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필요한가?

(사진 출처=픽사베이)

세계 관광의 날은 9월 27일이다. 바로 그 다음 날인 2017년 9월 28일,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 도시, 베니스(Venice)에서 국제 강제철거 법정(ITE, International Tribunal for Evictions)이 이틀에 걸쳐 개최됐다. 피고로 기소된 이는 자본이 집어삼킨 관광지가 개인의 평안한 삶을 위협하고 마을마저 속속 파헤치는 ‘관광개발’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국제 관광의 해 (Internatonal Year of Sustainable for Development)이다.

#베니스가 사라진다?
베니스는 여전히 물 위에 떠있는 도시이다. 아름다운 다리와 수로 사이에는 관광객을 실은 곤돌라가 오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베니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1931년 16만 4000명에 달하던 베니스의 인구는 2016년 4만 8천 명으로 현저히 줄었다.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주택은 하나 둘 숙박시설로 변모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 서비스가 기여했다. 도시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6만 명에 달한다. 사육제 기간이면 세 배에 가까운 17만 명이 크루즈에서 쏟아져 내린다. 주민보다 관광객이 배 이상 많은 셈이다. 산마르코 광장은 인파로 인해 발 디딜 틈 없는 돗데기시장이다. 이 많은 수의 인원이 머무를 숙소는 늘 부족하다. 그림 같은 수로에 쓰레기가 넘친다. 골목과 골목 사이 악취와 소음이 진동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던 세탁소, 정육점은 사라지고 까페와 명품샵이 자리를 차지했다. 주민들은 생필품을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사람들은 피켓을 내걸고 외치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가버려라"

(Tourists, Go Away!)”

 

“당신들이 이곳을 파괴하고 있다!

(You Are Destroying This Area!)”

이탈리아 정부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르자 오히려 주민들이 하나 둘씩 짐을 싸야 했다. 베니스에선 하루에 6명의 가정이 집을 잃고 도시를 떠난다고 한다. 옆 도시 파도바의 인구는 베니스에서 내몰린 사람들로 인해 늘어나고 있다.

 

#바이바이 바르셀로나(Bye Bye Barcelona)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관광으로 성공한 도시이다. 관광 산업 덕분에 스페인에서 마드리드 다음으로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도시의 성공에 회의적이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바르셀로나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인구는 160만 명이지만 연간 3200만 명이 찾아온다. 집 앞 담벼락에 노상방뇨는 일상이 되었다. 환경은 오염되고 유적지는 파손됐다. 어김없이 치솟은 임대료와 물가로 주민들은 시달렸다. ‘관광공포증(Tourism-phobia)’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어느 날 복면을 쓴 남성들이 관광버스 타이어를 찢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여행자에게 적개심을 드러냈고 '반(反)관광 정서'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바이바이 바르셀로나(Bye Bye Barcelona)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이 가지고 오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타리이다.

바르셀로나 뿐만이 아닌 유명관광지인 그리스의 산토리니, 페루의 마추픽추 등은 이미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호텔신축을 막고있다. 국민행복도 1위에 빛나는 부탄은 일찌감치 자국을 입국하는 외국인 수를 제한해 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대신 좋은 서비스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비단 외국의 사례만은 아니다. 그윽한 처마선이 담장너머로 어우러지던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려왔다. 알록달록한 담장이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산동네 마을에도 관광객이 몰려왔다. 주민들은 그림을 시멘트로 지우고 서늘한 메시지를 담벼락에 써 붙였다.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북촌 한옥마을, 부산 감천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관광객을 환영하지 않는다. 30분 들려가는 관광객들은 십수 년 토박이들을 골목 밖으로 내몰았다. 관광객이 찾아와서 돈 벌게 해주는 데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치부할 상황은 넘어섰다. 상황은 현상이 될 만큼 문제가 되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 왔다. 발음도 어렵고 뜻도 의미심장하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 투어리스티파이(touristify)'관광지화 되다'라는 뜻+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집값과 물가가 상승하여 원거주민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축출되는 현상의 합성어이자 신조어이다.

 

ⓒ양희주

지난 11월 22일 제356회 2차 정례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회의에서 제주도는 2030년 예상 관광객 수에 맞게 도내 기반시설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자리에 있던 김태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2030년 제주도에 4000만 명이 들어온다고 하면 4000만 명을 수용할 인프라를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중산간은 더 파헤쳐야 하고, 길은 더 넓혀야 된다. 환경은 저절로 파괴되는 것 아니냐?”

도 관계자는 이미 제주도가 관광포화상태임을 인정했다. “현 상황에서 관광객 총량제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며 “그러나 제한보다는 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석상에 오른 중간보고용역의 내용에는 입도 관광객 수 1900만 명이 넘어가면 제주도가 오히려 손해라는 언급도 있었다. 관광객이 들어올수록 도민 삶의 질은 떨어진다는 한국은행 제주본부 연구결과도 나왔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2013년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10월 제주 방문 관광객은 12,491,607명(자료 제공=제주특별자치도)이며 2007년 46만 명에 그쳤던 외국인 관광객은 1,110,737명에 이른다. 2016년 도내 거주 인구수 또한 65만 명을 돌파했다.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해결해야할 교통난과 하수·쓰레기 문제, 늘어나는 범죄율과 환경문제, 부동산 광풍 속에 제주도민의 삶과 행복지수는 얼마나 변화했을까?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니 '오버투어리즘' 같은 남의 말들이 제주도에선 찻잔 속 태풍처럼 지나고 말 것인가? 앞으로 2회에 걸쳐 대한민국 대표관광지 제주도의 현재와 도민의 삶을 짚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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