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초당적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도민과 지역 정치계의 바람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말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이 대표 발의한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회의 책임 방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국정 과제 중에 하나로 꼽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루는 밑바탕도 70주년을 맞이한 제주4·3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인 4·3특별법 개정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4·3특별법이 제정된지 17년 만에 시도되는 이번 전부 개정안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4·3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해서 법안을 만들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위성곤 국회의원과 오영훈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총리를 상대로 “4·3사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과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속한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국회가 더 문제이다. 이낙연 총리가 “국회에서 좋은 결론을 내주시길 바란다” 답변한 것도 그러한 취지일 것이다. 국회통과가 먼저 아니냐는 것이다.

위 의원의 “정부의 잘못된 공권력의 사용으로 피해를 본 4·3사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과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촉구에 대해 이 총리는 “함께 논의하면서 고민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개정 법안에 명시되었듯이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상금 액수와 지급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희생자 배·보상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1948년부터 2년여에 걸쳐 이뤄진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미 불법으로 드러난 군사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고 고등군법회의 명령에 기재된 4·3 희생자들과 수형인 등의 전과 기록은 응당 삭제되어 마땅한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직 미진한 유해 발굴 작업을 비롯해 유적지 정비 등에도 더욱 힘써 나가야 한다.

한편, 6·25 발발 당시 4·3 관련 불법 군사재판으로 전국 각지 형무소에 수감된 제주도민이무려 2530명에 달했다는데 이들 가운데 간신히 살아남은 수형인 중 90세 전후의 생존자 18명이 지난해 4월 19일 제주지방법원에 ‘4·3수형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고 지난 5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에서 재심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심리가 진행되어 이목이 집중됐다.

“평생의 한(恨)을 풀겠다”는 이분들의 소원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아닐 것인가. “수형인 명부는 국가가 작성했고 범죄경력조서와도 대부분 일치해 증거로 충분하다. 이번 재심청구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긍정적인 심리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2월 말까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국회 임시회의 회기 중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상임위 상정과 논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과의 사전 교감과, 협의, 동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제주도와 도의회, 지방 정가의 합심된 노력은 물론 도민사회의 공감과 협력이 절실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향후 바른미래당) 중앙당 역시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4·3특별법의 개정안에 대해 손을 들어줘야 한다. 이미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은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뜻을 실현시키기 위해 중앙 정치권을 움직이는 노력을 함께 펼쳐야 할 것이다.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이 말하듯이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 인정과 그에 수반된 배상 절차에 대해서 너무나 인색한 것이 아닌가. “더이상 개별 배상을 미룰 이유가 없고, 더이상 미루면 안되는 매우 절박함이 있다”는 호소에 국회와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하고 진정성 있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4·3이 안고 있는 현재적 주요 현안들은 그 어느 것이든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정 과제로 올라 있는 ‘4·3의 완전한 해결’이 곧 지역사회의 화합과 상생의 길이며 나아가 국가와 인류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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