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반대 온평리민 결의대회, 28일 오후 2시 제주도청 앞에서 열려

온평리민들이 28일 제주도청 앞에 모여 제주 제2공항 철훼를 주장했다. 현은찬 온평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풍물과 난타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송종만 혼인지보존회장

그동안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온평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제2공항의 부당성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제2공항을 반드시 몰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공항부지 대부분이 속한 온평리가 도정과 정부를 상대할 상대라고 주장하며 성산읍대책위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제주 제2공항 반대를 위한 온평리민 결의 및 규탄대회가 28일 오후 2시, 제주도청 앞에서 열렸다. 온평리민과 성산읍 주민들, 제주시에 사는 향우회민 등 3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온평리의 혼인지를 상징하는 삼을라와 벽랑국 공주 복장을 한 주민들이 이색 퍼포먼슬 펼쳤고, 부녀회원들은 난타공연으로 분위기를 돋궜다. 주민들은 준비한 자유발언으로 제2공항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주민들은 오전 일찍 트럭을 타고 제주를 일주하며 차량시위를 펼친 후 도청 앞에 집결했다. 제주 서부를 순회하는 주민들은 오전 8시에 마을회관을 출발해 표선-남원-서귀포-중문-안덕-대정-한경-한림-애월 등을 거쳐 제주도청을 향했다. 나머지 동부 순회조는 10시에 마을회관을 출발해 구좌-조천-삼양-화북 등을 거쳐 집회 장소에 도착했다.

현은찬 온평리장은 결의대회에서 참여해준 주민, 향우회원들께 감사의 뜻을 표한 후 제주도와 국토부를 향해 포문을 열였다. 현 이장은 “우리가 밀감 수확으로 바쁜 시기지만 원희룡 도정과 국토부가 우리 고장, 우리 땅을 따먹겠다고 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고 말한 후 “아무리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지만 세상에 백성이 없는 나라가 있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옛날 왜정때 버릇”이라고 말했다.

송종만 온평리 혼인지보존회장(성산읍 비대위 부위원장)은 “요즘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하고 있는데, 이게 다 제2공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온평리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데, 20~30년이 지나면 이게 제2공항이 아니라 24시간 운영되는 제주공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출신 국회의원들과 도지사는 힘 있을 때 불쌍한 도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40일 동안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펼친 김경배 부위원장을 거론하며 “난산리 경배는 제2공항을 몰아내기 위해 혼자 목숨을 걸었다. 이제 온평리민 100명이 목숨을 걸어 제2공항을 몰아내자”고 말했다.

이주민 박모씨의 발언이 도화선이 돼 성산읍대책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동수 온평리 청년회장은 “어릴 때 할머니 품에서 자랐는데 커가면서 할머니께 효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할머니 묘가 제2공항 부지 내에 있는데 할머니 묘를 제2공항에 내줄 수는 없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제2공항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온평리 이주민 박 아무개씨의 자유발언이 도화선이 돼 성산읍 주민들 간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일이 빚어졌다.

3년 전에 온평리로 이주했다는 박 아무개씨는 “귀농 3년 차인데 농지가 공항예정지에 흡수돼 건축도 제한받고 농막도 고발당해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발언 도중 성산읍대책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씨는 “공항 부지 대부분이 온평리이고 온평리가 가장 피해가 큰데 온평리가 빠진 비대위가 무슨 권한이 있나. 원지사가 대화상대가 누구인 지 구분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두 차례 이어진 국토부와 성산읍대책위의 간담회를 ‘야합’이라 주장하며 집회 현장에 있던 성산읍대책위 인사들을 자극했다.

그리고 결국 성산읍대책위 인사가 박씨에게 항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그리고 욕설이 주먹과 발길질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성산읍대책위 강원보 집행위원장과 현은찬 온평리장의 만류로 싸움이 중단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정과 국토부를 상대하며 힘겹게 제2공항 타당성 용역에 대한 재조사를 관철시켜낸 성산읍대책위와 제2공항 예정지의 대부분 토지가 속해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는 온평리 주민들 사이 갈등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