사업 재개, 민·군 복합항 기능보강 등이 그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져온 구상권 청구 철회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화기지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인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의혹이 10년 넘도록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강정 주민들이 받은 핍박과 상처,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씻기지 않을 멍에로 여전하다. 정부의 전향적 해법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점에 제2공항 입지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한 해명이나 해소 없이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강정의 경우처럼 지역주민 인권유린, 생존권 박탈 등에 대한 극한투쟁의 불씨를 남겨두는 일이라 할 것이다.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전면재검토와새로운제주를위한도민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과의 합의 없이 진행하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 기본구상 용역’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농지조사에 돌입하고, 도정이 8월 28일부터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 기본구상 용역 중간보고 및 주민설명회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원희룡 도정은 이제라도 지역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나 협의,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 잘못을 지속하는 일임을 맹성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서 확인하듯이 ‘사업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이라는 대명제는 지켜져야 마땅하다.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제시한 부대조건 역시 ‘공항 예정지역 및 소음피해 우려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라는 점을 보더라도 일방적인 사업추진은 예서 그칠 일이다. 지역주민들의 요구대로 원점 검토가 해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