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사업이 환경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항이 원만하게 건설되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정치권과 환경부에 분노하고, 공항이 건설되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도민의 승리라고 자축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환경부가 제2공항전략환경평가서(재보완서)를 반려하기까지 시민이 공론장을 주도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과 교통, 교육 등 인프라가 제주시에 집중된 상황에서 많은 시민이 서귀포시에 건설하는 제2공항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논의하면 좋았을 것이다.

늦었지만 서귀포시에 공항이 필요한지부터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 개인이 도내에 공항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에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 이케아가 탄생한 알름홀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도시의 인구는 약 8000명에 불과한데, 이 주변에서 이케아 직원으로 일하는 직원이 2000명에 달한다. 알름홀트는 매우 작은 도시지만 이케아는 이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스웨덴의 국영 철도를 이용하면 2시간 안에 대도시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 때문이다.

그 외에도 스타벅스의 도시 시에틀, 구글의 도시 팰로앨토, 네슬레의 도시 브베, 에어버스의 도시 툴루즈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중소도시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편리한 교통을 품고 있다.

국내에서 경쟁하려면 취리히로 본사를 옮길 테지만, 어차피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바에는 중소도시가 좋다는 네슬레 부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는 국제공항에서 가까우면, 본사가 있을 도시로 충분하다”고 했다.

서귀포는 아름다운 관광지이면서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고, 추사 김정희와 이중섭, 서정주의 예술혼이 담겨 있다. 해안과 오름, 중산간 목초지를 배경으로 하는 마을들은, 다채로운 생활양식을 품은 민속의 보고(寶庫)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관광객들이 모여 먹고 노는 것 말고는 도시에 활력이 없다. 서귀포에 미래가 없다고 젊은이들이 떠나는 바람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도시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단계다.

서귀포 신시가지에 제주혁신도시가 들어섰지만, 주민들이 기대했던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혁신도시에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한다는 정부의 구상이 서귀포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제주 제2공항은 이제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낡은 세력이 낡은 방식으로 추진한 사업이니 거기에 집착해서는 한 발도 나갈 수가 없다. ‘서귀포공항’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시민이 전문가들과 서귀포공항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항 유치 희망지역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가급적이면 도시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 장소를 시민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여당은 정책 신뢰도를 가덕도 앞바다에 내다버린 지 오래다. 이제 정치권에 기대서는 안 된다.

제주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제주시 연동과 노형동, 애월읍의 주민들에게 허락을 기대하는 나약한 태도도 버려야 한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위해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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