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대로 이해하기02] 트럼프와 시진핑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이용석 씨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중국어와 영어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용석 씨가 외신을 기반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한 기사를 보냈습니다. 독자들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용석 씨의 원고를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날로 겪해지고 있다.(사진은 KBS뉴스 영상 갈무리)

미중 무역전쟁(US-China Trade War)을 포커게임에 비유한다면, 도박장에서 두 명의 꾼들이 딜러에게서 받아든 액면카드는 점점 화려해지고, 액면카드가 한 장 늘어날 때마다 판돈은 두 배가 되는 형국이다. 판돈이 커질수록, 돈을 건 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각자의 호언장담도 늘어난다. 이제는 어느 한 명이 조용히 꼬리를 내리기도 무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구경꾼들도 더 이상 편하지 않다. 모르는 사이에 한쪽 편을 들어야 하지 않나하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이 주변국들에게 보여주는 액면카드는 진짜일까, 아니면 블러핑일까?

현재까지는 미중 무역전쟁(trade war)으로 불리는 이사건의 성격규정을 먼저 한다면, 필자는 이것을 단순한 무역갈등이 아닌 전방위적 미중갈등으로 바라본다. 즉, 미중 무역전쟁이라고 쓰고, 미중갈등이라고 읽는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정치적 수사는 화려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처한 환경과 행보를 찬찬히 보지 않으면, 그들 행간의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최근 G20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홍콩시위라는 복병을 만난 중국은, 보기에 따라서는 갑작스러운, 방북을 선택했다. 한편, 미국은 강적을 맞아 전선확대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란의 유조선사건과 드론격추상황에 직면했다. 그러한 이란의 안보위협에 대해 미국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등에게 금융제재를 내렸다. 양국의 이러한 행보는 곧 개최될 G20 미중 정상회담과 어떤 관련이 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 없듯이, 지금까지 전개된 미중 무역전쟁의 특징과 의미를 먼저 살펴본다.

미중 무역전쟁이 갖고 있는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은 외관상 경제 또는 무역을 주요한 전장으로 삼고 있다. 즉, 겉으로 보기에 경제적인 측면이 양국갈등의 주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을, 외관에 치우쳐서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일시적인 상업적 이슈로 볼 수는 없다. 애초에 미중 무역갈등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트럼프의 충동적인 변덕에 중국이 물건 좀 듬뿍 사주면 어린애 화 풀리듯이 사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미중간의 갈등 상황을 단순한 상업적 이슈으로 인식한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부동산개발업자 출신 트럼트 개인의 변덕과 투정(temper tantrum)을 주요한 갈등의 원인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 달리 실제상황은 의외로 상당기간 지속됐고, 갈등상황은 지속적으로 정체와 악화를 반복하고 있다. 저렴한 생산비와 광대한 시장 그리고 중국의 미래를 보고 중국대륙에 투자한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의외의 유탄에 피를 흘리는 중이다. 그들은 높아만 가는 트럼프의 관세에 뒤늦게 중국탈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둘째, 미중 무역전쟁은 과학기술 갈등의 측면이 있다. 다가오는 5G 시대에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자가 미래의 패권을 호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중 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예를 들면, 중국 미래경제의 기린아 화웨이(华为) 이슈에서 양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화웨이 CFO 멍완조우(孟晚 Cathy Meng)의 미국송환 문제로 미중 사이에 낀 캐나다는 대한민국의 사드사태와 유사한 시련을 현재 겪는 중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기존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제조2025’(中国025) 계획을 통해 첨단기술국가로의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제조2025’의 첨병이 바로 화웨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미 많은 제조업을 중국에게 빼앗긴 미국은 이번 기회가 중국의 기술굴기에 직면해 스스로의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본다. 각종 정치이슈에서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미국 민주당마저도, 화웨이 사태에 관한한 초당적(bipartisan)으로 트럼프의 강경책을 지지한다. 그들은 오히려 트럼프가 화웨이를 단순한 일회성 협상카드로 쓰는 것을 염려한다. 중국은 갈등 초기국면에서 이러한 미국의 초당적 대응을 제대로 읽지 못한 면이 있다.

셋째, 미중 무역전쟁은 체제갈등의 성격이 있다. 미중갈등은 주연배우인 두 스트롱맨(strong man)의 개성과 역량 외에도, 사실상 미중양국의 체제경쟁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2016년경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해 기존질서와 좌충우돌,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이때,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혼란상과 취약성을 비판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웃나라 한국의 세월호사건 처리과정에서 촛불혁명을 불러온 박근혜정부의 실정 및 그로 말미암은 정치적불안정 또한 중국이 자신의 체제우월성을 주장하는 하나의 근거가 됐다.

이렇게, 지구상 가장 거대한 경제체 G2의 하나인 중국은 남은 하나인 미국에 트럼프가 등장하자 환호성을 올린다. 작은 거인 등소평(邓의 유지인 도광양회, 韬光养晦,는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시진핑(习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비전으로 대체되었다. 한편, 트럼프 진영은 이전의 오바마 정부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의 시스템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ion) 세계경제체제에 무임승차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고 규정한다. 즉, 중국의 경쟁력은 강제적 기술이전(forced technology transfer)과 보조금 등의 불공정한 관행에 뿌리를 둔 것이며, 인민의 희생 위에 세워진 중국식 발전모델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더 많은 외투기업들이 중국을 빠져나가고, 홍콩사태는 정점이 어디인지 아직 알 길이 없다. 무역전쟁과 협상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중국의 수온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 미국정치의 이단아(maverick) 트럼프의 등장을 차이나드림(China Dream, 中国梦)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트럼프는 점차 중국의 악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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