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증가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서귀포 토평에 거주하는 부모 씨(42, 남)는 이전보다 갑절 오른 건강보험 고지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직접 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가 보험료 인상에 대해 문의했다. 담당 직원은 주변 땅값 상승에 인해 보유재산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부 씨는 감귤을 재배하는 농민이다. 그는 1000여 평 남짓의 감귤 밭을 소유하고 있다. 감귤농사로 인한 1년 치 기대 수익은 평균 천만 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졸지에 비료와 농약, 그 외 세금 및 일 년치 건보료 300만 원 가량을 수익에서 제해야만 했다. 부 씨는 곧장 서귀포시청에 공시지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주변 땅값이 치솟아 봐야 농사꾼이 땅을 팔 수 있나? 땅 값 올랐다고 세금만 더 내라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돈 번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팔지도 못하는 땅값 올려놓고 왜 우리 같은 농사꾼이 피해를 입어야 하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제주지역 땅값 상승률은 9.2%였고, 2016년 서귀포시 19.63%, 제주시 19.15%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2.70%)을 3배 이상 뛰어넘었다. 2017년1월1일 기준자 서귀포시는 19.2%가 상승했다. 영어도시 인구유입과 각종 개발사업,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 주변 투자 심리 확대 등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반면 2015년 도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이하 GRDP)은 제주시 24,132천 원, 서귀포시 29,887천 원으로 전국 30,682천 원에 못 미치는 걸로 나타났다. 2014년 GRDP는 23,910천 원, 지역총소득 24,900천 원으로 2005년 대비 각각 57.0%, 67.8% 증가하여 전국 증가율 54.0%, 56.5%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개인소득(개인부문 총처분 가능소득)은 15,670천원으로 45.8% 증가에 그쳐 역시 전국 47.8% 보다 낮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도 관광지 개발은 지지하면서도 부동산 가격 및 가족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7.9%, 18.8%)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관광활성화의 경제적 이익이 일부에게만 국한되고 오히려 임차인, 관광산업 외 종사자에게는 부정적으로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관광지 개발에 따른 이익이 제주도민에게 원활하게 재분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주 관광산업 발전은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제주도민 체감 소득이 기대보다 낮은 이유로 들 수 있다. 

이처럼 땅값 상승에 의한 제주도민의 소득은 많이 증가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오히려 낮은 임금률에 비해 높아진 땅값으로 청년들의 주택 장만의 길은 요원해지고 있다.

 

 

제주시 구도심 인근에서 30여 년째 살고 있던 고모 씨(47, 여)는 요즘 퇴근할 때마다 집 앞 주차난에 머리가 아프다. 보성시장 근처 작은 골목,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사이에 두고 3층 게스트하우스와 7층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오는 렌트카와 오피스텔 입주자들의 차들로 인해 골목 안 주차난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더욱이 밤늦도록 술에 취한 채 게스트하우스 입구를 서성이는 투숙객들로 인해 발길을 재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 앞에 나뒹구는 빈병과 쓰레기는 덤이고말고.

2017년 11월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브리핑했다. ‘삶의 질’이란 경제적(Material), 지역적(Community), 정서적(Emotional) 및 건강·안전(Health·Safety)의 4가지 지표에 의해 결정되는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로 정의했다.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제주도민은 거주지에 관광객 방문이 증가하여 자신의 삶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주민들은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을 인지함에 따라 경제적인 불만족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삶의 질 하락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 부동산 가격, 물가, 자연환경, 안전 및 범죄율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비중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보다 높게 나타났다. 관광지화로 인한 자연훼손, 소음 및 생활공간 침해가 제주 천혜자연에서 누리는 정서적 만족도를 저해한 셈이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상당수의 제주도민들이 안전과 관련하여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지난 4년간(2012~16년) 이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음을 포함하여 대기, 녹지 등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도 전국 평균보다 부정적이었다.

제주 인구는 2016년 661,190명으로 집계됐으며 하루 평균 체류하는 국내·외 관광객 10~15만 명을 고려하면 80만 명에 육박한다. 최근 제주도의 1일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764.7t, 2012년 861.9t, 2013년 984.2t, 2014년 976.2t, 2015년 1천161.1t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제주도 관광객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165.6톤, 2014년 191.4톤으로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제주도 거주 1명이 하루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제주시 1.79㎏, 서귀포시 2.14㎏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도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일별 배출제를 시작으로 렌트카에 종량제 봉투 비치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범죄율 및 교통사고율 및 대중교통 시설, 여가 활동, 등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비중이 만족한다고 답한 비중보다 높았다. 제주도의 자동차 등록대수의 경우, 2005년 21만 대 보다 2배 이상 증가, 2016년 46만7천대에 이르렀다. 특히 영업용 자동차 중 렌터카 등록대수가 크게 늘었으며, 렌터카 사고 건수 또한 2015년 525건으로 2005년 128건보다 3배 이상 증가, 부상자 수도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관광객 증가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지화되고 주거환경이 위협받는 현상에 대해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지만 별개로 관광개발을 지지하는 비중은 41.9%로 반대비중(21.5%)을 상회했다.

제주도청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조사」를 통해 지역주민으로부터 각 분야별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으나 관광객 증가로 인한 환경 악화와의 연관성을 추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으로 기지를 발휘해 관광 관련 정책을 정비할 때이며 제주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물론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개발과 보존을 아우르는 백년대계의 관건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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